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립 고등학교인 서울 동대부고에서 근무하다 전보 발령을 받은 교사들(앞줄 왼쪽 둘째와 셋째)이 징계성 인사가 부당하다며 동료 교사들과 조계사 맞은편 길가에서 108배를 하고 있다. 김성보 교사 제공
사립학교 교원 인사 논란
새 학기가 시작됐다. 교사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만나고 수업 준비를 하느라 어느 때보다 바쁜 시기다. 그런데 전보 인사가 부당하다며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내거나 갈등을 빚는 교사들이 있다. 특히 교육청이 채용과 전보 인사를 하는 공립학교와 달리 재단이나 학교장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강한 사립학교의 경우 재단 내 다른 학교로의 전보 발령이나 내부 인사 결과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학기 맞이할 즈음
학교로부터 전보발령 받은 교사들
“부당하다” 학교와 갈등 빚기도 사립학교법·재단 정관 따른 인사위
뚜렷한 이유 없이 잦은 전보 내기도
운영지침 제각각에 혼란 빚는 상황도
법률적 제재나 교육청 강제 수단 없어 얼마 전 서울 동국대부속고등학교는 세월호 추모글을 동료 교사들에게 회람한 정아무개 교사와, 노동문제를 다룬 드라마 <송곳>의 장면을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보여준 김아무개 교사를 학교장 경고에 따라 인사이동 조처했다. 서면 경고의 근거는 두 교사 모두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성실 의무와 제57조 복종의 의무 위반이었다. 교사들은 “학교에서 법적 절차상 문제가 없도록 인사위원회(이하 인사위)를 꾸리고 회의록을 남기는 등 형식은 갖췄다”며 “하지만 재단 내 중등학교 인사자문위(이하 자문위)에서 사전에 인사를 결정하고 인사위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식”이라고 말했다. 재단 자문위는 재단 내 5개 학교 교장과 재단 사무처장으로 구성돼 있다. 교사들은 “한마디로 교장들이 모여서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보내고 다른 학교에서 원하는 사람을 데려오는 ‘딜’을 한다”고 주장했다. 교내 인사위에서 심의를 거쳐 교장에게 인사 안건을 건네는 게 아니라 거꾸로 교장이 재단 자문위 결과를 통보하고 인사위에서 그대로 처리하는 방식이라는 의미다. 당시 이 학교 인사위는 교감이 위원장을 맡고 교장이 임명한 교무부장·연구부장· 생활지도부장·법사(종립학교 특성상 법사 근무)와 남교사와 여교사 대표 각각 한명(선출이 아니라 최고 연장자로 지정), 1~2학년 통합 대표 한명, 3학년 부장으로 꾸려졌다. 이들 가운데 실질적으로 교사들이 선출할 수 있는 사람은 1~2학년 통합 대표 한명뿐이었다. 정 교사는 “학교에서 내리는 징계나 경고가 교장 눈 밖에 난 교사만 대상으로 이뤄지는 게 문제”라며 “실제 비슷한 행동을 해도 특정 교사만 찍어서 경고한다. 사립에서는 돈을 횡령하거나 비리를 저지른 것보다 관리자에 대한 괘씸죄가 가장 무섭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부당하고 일방적인 인사 때문에 교사들은 새 학기를 앞두고 늘 불안하고 고통스럽다. 사립학교는 독립된 단위학교다. 재단으로 묶여 있다 뿐이지 학교 간 전보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라고 말했다. “학교에 과원이 생길 경우 교육청에서 공립학교에 특별채용 형식으로 받아줘야 한다. 학교 간 인사교류는 교원이 희망하거나 피치 못할 경우가 아닌 이상 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현재 학교를 상대로 부당전보 무효 확인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번 일에 대해 동대부고 쪽은 “할 말이 없다.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법률상 세부 지침 없어 인사위 운영 천차만별 사립학교 교원 인사는 사립학교법과 각 재단의 정관에 따라 인사위를 구성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세부 지침이나 기준이 따로 없다 보니 인사위원 구성이나 심의 절차 등 인사위 규정이 학교마다 천차만별이다. 교사가 인사 결과가 부당하다고 느낄 경우 심의를 요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교사 개인이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에 소청을 청구하거나 학교와 소송을 하는 수밖에 없다.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지난해 5월 모든 사립학교에 공문을 보내 인사위 세부 항목이나 심의 내용 등을 조사했다”며 “모든 학교가 인사위를 구성하고 있었지만 일부에서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법률상 사립학교 경영자에게 재량권을 많이 주는 상황이라 외부적 제약이 쉽지 않다. 현재 인사담당자 대상 연수에서 인사위 운영에 대해 안내하고 가급적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민주적으로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보를 포함한 전반적인 교원 인사는 일단 교사 당사자의 의사를 물은 뒤 교내 인사위에서 심의한다. 