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침해 심각
‘사교육걱정’ 전국 10개 지역 조사
‘사교육걱정’ 전국 10개 지역 조사
“○○고 2학년 진○○ 강제퇴원 확정: 규정에 의거해 경고 2회를 받아 퇴원 조치되었음을 공지합니다. 사유: 언제까지 시간이 없다고 할래??? 변명하기 급급해하며 너 자신조차 속이지 말고 빨리 현실을 직시하고 정신 차려라!!!”(경기도 평촌 ㅅ학원 게시판)
서울 강남과 경기 성남시 분당 등 10개 지역 학원가에서 학생의 신상정보와 강제퇴원 사유를 공개하며 다른 학생들의 학습을 독려하는 등 개인의 인격과 명예를 훼손하는 ‘나쁜 광고’가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이 지난 2월 한 달간 서울 강남·노원·목동 및 경기도 분당·수원·안양·일산, 부산·대전·광주 등 전국 10개 지역의 학원가에서 합격 현수막, 선행교육 광고, 학원 게시물을 점검한 결과 비교육적인 ‘나쁜 광고’ 400여개를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학생 개인 성적 게시 250여건, 공교육정상화법에서 금지한 선행교육 광고 100여건 및 기타 50여건 등이다.
특히 학원 영업에 학생들의 실명·학교명·학년 등 개인정보를 활용하고, 학생들을 조롱하고 공포심을 조장하는 방식이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걱정은 “수업 태도 불량, 과제 미제출, 지각 등 학생의 학습 일상까지 낱낱이 공개하며 강제퇴원을 시키고 실명을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학원은 강제퇴원 공지문에 “수능까지 달리든가, 중도포기로 깔아주든가, 선택은 네가 하렴” 같은 문구를 달았다.
목동의 일부 학원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성취도평가 점수 순서로 줄세워 이름·학교·학년·점수를 게시판에 공개하기도 했다. 중·고교 학원의 경우 외벽에 설치한 광고용 전광판에 학생의 이름·학교·점수·등급을 공개하며 학원을 홍보하는 경우도 많았다. 내신·학력평가로 받은 개인 성적표를 그대로 노출시키거나, 중학교에서 공개하지 않는 전교 석차를 임의로 가공해 학원 게시판에 공개한 경우도 많았다. 목동 ㅂ학원은 대입에 합격한 한 원생의 명단을 현수막에 내걸면서 ‘탈북학생’이라고 표기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사교육걱정은 “학원들이 홍보와 영업을 위해 학생들의 인권을 내팽개치고 있다”며 “사교육기관에서 학생들이 아무렇게나 취급받고 있는 실태가 학생·학부모·시민들이 생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단체는 학원 쪽에 ‘나쁜 광고’의 철거를 요구하는 한편, 사진 증거들을 모아 교육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아울러 교육부에 학생인권 침해 광고를 금지하고 처벌조항을 마련하도록 학원법(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을 촉구하기로 했다. 각 시·도 교육청에는 학원의 인권침해 광고 규제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지도점검 항목에 광고 규제를 추가할 것 등을 요구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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