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강남초 학생들이 캠프에서 물 절약 방법을 주제로 만든 활동지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윤예지양, 김성연군, 이주강군. 최화진 기자
생태에너지 교육 활동
여름-겨울 냉골, 찜통 교실에 몸살
학생들 스스로 자원 절약 공부하며
에너지 자원 등 소중함 몸으로 배워가
‘생태에너지하우스’ 직접 짓고
교내 에너지 전환카페 등도 만들어
최소한의 물로 생활하는 캠프도 있어
여름-겨울 냉골, 찜통 교실에 몸살
학생들 스스로 자원 절약 공부하며
에너지 자원 등 소중함 몸으로 배워가
‘생태에너지하우스’ 직접 짓고
교내 에너지 전환카페 등도 만들어
최소한의 물로 생활하는 캠프도 있어
지난달 31일. 서울시 동작구 등용로8길. 가파른 언덕을 오르자 ‘영등포고등학교’ 현판이 보였다. 때 이른 더위에 이마에 땀이 맺혔다. 학교 임시 출입 허가를 받기 위해 교문 옆 배움터 지킴이실에 들렀다. 예전으로 치자면 수위실이다. 3평이 좀 안 되는 아담한 목조 건물이었다.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과 태양열 보존 장치가 달려 있었다.
“전에 컨테이너 박스에서 근무했을 때는 단열이 안돼서 여름엔 덥고, 겨울엔 너무 추웠다. 창문 위치도 낮아서 손님이 와도 허리를 굽혀 아래서 위를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지금은 창문도 커지고 나무 향도 나서 쾌적하다. 예전이 구한말 초가집이라면 이건 최신식 호텔이다.”
이 학교에서 4년째 근무 중인 배움터 지킴이 윤병만(64)씨의 말이다. 3월 초 입주한 이래 이 공간에서 쓴 전기량은 지난달 31일 기준 197㎾였다. 꽃샘추위 때 온풍기를 몇 번 튼 게 전부였다. 기자가 방문했던 날도 전기를 쓰는 중임에도 계량기가 거꾸로 돌고 있었다.
영등포고는 지난해 겨울 지킴이실을 ‘저에너지 하우스’로 변신시켰다. 지킴이실은 원목 자재와 단열 소재를 사용해 친환경적이면서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한 공간이 됐다. 이는 이 학교 학생 25명이 방과후 교육 시간을 이용해 두 달 반 동안 지은 것이다. 김주현 교사는 “태양광 패널 용량이 작아서 전기요금이 나오긴 하지만 주말과 방학 때 충전된 전기가 계량기를 거꾸로 돌리게 해 절약이 많이 된다”고 했다.
처음에는 학교 건물 뒤 공터에 학생들이 생태에너지 관련 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교내 구성원의 의견을 모은 결과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을 바꿔 지킴이에게 도움을 주고 학생들의 교육 공간으로도 활용하기로 했다.
비단 학교 지킴이실뿐만이 아니다. 학생들은 여름과 겨울 때마다 찜통, 냉골교실 때문에 힘들어한다. 부족한 예산 탓에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하거나 냉난방비를 마음껏 쓸 수도 없다. 학교 환경을 물리적으로 바꾸기 어려운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물을 비롯한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영등포고 학생들이 만든 ‘친환경 지킴이실’
영등포고의 활동은 생태에너지 교육을 진행하는 마을기술센터 ‘핸즈’가 함께 했다. 정해원 대표는 아이들에게 ‘생태에너지 활동 3단계’를 알려줬다. 첫 번째는 ‘절전소 운동’이다. 각자 사용하는 전기료를 공개하고 함께 모니터링하면서 전기 사용량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2단계는 ‘효율화’다. 엘이디(LED)를 이용하면 왜 전기가 적게 들어가는지 배우고, 자기 집 형광등을 전기 효율이 좋은 엘이디 전등으로 바꾸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생산’이다. 이는 에너지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변한다는 의미로 ‘에너지 농부’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집에 미니 태양광을 설치하거나 태양열 휴대폰 충전기를 만드는 등 직접 에너지를 생산해보는 것이다.
정 대표는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에너지가 어떻게 생산되고 이동하는지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에너지에 관심을 가지면 좀 더 깊이 있게 접근할 수도 있다”며 “다른 나라는 1인 전기소비량이 줄어드는 데 반해 왜 우리나라만 늘어날까, 우리나라 전기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원자력 발전은 착한 전기냐 아니냐를 두고 고민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국사봉중은 지난해 생태축제를 열어 학급별로 체험부스를 운영했다. 안 쓰는 물품을 교환하는 것부터 친구들이 직접 만든 미니 태양열 자동차 조작해보기, 자전거 페달을 밟아 전력을 생산하고 솜사탕 만들어 먹기 등의 활동을 했다. 김유하군은 “대체에너지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다. 인간의 과도한 욕심으로 지구의 온도가 점점 올라간다는 것, 쉽게 낭비하는 에너지가 사실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다”고 했다.
