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통폐합으로 거듭난 속리산중
신서진양은 올해 청성초등학교(충북 옥천군 청성면 소재)를 졸업했다. 6학년 8명 가운데 혼자 여자였다. 중학교 입학 전 덜컥 겁이 났다. 신양이 다니게 된 속리산중은 남녀공학인데다 학생 수도 많았고, 초등학교에서 남자애들이랑만 지내왔기 때문에 여자애들과 못 어울릴까 봐 무서웠다.
“초등학교 때 학생 수가 적어서 친화력도 떨어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중학교에 가니 나처럼 혼자 온 애들도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친해졌다. 선배들과 한방을 쓰는 것도 걱정했는데 오히려 먼저 말 걸어주고 이것저것 알려줘 안심이 됐다.”
충북 보은 삼승면에 위치한 속리산중은 전국최초 기숙형 공립중이다. 2011년 속리중, 내북중, 원남중을 합쳐 새로 개교했다. 반경 20킬로미터 이내 학생은 누구든 입학할 수 있다.
규모가 작다고 무조건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본인이 다니던 학교가 사라지면 다른 지역에 있는 학교로 옮겨야 해서 통학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지만 속리산중은 통폐합을 하면서 ‘기숙형 공립중’으로 탈바꿈해 이런 문제들을 해결했다. 지원금을 받아 다양한 특화 프로그램까지 운영하자 찾아오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시골의 경우, 집과 학교 사이의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아 방과후 수업에 참여하기도 힘들고 문화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여건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저녁에는 오케스트라나 미술부 등 학생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배울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강사비나 교재비가 따로 들지 않는다. 학교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이옥영 수석교사는 “이런 시스템을 갖추려면 사실 예산이 많이 든다. 통폐합하면서 교육부 지원도 받았고 학교마다 운영비의 차이는 있지만 3개 학교 운영할 돈을 한곳에 모아서 집중해 운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어울릴 수 있는 시간도 많고 선배들이랑 함께 공부도 하고 학교생활 하는 데 도움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중에 학교에서 아이들을 보살펴주기 때문에 학부모 만족도도 크다. 다만, 심화학습을 시키려는 일부 상위그룹 부모들은 학교 프로그램만으로 충족이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인성교육까지 책임지고 사교육에 대한 압박감이나 부담이 덜하다는 면에서 장점이 더 크다고 본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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