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서울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철자 말하기 대회 ‘2016 내셔널 스펠링비’에서 우승을 차지한 정희현양이 출제자의 발음을 듣고 단어의 철자를 말하고 있다.
2016 내셔널 스펠링비 대회
“이노베이터(innovator).”
“i-n-n-o-v-t-o-r.”
‘땡-’.
“왜 틀렸죠?”
종소리가 울리자 여학생이 바로 물었다.
“에이(a)를 빠뜨렸어요.” “a 얘기했었는데.”
심사위원은 “본인은 머릿속으로 생각해서 말했다고 느꼈을지 모르지만 실제 발음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학생은 자리로 돌아가자마자 눈물을 쏟아냈다.
지난달 23일 서울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철자 말하기 대회 ‘2016 내셔널 스펠링비’(National Spelling Bee·NSB) 한국 대표 선발전 현장이다. 출제자가 단어를 이야기하면 참가자는 단어의 정확한 철자를 맞히면 된다. 우승자가 가려질 때까지 계속 문제를 출제하는 ‘끝장 경연’ 방식이다. 참가자격은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중학교 2학년 이하의 학생이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3000여명이 벌인 예선을 거쳐 모두 64명이 본선에 올랐다.
학생들은 단어의 어원과 정의 등을 물어보거나 자신의 발음과 출제자의 발음을 비교하며 단어를 유추해나갔다. 단어 발음과 정의만 듣고 정답을 맞히는 학생이 있는 반면 할 수 있는 질문을 최대한 활용한 뒤 손바닥에 단어를 적으며 신중하게 대답하는 학생도 있었다.
7라운드까지 가는 열띤 경연 끝에 세종도담초 6학년 정희현양이 ‘종탑’(campanile)이라는 챔피언 단어를 맞히며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정양은 “미국에서 지역예선에 두 번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본선에는 못 갔다. 이번에 한국 대표로 본선에 나가게 돼 더 기쁘다”며 “몇 달 전부터 거의 매일 단어를 익히는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정양은 평소 사전에서 예상 출제 문제를 적어 엄마에게 단어를 불러달라는 식으로 공부했다. 단어를 쓰면서 외우는 게 기억에 잘 남아서 대회 때도 손바닥에 손으로 철자를 적어가면서 이야기했다. “단순히 스펠링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어원이나 단어 뜻까지 명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 대회 준비는 물론 평소 영어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도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이날 우승한 정희현양과 금상을 받은 정수인양은 5월 말 미국에서 열리는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비’(SNSB)에 한국 대표 자격으로 출전하게 된다. 이번 대회는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가 주최하고 영어교육 전문기업 윤선생이 후원했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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