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마법에 걸린 ‘엄지아저씨’
언제부터인가 어린이책에 정감있는 캐릭터가 사라졌다. 외국 번역책엔 가끔 등장하지만, 대부분 유명세에 무임승차한 성격이 강하고, 우리 어린이 정서에도 잘 맞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손가락 아저씨>에 등장하는 ‘손가락 아저씨’ 캐릭터는 신선하고 반갑다. 손가락 아저씨 캐릭터는 이름처럼 엄지 손가락 지문에 눈, 코, 입을 그려놓고 손과 발을 붙여 만들었다. 엉성한 모자도 걸쳤다. 생김새도 신기하지만 움직일 때마다 달라지는 표정 또한 재미있다. 길에 호박떡을 우연히 발견했을 땐 흐뭇한 미소를 짓다가, 붕어, 송아지 ,고양이가 나눠먹자고 달려들 땐 “안돼”라며 욕심많은 표정으로 돌변한다. 까치가 쫓아올 땐 “메롱” 혀까지 낼름거린다. 호박떡의 주인인 토끼를 만나고, 뒤이어 “욕심쟁이”라며 구름이 때리고, 까치가 덤벼들고, 고양이가 달려들 땐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압권은 허둥지둥 도망가다가 시냇물에 퐁당 뛰어들었더니 커다란 붕어가 뻐금뻐금 다가오자 모자가 하늘로 붕 뜰 정도로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질겁한 표정이다.
내용을 따져보자면 맛있는 것을 혼자 다 차지하려는 손가락 아저씨의 모습을 통해 욕심 부리지 않고 함께 나눠먹는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런 교훈이 명확하게 제시되기보다는 그림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끊임없이 생기는 욕심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그 욕심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손가락이라는 의미에서 욕심쟁이 손가락 아저씨를 사람의 손가락을 찍어 표현한 발상은 아이들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데 더할나위 없이 적절해 보인다. 조은수 글, 김선배 그림. -한솔교육/8500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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