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가 들지 않고, 미래 직업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경찰대나 사관학교로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이 학교들은 진출 분야가 뚜렷하기 때문에 더 깊이 있는 진로진학 탐색이 필요하다. 사진은 각각 공군사관학교(왼쪽), 해군사관학교(오른쪽) 졸업 및 임관식 때 졸업생들의 모습이다. 왼쪽 사진은 김종수 기자, 오른쪽은 해군사관학교 제공
경찰대·사관학교 입시준비법
“장교가 되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멋지잖아요. 요즘 취업도 어렵다고 하고, 제 적성과도 맞을 것 같더라고요.”
‘경찰’, ‘군인’ 등 제복을 입는 직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학생들이 많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언론에서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영향이 있다고 호들갑이지만 현장 교사들은 “경찰대와 사관학교 인기는 올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른바 ‘특수대학’이라 불리는 이 학교들은 학비가 전액 무료고, 졸업을 하면 경찰 간부 및 군 장교로 장래가 보장된다는 점에서 매년 높은 지원 경쟁률을 보여왔다. 원서접수가 이달부터 시작되면서 고3 수험생들의 관심이 뜨겁지만 고교 1, 2학년 학생들도 내년, 내후년 대비를 위해 특수 대학들의 입시가 어떤 흐름으로 진행되는지 큰 관심을 보인다.
학비 부담 없고 직업 보장
경찰·군인 등 꿈꾸는 학생 많아 모의고사 2등급 수준에 진로 명확하면
사관학교도 고민해볼 수 있어
합격해도 일반대학 지원 가능하니 수시·정시 준비 병행하며 준비해야
9월께 체력검사, 여름 건강관리 중요해 경찰대 제외하곤 수능 반영 줄이는 추세 경찰대와 육군, 공군, 해군 등 사관학교들은 교육기관에 들어가지만 일반 대학과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4년제 일반 대학이 대체로 일괄합산전형과 2단계 단계별 전형 위주로 학생을 선발한다면 경찰대와 사관학교는 3차 전형을 실시한다. 특수 대학 가운데서도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많이 간다는 경찰대학은 1차 국어·영어·수학 시험으로 모집정원의 4배수를 선발하고, 2차 면접과 체력검사, 인·적성검사, 신체검사, 3차 1, 2차 성적에 수능과 학생부 성적을 합산해 최종합격자를 가린다. 1차 성적이 3차까지 따라다닌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이 결코 적지 않다. 1차 시험은 수능보다 어렵다. 경찰대 3학년에 재학중인 박아무개씨는 “수학은 문과 친구한테 특히 더 어렵고, 영어도 텝스와 비슷한 유형이라 어려운 단어들이 많이 나온다”고 했다. 사관학교에 진학할 때도 국어·영어·수학으로 이루어진 1차 시험은 중요한 요소다. 모든 사관학교가 공통적으로 1차 시험 성적을 최종까지 합산해 반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사관학교들은 수능시험 반영을 축소하는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공군사관학교는 수능 성적을 아예 반영 안 하기로 했고, 육군사관학교도 모집 정원의 50%를 선발하는 정시선발에서만 수능을 60% 반영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따라서 1차 시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해군사관학교도 수능시험 이전에 최종합격자를 선발하는 특별전형 비율을 30%까지 확대했다. 특별전형 선발은 고교별 2명 이내에서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인원을 대상으로 1차 시험과 서류평가, 2차 시험 성적만을 종합하여 수능 이전에 최종합격자를 선발하는 제도다. 특별전형으로 선발되지 못한 학생은 일반전형으로 자동 전환하여 응시된다. 해군사관학교 이경선 평가관리실장(중령)은 “고교 선생님들이 학생을 3년 동안 지켜보고 잘할 거라는 믿음으로 추천한 학생들이 특별전형에 원서를 낼 수 있다. 예년 결과를 보면 실제로 성실하고 가능성 있는 학생들이 들어왔다는 판단이 서서 지난해 20%에서 올해 30%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해군사관학교는 올해 처음으로 수시선발 제도도 도입해 모집정원의 40%를 선발할 예정이기도 하다. 이 중령은 “입학 의지가 뚜렷하고 능력 있는 학생들이 수능에 대한 부담을 일찍 덜고, 입교에 필요한 준비 기간을 충분히 갖도록 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했다.
특수 대학들이 이렇게 수능을 줄이는 분위기를 보이는 건 4년제 대학 입시에서 수시가 70% 가까운 비중으로 늘어난 영향도 크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특수 대학들도 일반 4년제와 경쟁해야 할 텐데 수시가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학생들이 수능 대비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크다”며 “어차피 수능과 비슷한 시험을 1차에서 치르니 굳이 이중 부담을 안 주겠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특수 대학 입학을 고민할 때는 학교별 기준점이 다른 내신보다는 수능 모의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삼는 게 좋다. 인천제일고 임병훈 3학년 부장은 “사관학교에 진학하려면 일반적으로 수능 약 2등급은 나와야 한다”며 “1차 시험이 워낙 중요하고 면접 및 체력검사 등도 있어서 내신이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2등급 중반은 나와주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과생 경찰대 진학,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특수 대학 진학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당연히 이 분야가 내 적성에 맞느냐를 보는 것이다. 단순히 ‘제복에 끌려서’, ‘직업 안정성 때문에’ 등의 이유보다는 경찰이나 군인 등 공무직이 자신의 성향과 잘 맞는지 등을 현실적으로 판단해보는 게 좋다. 모든 특수 대학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과 규율 등에 잘 적응할 수 있어야 하고, 경찰, 군인 등의 직업 분야에 대한 사명감, 책임감 등도 있어야 한다. 임병훈 부장은 “이 분야 특수성상 명확한 신념이나 목표의식 등이 있어야 장기적으로 미래가 보장된다”며 “현실적으로도 단체생활이나 엄격한 규율 등을 감수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야지 제복에 대한 매력, 유행 등에 따라 섣불리 판단해서는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많은 학생들이 진학을 꿈꾸는 경찰대에 들어가고 난 뒤 후회하는 사례도 있다. 특히 이과 학생들이 경찰대에 갔을 때 이런 일이 많다. 아무래도 법, 행정 등 문과 관련 과목을 많이 공부하게 되는데 이과생들한테 이런 과목이 잘 안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대 박아무개씨는 “부모한테 떠밀려서 왔거나 의대 등에 떨어질 걸 대비해서 또는 직업 안정성 등을 고려해서 온 친구들 가운데 공부를 해보고 ‘이건 아니다’ 싶어 진로 변경을 고민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7월말 1차 시험, 수능 병행해 준비 박차 가해야
“군 장교가 정말 되고 싶은데 모의고사 3등급 수준입니다. 어느새 원서를 넣는 6월이 다 되었는데 포기하고 목표를 바꾸는 게 낫겠죠?”
