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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강남 학부모들 “서울대는 ‘학교 쿼터’가 있다더라”

등록 2016-03-16 21:32수정 2016-03-17 11:19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튿날인 지난해 11월13일 서울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한 입시교육기관이 연 대입설명회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튿날인 지난해 11월13일 서울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한 입시교육기관이 연 대입설명회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학생부의 배신…불평등 입시 보고서]
(1) ‘죽음의 육각형’ 입시

<한겨레>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교육의 목표가 현행 대학 입시제도에서 왜 실패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1회에서는 입시 제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서울대의 입학전형과 합격자 현황을 분석해, 특정 계층·학교로의 쏠림현상을 부추기는 입시 구조의 문제를 점검한다. 2회와 3회는 각각 특목고·자사고와 일반고로 서열화된 고교 체제가 이런 입시 제도와 상호작용하며 학교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모습을 살핀다. 4회는 입시 개선과 고교 체제 개편에 대한 해법을 모색한다.

군 지역 출신 서울대 수시합격 비율 11년만에 절반으로 ‘뚝’

“서울대에 각계각층의 사람이 모여야 한다.”

2002년 7월 정운찬 당시 서울대 총장은 서울대 입학 정원의 일부를 인구 비례에 따라 지역에 할당하는 ‘지역별 할당제’가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우수 학생 선점에만 급급해온 한국 대학이 특정 지역과 계층에 교육 기회가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무에 눈을 돌린 계기였다.

서울대는 2005학년도 입시에서 한국 대학 가운데 최초로 지역에서 일정 비율을 뽑는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을 실시했고, 전년도에 서울대 합격자를 단 한명도 내지 못했던 26개 군 지역에서 합격생이 배출됐다. 당시 서울대가 발표한 ‘2005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결과’ 자료를 보면, 전국 89개 군 지역 가운데 서울대에 합격자를 낸 곳은 모두 40개 군이었다. 2004학년도 수시모집 인원의 3.7%였던 군 지역 출신 합격자도 5.7%로 크게 늘었다.

서울대 합격자 중에서 군 지역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
서울대 합격자 중에서 군 지역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
하지만 2016학년도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은 이 전형 도입 이전 수준으로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는 올해 수시모집에서 서울대에 합격자를 낸 군 지역이 89곳 가운데 39곳이라고 밝혔지만, 민족사관고(횡성군) 등 군 지역에 있는 특목고·자사고를 제외할 경우 일반고가 있는 군 지역에서 합격자가 나온 곳은 28곳에 그쳤다. 군 지역 출신 합격자도 역대 최저치인 2.5%에 불과했다. 사실상 지균은 껍데기만 남은 셈이다. 일반고의 비중 역시 추세적으로 줄어들어 올해는 51.9%에 그쳤다.

■ “서울대에는 ‘학교 쿼터’가 있다?”

강남의 학부모들 사이에는 “서울대는 학교 쿼터가 있다”는 말이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강남구 대치동에 살면서 첫째를 최상위권 외고에 보내고 올해 중1이 된 둘째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 ㄱ씨는 대치동 학원들이 여는 입시설명회에서 ‘학교 쿼터’에 대한 이야기를 수시로 듣는다고 전했다. 그는 “학원들이 ‘서울대는 어느 고등학교를 선호해서 쿼터를 갖고 있다’고 말하며 도표까지 만들어서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강남지역 학부모 ㄴ씨는 “대치동 학원에는 학교별 내신 대비반이 개설되는데 ㅇ고는 개설이 안 됐다”며 “같은 강남 일반고라도 서연고(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많이 넣는 학교들은 정해져 있더라”고 말했다. ㅇ고는 2016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서초구에 있는 8개 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합격자를 한명도 내지 못한 곳이다.

