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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일반고에도 ‘청소년 소논문’ 바람 솔솔

등록 2016-03-14 20:32수정 2016-03-14 20:32

서울 구로구 고척고 학생들이 소논문 쓰기 활동을 한 뒤 친구들 앞에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고척고 제공
서울 구로구 고척고 학생들이 소논문 쓰기 활동을 한 뒤 친구들 앞에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고척고 제공
고교생 논문 쓰기 교육
올해 이화여대 사회과학부에 입학한 한수민씨는 지난 2월 서울 보성여고를 졸업하면서 졸업장만큼 고이 간직하게 된 게 있다. 고1 여름방학 때부터 고2 때까지 약 1년 동안 공들여 쓴 소논문 <고등학교 선택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관한 연구>이다. 주제를 ‘일반 심리’ 분야에서 ‘교육심리’로 수정하는 일부터 기존 연구자료를 분석하고, 주변 학교 학생·학부모들을 인터뷰하는 과정까지 여러모로 공이 많이 들어갔다. 학교 유은혜 사서교사가 운영한 소논문반 프로그램이 아니었으면 경험하기 어려운 활동이었다.

“고교생이 무슨 논문이야?” 잘 모르는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조사 및 연구활동을 하고, 이에 대한 보고서나 논문을 쓰는 활동인 ‘알앤이’(R&E, research&education) 등은 요즘 고교생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끌고 있다.

특목고 전유물로 여겨졌던 논문
일반고교도 관련 대회 등 열어

보성여고·고척고 등 몇몇 학교
주제선정-연구-발표 프로그램 운영도
용산구는 지자체·대학·고교 손잡고
‘전공심화 프로그램’으로 교육 진행
교사들 “교육 모범사례 알려졌으면”

몇 년 전만 해도 소논문은 외국어고, 국제고, 과학고, 영재학교 등 ‘특목고’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일반고들도 소논문 관련 대회를 여는 등 관심이 급격히 늘었다. 대입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 주목을 받고 학생부에 교내 스펙만 기재가 가능해지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문제는 ‘수상기록’에만 방점을 찍고, 대회를 여는 데만 바쁜 학교들도 있다는 점이다. 관련 교육을 해도 한두 시간 정도로 그치고, 학생이 알아서 논문을 써와야 하는 경우도 많다.

보성여고는 학교도서관을 중심으로 소논문 쓰기 활동을 활성화한 일반고 사례다. 이 학교에는 유 사서교사(<고등학생 소논문 쓰기 워크북> 등 공동저자)를 중심축으로 하는 소논문반이 있다. 주제 선정부터 계획 세우기, 목차 및 내용 작성, 초록 요약, 편집 등 논문 쓰기의 모든 과정에 걸쳐 교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생들한테는 문제해결력, 논리력, 사고력 등을 기르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논문 첨삭과 수정이 꾸준히 진행되고, 친구들 앞에서 논문 발표 및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도 있기 때문에 학생들한테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활동이다.

서울 고척고도 소논문쓰기 교육을 5년째 해오고 있다. 4월께, 1·2학년 학생들 가운데 같은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 4~6명씩 팀을 꾸려 연구계획서를 내면 약 10팀을 선정해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학교 쪽은 학생들이 초기 주제 선정부터 11월께 이루어지는 발표회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3년 동안은 팀별로 전담 지도교사 한 명과 대학에서 초빙한 교수 등이 도움을 줬지만 이제는 각 과목 교사들이 직접 지도교수 구실을 한다. 소논문쓰기 교육과 관련해 전체를 총괄하는 교사 한 명이 있고, 각 팀의 주제와 맞게 국어 관련 주제를 낸 팀은 국어교사가, 과학 주제를 낸 팀은 과학교사가 지도교사 구실을 하는 식이다.

고척고 최태상 교사는 “어른들이 개입해서 논문의 완성도를 높일 수도 있겠지만 교사가 적절한 선에서 조언을 주고 아이들이 최대한 스스로 완성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졌던 부분에 대해 실험, 실습, 설문조사 등을 기초로 다양한 연구를 해보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과정’에 방점을 찍는 교육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팀 단위로 준비하기 때문에 친구들끼리 갈등상황을 경험하면서 의견을 조율하고 협력하는 법도 배울 수 있다. 진로에 대해 생각할 기회도 생긴다. 단순히 ‘생물학자가 되고 싶다’가 아니라, 생물학 안에 어떤 전공이 있고, 그 전공을 선택하면 어떤 탐구활동을 한다는 것도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다.”

학생들은 “소논문 쓰기 활동을 하면 그 결과로 대학 진학 때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걸 얻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교내 소논문 쓰기 대회에서 <폐건전지 속 중금속이 식물에 미치는 영향 및 생물흡착제의 효율성 비교에 관한 연구>로 대상을 수상한 고척고 3학년 정은혜양은 “실험을 딱 하나 해놓고 ‘이렇게 결론을 이끌어내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다. 오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논문 제출 기한 전까지 여러 번 다시 해야만 했다. 다양한 실패 경험이 쌓였다. 그것 자체가 공부였다”고 했다.

일반고교와 지자체, 대학이 손잡고 소논문 쓰기 관련 교육에 힘쓰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서울 용산구 내 일반고 7곳은 용산구청, 용산구 소재 대학인 숙명여대와 손잡고 진행하는 ‘전공심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소논문을 써볼 기회를 주고 있다. 보성여고 조수형 연구부장은 “학생들이 소논문 등을 써보면서 자신이 전공하게 될 분야에서 탐구활동 등을 해보면 좋을 텐데 지자체와 대학이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좋겠다 싶어 제안을 해봤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과 관련해 용산구청은 연간 사업비 약 9000만원을, 숙명여대는 약 3000만원과 함께 학생들이 학교의 강사·연구원 강의를 들을 수 있게 지원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논문 쓰기 교육을 하는 학교는 소수다. 경기도 한 일반고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최아무개씨는 “2학년에 올라간 아이가 학교에서 논문대회를 연다고 해서 참여해보라고 권유했더니, ‘나 논문학원까지 보내줄 수 있어?’ 이렇게 묻더라. 학교에서 논문 쓰기에 대해 잘 가르쳐주진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렇게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경우, 정작 학생들은 사교육이나 부모님 손에 의존해 자기 이름만 내건 소논문을 작성하고 스펙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학부모 정아무개씨는 “그 과정에서 아이들답지 않은 논문이 나오는 것도 많이 봤다”며 “부모가 대학이나 연구소 쪽에 아는 인맥이 있으면 대필을 부탁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서울의 한 일반고에 다니는 정아무개 교사는 “이런 교육이 의미가 있다는 건 공감하는데 아직은 정보가 많지 않다. 교육청 단위로 소논문 관련 연수들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좀더 체계적이고 다양한 교사 대상 교육도 필요하다”고 했다. 또 “소논문 쓰기 교육 등은 여전히 이공계 쪽에서 많이 시도하는데 일반계고 가운데 문과에서 시도한 좋은 사례들이 많이 알려지고 정보가 축적되면 좋겠다”고 했다.

김청연 <함께하는 교육>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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