자문기구인 공립학교 인사위보다 심의기구인 사립학교 인사위 권한이 오히려 더 큰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교장이 인사위원 전원을 임명해, ‘거수기 구실’만 하는 학교도 있다. 실제 부당 인사가 일어나도 학교에 법적인 제재를 가하거나 교육청 차원에서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전북 군산영광여고 김영진 교사는 지난달 학교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비슷한 근무경력의 동료 교사들에 비해 뚜렷한 이유 없이 잦은 전보를 내리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이유에서다. 김 교사는 올해 영광여고에서 영광중으로 전보 발령이 났다. 이 학교 인사위 규정은 학교장이 인사위원을 임명하도록 돼 있다. 김 교사는 “인사위가 이미 학교장의 입맛에 맞는 이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심의가 이뤄진다고 볼 수 없다”며 “학교장과 재단의 전횡과 독단을 규제하라고 인사위를 심의기구로 뒀지만 객관적 평가기준이 없어 해마다 인사 결과에 대한 불만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현철 영광여고 교장은 “인사위가 담임, 부장 보직이나 재단 내 중·고등학교 간 교사 교류 모두 교장한테 권한을 위임했다. 이번 인사는 절차상 문제가 없는 정기인사였다”며 “사립학교법이나 정관에 위배되는 부분이 있다면 고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건 학교의 의무다. 김 교사의 인사는 신분상 불이익이 없고, 본인이 중학교에서 근무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특별한 이유도 없어 보인다.” 전북도교육청 교원인사과 관계자는 “보통 교사들의 추천을 받아서 인사위를 꾸리고 교장에게 제청하는 식이다. 하지만 사립학교마다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인사위 규정이나 절차를 명확히 하고 이를 따르지 않았다면 그 인사를 번복하라고 권고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인사 자체를 원천적으로 무효화하라고 강제할 권한은 없다.” 현재 전북도교육청은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교원인사위 규정 표준안을 만드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사립학교법인협의회에서 주도하고 교육청에서 법률적 검토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표준안이 만들어지면 각 학교에 보내 법인의 설립이념이나 정관에 맞춰 규정을 정비한 뒤 학교와 교육청 누리집에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사 당사자-교사, 사전 협의해 불만 줄여 인사위 운영과 관련한 법적 규제가 약하다 보니 인사위 세부 규정 자체가 없거나 있더라도 유명무실한 사립학교가 여전히 많다. 규정이 있더라도 교사들은 그 내용을 제대로 모르고 교장이 일방적으로 인사위원을 임명한 뒤 회의록에 필요한 내용만 남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학교 차원에서 인사위를 열기 전 당사자에게 동의를 구하고 구성원들 간 사전 합의를 통해 ‘인사 불만’을 없앤 사례도 있다. 지방의 한 고등학교는 교사와 관리자들이 함께 인사위 규정을 만들어 합리적인 인사가 이뤄지도록 했다. “사실 처음에는 인사위 규정 자체가 없었고 대부분 정실인사, 파행인사가 이뤄졌었다. 지금의 인사위 형태는 교사들의 오랜 투쟁의 결과다. 내부에서 이런 식으로 운영하면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생기고 교사 90%가 인사 결과를 거부하면서 학교 쪽과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쳤다.” 이 학교 이아무개 교사의 말이다. 이 학교는 사립이지만 재단 내 단일학교라 교내 인사에 대한 교사들의 불만이 많았다. 예전에는 교장이 부장이나 담임 보직을 당일 아침에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 교사는 “교사들은 교장의 인사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인사위 규정을 세부화하고 재심 절차를 만들었다. 다수 교사가 요구하다 보니 교장도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인사위원 구성을 총 6명으로 하되, 전체 교사들이 9명을 먼저 선출한다. 이 가운데 다득표자 상위 3명을 선정하고 나머지는 6명 가운데 3명을 교장이 선임한다. 교사 스스로 원치 않는 경우 인사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인사권자인 교장·교감이 직접 교사에게 인사를 의뢰하며 당위성을 설명하고 본인이 동의하면 맡긴다. 학교 입장에서도 교사가 원치 않은 일을 맡았을 때 성실하게 일을 하지 않아서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강제로 보직을 맡겼을 때는 울며 겨자 먹기로 했는데 학교 사정을 설명하고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교사들도 다 들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아무개 교사가 담임을 몇년간 했으니 올해는 쉬게 하자’, ‘과별로 담임 보직을 자발적으로 희망해 달라’, ‘그동안 내가 비교적 쉬운 보직을 맡았으니 올해는 다른 일을 하겠다’는 식으로 서로 배려하고 조정해 나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실제 이 학교에서는 이렇게 규정을 바꾼 뒤 인사 결과에 대한 교사들의 이의제기가 한 건도 없었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학교로부터 전보발령 받은 교사들
