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후 교사의 진로·진학 마중물
정부의 ‘2014~2024년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기계·금속(7만8000명), 전기·전자(7만3000명) 분야는 일자리 수요가 관련 학과 졸업생 배출보다 많다. 취업난 속에서 상대적으로 일자리 수요가 많은 기계·금속, 전기·전자 등의 학과에 관심을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이 학과들의 공통점부터 살펴보면 기계·금속, 전기·전자 등의 학과 대부분은 물리학이 기초가 된다. 다만 전공에 따라 물리학이 차지하는 비중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전기·전자·정보통신·컴퓨터 공학군’은 물리학 분야 중 전자기학을 기초로 한다. ‘전기공학’은 전기에너지의 발생, 전송 및 제어를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전자공학’은 전자회로를 설계하고 제어하는 공학이다. 그런데 전기공학과 전자공학은 상당수의 대학에서 전기전자공학부 형태로 설치되어 있다. 교육과정도 유사하다. 전기공학과 전자공학 경계에서 탄생한 기술도 많다. 지능형 전력망, 사물인터넷 등이 대표적이다.
‘정보통신공학’은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이나 컴퓨터 프로그램 및 게임 등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를 연구하는 분야다.
‘컴퓨터공학’은 중앙처리장치와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분야다. 컴퓨터 시스템을 구성하는 하드웨어를 개발하거나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세부전공으로 구성된다.
전기·전자·정보통신·컴퓨터 공학군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이 분야 전공 영역을 학과별로 분절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거의 모든 연구현장에서 각 분야를 전공한 연구자들이 팀을 이루어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냉장고를 개발한다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전기공학자, 작동 제어에 필요한 각종 센서와 제어 보드를 개발하는 전자·컴퓨터공학자, 네트워크에 연결해서 인터넷을 통해 사용자와 연결하는 정보통신공학자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연구하게 된다. 이 분야에서는 전공 영역이 분절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협력·소통하는 일이 많고, 그래서 혼자 일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기계·기계설계·자동차·항공공학군’(이하 기계공학군)은 물리학 중에서 역학을 기초로 한다. 일반적으로 공작기계, 운송기계, 에너지를 생산하는 동력장치와 열을 수송하는 기계장치 등을 개발하는 분야로 알려져 있다.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일자리도 많은 편이다. 최근에는 다른 공학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기계공학과 전자·컴퓨터공학을 융합한 ‘메카트로닉스·로봇공학’은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는 기계장치를 개발하는 분야로 이미 산업현장에서 일반화되어 있으며, 자동차·항공공학과 정보통신·컴퓨터공학이 융합된 ‘무인자동차·무인항공기공학’은 새로운 융합공학 분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기계공학군과 전기·전자·정보통신·컴퓨터 공학군은 융합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분야이지만 아직도 학생들이 두 공학군 사이에 높은 울타리를 세워놓고 하나만 선택하겠다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지원하고 싶은 학과에 얽매이지 말고 연구하고 싶은 주제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기계공학과가 아닌 ‘로봇 연구’로 진로를 설정하는 식이다. 로봇을 연구하는 길은 다양하다. 기계공학을 전공해서 로봇의 골격과 구동계를 개발할 수도 있고, 전자·컴퓨터공학을 전공해서 로봇의 제어부와 각종 센서를 개발할 수도 있다. 전산학을 전공해서 로봇을 제어하는 운영체계를 개발할 수도 있다. 생각이 바뀌면 지원 학과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대단히 넓어진다.
두 개 공학군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은 물리학에 대한 전공 지식뿐만 아니라 수학 실력도 중요하다.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공학수학뿐만 아니라 컴퓨터·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시스템 개발을 위해 소프트웨어 코딩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교과는 평범하더라도 물리와 수학 교과 성적이 뛰어나고 관련된 수상 경력이 우수한 학생이 수시모집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 ‘공학’이 들어가는 학과는 어떤 전공을 선택하더라도 ‘수학과 물리’를 중요하게 배우기 때문에 두 교과를 절대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 문산고 교사
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 문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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