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해 12월1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2차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반대 시국선언을 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들을 징계하지 않은 진보·중도 성향 교육감 14명을 직무유기로 형사고발했다. 대법원 판례 등으로 볼 때 직무유기 혐의가 인정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교육부는 대구·경북·울산을 제외한 전국 14개 교육청 교육감을 2일 직무유기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고 3일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전교조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1차 시국선언과 관련해, 지난해 11·12월에 이어 지난달 5일 각 교육청에 참여 교사들을 징계하기 위한 일정과 계획안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보수 성향 교육감 지역 3곳만 징계 의사를 밝혔고, 나머지 교육청들은 ‘검찰 수사 결과 이후’ ‘검토 중’ ‘징계사유 아님’ 등의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는 전교조 시국선언이 교육의 중립성 등을 규정한 교육기본법 제6조 등을 위반했다고 본다. 다만 교원 인사권을 교육감이 갖고 있어 직접 징계하지 못하고 교육감들한테 두 차례에 걸쳐 (징계)직무이행명령을 내린 상태다.
해당 교육청들은 이 시국선언을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국정화는 교육 현안이고, 교사가 이에 반대하는 건 정치적 참여라기보단 교사와 시민으로서 일반적인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국정화에 찬성하거나 반대한 다른 교사단체들도 있는데, 전교조 선언 참여자들만 징계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상 시국선언 참여 교사를 징계하지 않은 것을 교육감의 직무유기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은 “형법 제122조의 직무유기죄에서 ‘직무를 유기한 때’란 공무원이 직장의 무단이탈,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고 판시했다. 이 때문에 2009년 시국선언 교사 징계를 유보해 직무유기로 고발됐던 김상곤 당시 경기교육감도 2013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감들이 법과 원칙을 따르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부는 가능한 행정수단의 하나로써 검찰 고발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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