“부당하다” 학교와 갈등 빚기도 사립학교법·재단 정관 따른 인사위
뚜렷한 이유 없이 잦은 전보 내기도
운영지침 제각각에 혼란 빚는 상황도
법률적 제재나 교육청 강제 수단 없어 얼마 전 서울 동국대부속고등학교는 세월호 추모글을 동료 교사들에게 회람한 정아무개 교사와, 노동문제를 다룬 드라마 <송곳>의 장면을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보여준 김아무개 교사를 학교장 경고에 따라 인사이동 조처했다. 서면 경고의 근거는 두 교사 모두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성실 의무와 제57조 복종의 의무 위반이었다. 교사들은 “학교에서 법적 절차상 문제가 없도록 인사위원회(이하 인사위)를 꾸리고 회의록을 남기는 등 형식은 갖췄다”며 “하지만 재단 내 중등학교 인사자문위(이하 자문위)에서 사전에 인사를 결정하고 인사위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식”이라고 말했다. 재단 자문위는 재단 내 5개 학교 교장과 재단 사무처장으로 구성돼 있다. 교사들은 “한마디로 교장들이 모여서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보내고 다른 학교에서 원하는 사람을 데려오는 ‘딜’을 한다”고 주장했다. 교내 인사위에서 심의를 거쳐 교장에게 인사 안건을 건네는 게 아니라 거꾸로 교장이 재단 자문위 결과를 통보하고 인사위에서 그대로 처리하는 방식이라는 의미다. 당시 이 학교 인사위는 교감이 위원장을 맡고 교장이 임명한 교무부장·연구부장· 생활지도부장·법사(종립학교 특성상 법사 근무)와 남교사와 여교사 대표 각각 한명(선출이 아니라 최고 연장자로 지정), 1~2학년 통합 대표 한명, 3학년 부장으로 꾸려졌다. 이들 가운데 실질적으로 교사들이 선출할 수 있는 사람은 1~2학년 통합 대표 한명뿐이었다. 정 교사는 “학교에서 내리는 징계나 경고가 교장 눈 밖에 난 교사만 대상으로 이뤄지는 게 문제”라며 “실제 비슷한 행동을 해도 특정 교사만 찍어서 경고한다. 사립에서는 돈을 횡령하거나 비리를 저지른 것보다 관리자에 대한 괘씸죄가 가장 무섭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부당하고 일방적인 인사 때문에 교사들은 새 학기를 앞두고 늘 불안하고 고통스럽다. 사립학교는 독립된 단위학교다. 재단으로 묶여 있다 뿐이지 학교 간 전보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라고 말했다. “학교에 과원이 생길 경우 교육청에서 공립학교에 특별채용 형식으로 받아줘야 한다. 학교 간 인사교류는 교원이 희망하거나 피치 못할 경우가 아닌 이상 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현재 학교를 상대로 부당전보 무효 확인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번 일에 대해 동대부고 쪽은 “할 말이 없다.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법률상 세부 지침 없어 인사위 운영 천차만별 사립학교 교원 인사는 사립학교법과 각 재단의 정관에 따라 인사위를 구성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세부 지침이나 기준이 따로 없다 보니 인사위원 구성이나 심의 절차 등 인사위 규정이 학교마다 천차만별이다. 교사가 인사 결과가 부당하다고 느낄 경우 심의를 요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교사 개인이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에 소청을 청구하거나 학교와 소송을 하는 수밖에 없다.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지난해 5월 모든 사립학교에 공문을 보내 인사위 세부 항목이나 심의 내용 등을 조사했다”며 “모든 학교가 인사위를 구성하고 있었지만 일부에서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법률상 사립학교 경영자에게 재량권을 많이 주는 상황이라 외부적 제약이 쉽지 않다. 현재 인사담당자 대상 연수에서 인사위 운영에 대해 안내하고 가급적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민주적으로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보를 포함한 전반적인 교원 인사는 일단 교사 당사자의 의사를 물은 뒤 교내 인사위에서 심의한다. 자문기구인 공립학교 인사위보다 심의기구인 사립학교 인사위 권한이 오히려 더 큰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교장이 인사위원 전원을 임명해, ‘거수기 구실’만 하는 학교도 있다. 