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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EBS 수능교재에 친일소설 ‘혈의 누’ 게재 논란

등록 2016-03-10 01:09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대동아공영권’ 핵심대목 인용해
친일 문제 언급은 한줄이 전부
“일제 정당화 소설 소개 부적절”
“소설의 흑심 분명히 짚어줬어야”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연계 교재인 2016년 <이비에스(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에 대표적인 친일소설 <혈의 누>가 현대소설 첫 작품으로 소개돼 본문까지 실린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겨레>가 9일 이비에스 수능특강 문학 교재를 확인해보니, 현대소설 첫 작품으로 이인직의 <혈의 누> 본문 일부가 인용돼 있었다. 1906년 <만세보>에 첫 연재를 시작한 이 소설은 청일전쟁 때 부모를 잃은 주인공 옥련이 일본군의 도움으로 소학교를 다니게 된다는 줄거리로, 대표적인 친일파 문학으로 비판받아왔다. 하지만 이 교재에서 소설의 친일 문제를 언급한 부분은 해설에서 “청일전쟁에 참전한 일본군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일제와 서양을 미화하는 등 적지 않은 한계를 안고 있다”고 언급한 한 줄이 전부다.

교재는 <혈의 누> 본문을 2쪽, 관련 해설과 문제를 4쪽에 걸쳐 싣고 있다. 특히 인용된 소설 본문 중에 “옥련이가 구씨의 권하는 말을 듣고 조선 부인 교육할 마음이 간절하여 구씨와 혼인 언약을 맺으니 (중략) 일본과 만주를 한데 합하여 문명간 강국을 만들고자 하는 비사맥(비스마르크) 같은 마음이요” 부분은 일본의 ‘대동아공영권’ 논리(아시아를 아우르는 신질서를 건설하겠다는 일제의 아시아 침략 슬로건)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학평론가인 최원식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인하대 국문과 명예교수)은 “친일소설을 게재한 것도 문제지만, 그중에서도 ‘대동아공영권 논리’의 핵심을 보여주는 대목을 인용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학생들한테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게 하려면 겉으로는 구국을 얘기하지만 그 속에 담긴 흑심(대동아공영권)이 무엇인지 분명히 짚어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국어 학원강사인 ㄱ씨는 “이비에스 교재의 수능 연계율이 70% 이상이라 (현재 검정 체제인) 교과서보다 학생들이 더 많이 본다”며 “일제 지배논리를 정당화하는 친일소설을 한국 신소설 대표작으로 소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 교재는 이비에스가 만들고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감수를 거쳤다. 지난해 이비에스 문학 교재에는 <혈의 누> 본문이 실리지 않았다. 이비에스는 이에 대해 “문학사적인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 선정했고, 해설 부분에 친일도 언급돼 있다”고 해명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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