이렇게 꿈은 확고하지만 성적이 받쳐주지 않아 고민하는 수험생도 많다. 이 시점이 아주 늦은 건 아니다. 유성룡 소장은 “정말 꿈이 있다면 7월까지 바짝 준비를 해봐도 된다”고 조언했다. 경찰대 1차 시험은 7월23일, 사관학교 1차 시험은 7월30일인데 시험 성격 자체가 수능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정시 대비도 할 겸 바짝 준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다. 중요한 건 최근 5개년 기출문제 등을 정말 꼼꼼하게 풀어보는 것이다.
특수 대학들은 지원자 나이를 제한하는 등 지원자격도 까다로운 편이라 이 부분도 챙길 필요가 있다. 사관학교의 경우 1996년 3월2일부터 2000년 3월1일 사이에 출생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미혼 남녀로서 군인사법에 의한 결격 사유가 없어야 지원이 가능하다. 또한 일정 기준의 신체 및 체력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경찰대나 사관학교 모두 9월 중에 체력검사 등을 치르기 때문에 여름 시기에 체력관리를 잘해둬야 한다.
특수 대학들의 전형 기간은 입학원서 접수부터 합격자 발표까지 무려 6개월 정도가 걸린다. 긴 시간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과도하게 에너지를 낭비할 수도 있다. 이 학교들은 4년제 일반 대학과 달리 수시·정시모집 지원 때 복수지원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들 학교에 지원했어도 4년제 일반 대학 수시·정시모집에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고, 동시에 합격했더라도 진학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4년제 대학 진학도 하나의 선택지로 놓고 그 준비도 소홀히 하지 않는 게 좋다.
김청연 <함께하는 교육> 기자 carax3@hanedui.com
경찰·군인 등 꿈꾸는 학생 많아 모의고사 2등급 수준에 진로 명확하면
사관학교도 고민해볼 수 있어
합격해도 일반대학 지원 가능하니 수시·정시 준비 병행하며 준비해야
9월께 체력검사, 여름 건강관리 중요해 경찰대 제외하곤 수능 반영 줄이는 추세 경찰대와 육군, 공군, 해군 등 사관학교들은 교육기관에 들어가지만 일반 대학과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4년제 일반 대학이 대체로 일괄합산전형과 2단계 단계별 전형 위주로 학생을 선발한다면 경찰대와 사관학교는 3차 전형을 실시한다. 특수 대학 가운데서도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많이 간다는 경찰대학은 1차 국어·영어·수학 시험으로 모집정원의 4배수를 선발하고, 2차 면접과 체력검사, 인·적성검사, 신체검사, 3차 1, 2차 성적에 수능과 학생부 성적을 합산해 최종합격자를 가린다. 1차 성적이 3차까지 따라다닌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이 결코 적지 않다. 1차 시험은 수능보다 어렵다. 경찰대 3학년에 재학중인 박아무개씨는 “수학은 문과 친구한테 특히 더 어렵고, 영어도 텝스와 비슷한 유형이라 어려운 단어들이 많이 나온다”고 했다. 사관학교에 진학할 때도 국어·영어·수학으로 이루어진 1차 시험은 중요한 요소다. 모든 사관학교가 공통적으로 1차 시험 성적을 최종까지 합산해 반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사관학교들은 수능시험 반영을 축소하는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공군사관학교는 수능 성적을 아예 반영 안 하기로 했고, 육군사관학교도 모집 정원의 50%를 선발하는 정시선발에서만 수능을 60% 반영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따라서 1차 시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해군사관학교도 수능시험 이전에 최종합격자를 선발하는 특별전형 비율을 30%까지 확대했다. 특별전형 선발은 고교별 2명 이내에서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인원을 대상으로 1차 시험과 서류평가, 2차 시험 성적만을 종합하여 수능 이전에 최종합격자를 선발하는 제도다. 특별전형으로 선발되지 못한 학생은 일반전형으로 자동 전환하여 응시된다. 해군사관학교 이경선 평가관리실장(중령)은 “고교 선생님들이 학생을 3년 동안 지켜보고 잘할 거라는 믿음으로 추천한 학생들이 특별전형에 원서를 낼 수 있다. 예년 결과를 보면 실제로 성실하고 가능성 있는 학생들이 들어왔다는 판단이 서서 지난해 20%에서 올해 30%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해군사관학교는 올해 처음으로 수시선발 제도도 도입해 모집정원의 40%를 선발할 예정이기도 하다. 이 중령은 “입학 의지가 뚜렷하고 능력 있는 학생들이 수능에 대한 부담을 일찍 덜고, 입교에 필요한 준비 기간을 충분히 갖도록 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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