이 학교에는 ‘에너지 전환카페’도 있다. 카페에서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음식물건조기, 휴대폰 충전기 등의 원리를 알고 직접 사용해볼 수 있다. 윤우현 혁신부장은 “생태와 관련한 주제는 교과서가 따로 없다. 그래서 마을의 생태에너지 관련 회사를 방문하거나 에너지 대안 기술이나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 등에 대해 직접 알아볼 수 있게 한다”며 “책으로 보는 것과 직접 체험하며 피부로 느끼는 건 다르다. 앎과 삶이 결합돼 실제 생활의 변화로 이어진다”고 했다.
재래식 화장실 사용하며 1박2일 보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물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활동도 있다. 서울시학생교육원은 지난 4월부터 ‘물 2리터로 1박2일 캠프’를 진행 중이다. 강남초 6학년 7반 아이들은 지난달 이 특별한 캠프를 다녀왔다.
“우리 생활에 물이 진짜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하지만 (너무 힘들었던 터라) 다시 가고 싶진 않다.”
“화장실이 예전 방식이라 배설물이 쌓여 있어서 냄새가 정말 지독했다.”
캠프를 다녀온 이들의 소감이었다. 학생들은 도착하자마자 준비해 간 물의 양이 2리터가 맞는지 검사받았다. 교육원 내 싱크대에는 물이 나오지 않았다. 화장실은 재래식이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나온 쓰레기를 집에 가져가야 했다. 일회용품 사용도 금지였다.
밥도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해서 아이들은 사전에 모둠별로 최대한 물이 적게 드는 식사 메뉴를 정했다. 한 그릇으로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비빔밥, 조리가 간편한 유부초밥부터 따로 조리할 필요가 없는 월남쌈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설거지가 간편한 누룽지를 해 먹거나 아예 조리가 필요 없는 군대식품을 준비해 온 친구들도 있었다. 아이들은 난생처음 쌀뜨물을 이용해 설거지를 했다.
캠프에서는 ‘어떻게 하면 물을 아껴 쓸 수 있을까’를 주제로 토론도 했다. “양치나 세수하는 동안 물을 계속 틀어놓지 않는다”, “머리 감을 때 쓰는 샴푸 양을 줄인다”, “뜨거운 물이 나올 때까지 흘려보내지 않고 찬물을 받아 다른 곳에 사용한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하룻밤이지만 샤워는 엄두도 못 냈을뿐더러 세수마저 간단히 해결했다. 학생들은 “물티슈에 물을 묻혀서 얼굴과 팔을 닦았다”, “양치질 대신 가글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험 자체는 힘들었지만 직접 해보니까 내가 평소 물을 펑펑 쓴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다. 앞으로는 좀 더 생각하면서 아껴 써야겠다”고 입을 모았다. 윤예지양은 “평소 씻거나 요리할 때 그렇게 물을 많이 흘려보내는지 몰랐다. 변기 물을 내릴 때 한번에 6리터의 물이 사용된다는 것, 평소 변기 물 저장통에 벽돌이나 생수병을 넣어두면 물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고 했다. 김성연군은 “기본적으로 마시고 씻는 물도 부족해 힘들었다. 원래 씻는 걸 안 좋아하는데 캠프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열심히 씻었다. 캠프 기간 동안 몸에 배었는지 물을 아껴 쓰게 됐다”고 말했다.
박혜지 교사는 “아이들이 교과서로 배우는 것보다 몸으로 부딪혀 배우니 더 예민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요즘 학생들이 너무 편하게 생활하다 보니 힘든 상황을 잘 못 견딘다. 캠프를 가더라도 엄마들이 간식을 챙겨주는 등 옆에서 아이들을 다 도와준다. 이번 캠프에서는 물 2리터를 직접 배낭에 메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한 뒤 혼자 생활했다. 환경의 소중함을 알게 된 동시에 자립심도 길러졌을 거다. 생활습관으로 바로 이어지기는 어렵겠지만 물을 절약해야겠다는 인식은 분명히 했다고 본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지난해 영등포고 학생들이 생태에너지하우스를 만드는 모습. 김주현 교사 제공
서울시학생교육원이 진행하는 ‘물 2리터로 1박2일 캠프’에 참여한 서울잠동초등학교 학생들이 최소한의 물로 세수를 하고 있다. 서울시학생교육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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