2005년 ‘지역별 할당제’ 최초 시도
올해 군출신 수시합격자 2.5% 최저
지역균형전형 사실상 껍데기만 남아

비강남 학교들, 진학상담 등 변화에도
서울대 합격 줄어 “역차별 당하는 것”
강남선 “서울대 학교쿼터 있어” 소문

지역균형 선발만 수능등급 커트라인
작년 2등급 2개영역서 3개로 더 강화
‘개천서 용’ 나는 길 차단하는 꼴

■ 흙수저 학교 “우린 역차별당한다”

서울 동작구의 한 공립고등학교는 매년 9월 대학들의 수시모집을 앞두고 대학별 면접 대비반을 개설해 교사들이 집중 코칭을 한다. 고3 수시모집이 마무리될 무렵엔 여유가 생긴 고3 담임들이 수험생을 지도한 노하우를 살려 1·2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1인당 30~40분 정도씩 진학 컨설팅을 한다.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에 4차례 ‘진로진학 워크숍’도 진행한다. 자율학습에 진로 탐색 과정을 연계해 진로 관련 책을 구입해 소감문을 쓰고 이를 학생부에 기록하는 ‘진로 연계 자기주도학습 캠프’ 같은 프로그램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노력해도 서울대 합격생 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학교의 경우 이 같은 교육활동이 시작된 2012학년도 서울대 합격생 수가 2명이었는데, 올해는 1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 학교의 진학 담당 교사는 “대학들이 학교 급을 공공연하게 따진다. 우리 학교 내신 2등급대는 떨어지는데 좋은 지역에 있는 학생은 2등급이어도 붙는다”며 “학교 때문에 우리 애들이 역차별을 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2013·2016 고교 유형별 합격자 현황
서울대 2013·2016 고교 유형별 합격자 현황

■ “서울대 합격자 수는 여전히 0명”

금천구는 2010년 7월 차성수 구청장이 취임한 이후 교육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며 교육사업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2010학년도와 2015학년도 수능 성적을 비교하면 금천구는 25개 자치구 가운데 최하위권(7~9등급) 학생 감소율이 1위였다. 중위권(3~5등급) 학생 증가율도 4.6%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1위였다. 금천구청의 교육지원사업이 교육 소외 계층의 교육기회 확대에 성과를 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지난해 종로학원하늘교육이 발표한 서울 25개 자치구별 서울대 합격자 수 순위에서 금천구는 ‘꼴찌’(4명)를 차지했다.

금천구의 독산고는 2012년 김홍섭 교장 취임 이후, 한 해 50여명에 달하던 자퇴생이 3년 만에 10여명으로 크게 줄었다. 1지망을 쓰고 오는 학생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기피 대상이었던 학교는 3년 만에 1지망을 쓰고도 떨어지는 인기 학교로 변했다. 하지만 서울대 합격자 수는 변하지 않았다. 독산고는 최근 5년 사이 2013학년도 1명의 수시 합격자를 낸 것 외에는 한명의 서울대 합격자도 내지 못했다. 지난해 퇴임한 김 교장은 “학교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아졌지만, 스카이(서울대·고려대·연세대) 가는 숫자는 여전히 적다”고 말했다.

■ 또 하나의 장벽, 수능 최저학력기준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흙수저 학생들을 배제하는 또 다른 장치다. 서울대는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에만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두고 있다.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수시모집 일반전형에는 없다. “2개 영역 2등급 이상 정도는 맞춰야 서울대 갈 실력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오창민 금천구 동일여고 진학 담당 교사는 “3년 내내 수능만 준비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 학생들은 교과 성적에, 비교과 활동까지 챙겨야 해서 수능에 올인을 할 수가 없다”며 “결국 제한된 시간 안에 사교육을 통해 수능 점수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여건에 있는 학생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서울대는 지난해 입시부터 지역균형선발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기존 ‘2개 영역 2등급 이상’에서 ‘3개 영역 2등급 이상’으로 강화했다. 박근혜 정부가 2013년 대입 간소화 정책을 발표할 당시 “2015학년도 입시부터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폐지하라”고 권고했으나, 서울대는 오히려 이런 방침에 역행한 것이다. 이는 2005학년도 지역균형선발전형을 도입한 이후 가장 엄격한 기준이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군 지역 출신고 학생이 줄어든 것과 관련해 “2016학년도 입시는 지역균형선발전형 모집인원도 가장 적었고,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강화된 상태라 여러가지 환경이 좋지 않았다”며 “올해는 지역균형선발전형 모집인원이 50명 더 늘어나고, 한국사가 절대평가로 치러지기 때문에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관련기사]
▶[단독] ‘금수저 고교’ 서울대 독식 더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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