실제 부당 인사가 일어나도 학교에 법적인 제재를 가하거나 교육청 차원에서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전북 군산영광여고 김영진 교사는 지난달 학교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비슷한 근무경력의 동료 교사들에 비해 뚜렷한 이유 없이 잦은 전보를 내리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이유에서다. 김 교사는 올해 영광여고에서 영광중으로 전보 발령이 났다. 이 학교 인사위 규정은 학교장이 인사위원을 임명하도록 돼 있다. 김 교사는 “인사위가 이미 학교장의 입맛에 맞는 이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심의가 이뤄진다고 볼 수 없다”며 “학교장과 재단의 전횡과 독단을 규제하라고 인사위를 심의기구로 뒀지만 객관적 평가기준이 없어 해마다 인사 결과에 대한 불만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현철 영광여고 교장은 “인사위가 담임, 부장 보직이나 재단 내 중·고등학교 간 교사 교류 모두 교장한테 권한을 위임했다. 이번 인사는 절차상 문제가 없는 정기인사였다”며 “사립학교법이나 정관에 위배되는 부분이 있다면 고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건 학교의 의무다. 김 교사의 인사는 신분상 불이익이 없고, 본인이 중학교에서 근무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특별한 이유도 없어 보인다.” 전북도교육청 교원인사과 관계자는 “보통 교사들의 추천을 받아서 인사위를 꾸리고 교장에게 제청하는 식이다. 하지만 사립학교마다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인사위 규정이나 절차를 명확히 하고 이를 따르지 않았다면 그 인사를 번복하라고 권고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인사 자체를 원천적으로 무효화하라고 강제할 권한은 없다.” 현재 전북도교육청은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교원인사위 규정 표준안을 만드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사립학교법인협의회에서 주도하고 교육청에서 법률적 검토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표준안이 만들어지면 각 학교에 보내 법인의 설립이념이나 정관에 맞춰 규정을 정비한 뒤 학교와 교육청 누리집에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사 당사자-교사, 사전 협의해 불만 줄여 인사위 운영과 관련한 법적 규제가 약하다 보니 인사위 세부 규정 자체가 없거나 있더라도 유명무실한 사립학교가 여전히 많다. 규정이 있더라도 교사들은 그 내용을 제대로 모르고 교장이 일방적으로 인사위원을 임명한 뒤 회의록에 필요한 내용만 남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학교 차원에서 인사위를 열기 전 당사자에게 동의를 구하고 구성원들 간 사전 합의를 통해 ‘인사 불만’을 없앤 사례도 있다. 지방의 한 고등학교는 교사와 관리자들이 함께 인사위 규정을 만들어 합리적인 인사가 이뤄지도록 했다. “사실 처음에는 인사위 규정 자체가 없었고 대부분 정실인사, 파행인사가 이뤄졌었다. 지금의 인사위 형태는 교사들의 오랜 투쟁의 결과다. 내부에서 이런 식으로 운영하면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생기고 교사 90%가 인사 결과를 거부하면서 학교 쪽과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쳤다.” 이 학교 이아무개 교사의 말이다. 이 학교는 사립이지만 재단 내 단일학교라 교내 인사에 대한 교사들의 불만이 많았다. 예전에는 교장이 부장이나 담임 보직을 당일 아침에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 교사는 “교사들은 교장의 인사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인사위 규정을 세부화하고 재심 절차를 만들었다. 다수 교사가 요구하다 보니 교장도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인사위원 구성을 총 6명으로 하되, 전체 교사들이 9명을 먼저 선출한다. 이 가운데 다득표자 상위 3명을 선정하고 나머지는 6명 가운데 3명을 교장이 선임한다. 교사 스스로 원치 않는 경우 인사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인사권자인 교장·교감이 직접 교사에게 인사를 의뢰하며 당위성을 설명하고 본인이 동의하면 맡긴다. 학교 입장에서도 교사가 원치 않은 일을 맡았을 때 성실하게 일을 하지 않아서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강제로 보직을 맡겼을 때는 울며 겨자 먹기로 했는데 학교 사정을 설명하고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교사들도 다 들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아무개 교사가 담임을 몇년간 했으니 올해는 쉬게 하자’, ‘과별로 담임 보직을 자발적으로 희망해 달라’, ‘그동안 내가 비교적 쉬운 보직을 맡았으니 올해는 다른 일을 하겠다’는 식으로 서로 배려하고 조정해 나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실제 이 학교에서는 이렇게 규정을 바꾼 뒤 인사 결과에 대한 교사들의 이의제기가 한 건도 없었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