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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이들 친구 갈등, 부모 서툰 개입은 화만 불러

등록 2016-06-13 21:24수정 2016-06-14 13:45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요즘 딸아이는 단짝 친구와 소원해지고 있다. 몇 번의 갈등이 있고 다시 돈독해지기를 되풀이했었는데 이번에는 꽤 단호한 상태로 보인다. 특히 상대 아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태메시지에 우리 아이에게 하는 말을 몇 차례 바꿔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사회성, 친구관계를 걱정하지 않았던 적이 거의 없었다. 특별히 애착을 갖는 친구가 없는 것 같아서, 여러 명 어울리는 중에 미묘하게 겉돌아서, 짓궂은 아이에게 제대로 대응을 못해서 등등. 그런저런 일들을 겪고 있는 아이가 힘든 게 아니라 지켜보는 내가 나가떨어지기 일보 직전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학부모들이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예전 우리 클 때와는 달리 부모가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공부, 진로뿐 아니라 친구관계까지 관심 있게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친구 사이에 흔히 일어나는 갈등 상황인지, 괴롭힘이나 따돌림의 문제인지 판단하는 것도 너무 어렵다.

요즘 아이들은 대면관계에서 취약한 면을 많이 보인다. 진득하게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걸 어려워한다. 그 어떤 시대보다 많은 관심과 돌봄을 받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아이들 각자 처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고 인정받을 기회는 너무 적다. 무리에서 빼어나야 하는 경쟁적인 구도가 만연하다 보니 함께하는 것도 불편하다. 같이 노는 사이인데도 날선 말과 행동을 주고받고, 만만한 아이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다 보니 친구가 언제 배신할지 몰라 속을 다 보일 수 없다며 외로워하는 아이들이 참 많다.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엮여 있지 않은 ‘랜선친구’(온라인 세상에서 대화하고 소통하는 친구)들과 ‘단타’로 관계 맺는 걸 더 편하게 여기는 것 같다. 일상을 함께하는 또래간 갈등은 에스엔에스로 옮겨져 문제가 증폭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기분과 생각을 내뱉는다. 그것도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적인 공간에서. 면대면의 상황이 아니다 보니 극단적이고 과격한 말도 너무 쉽게 사용한다. 또래간의 결집력을 발휘해 특정 한 아이를 가혹하게 몰아붙이고 그 과정에서 사이버, 언어폭력이 일어나기도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내 아이가 힘들어하는 상황이라고 인식했다 하더라도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할 때가 있다. 실제로 아이들은 부모들의 대응 방법에 대해 부정적으로 느낄 때가 많다. “제 편을 들어주길 원했는데, ‘네가 더 잘못한 거다’라며 뭐라 해요. ‘네가 그러니까 찐따, 왕따’라고요. ‘커서 사회생활 어떻게 하겠냐’ 그런 말씀도 하십니다. 엄마는 화가 나서 한 소리일 수 있지만 마음에 남아요. 엄마 속마음이 정말 그런가 의심도 되고요”, “엄마한테 얘기 안 하고 싶었어요. 학교 찾아올까봐. 한번은 엄마가 상대 엄마랑 싸운 적이 있었는데 또 그렇게 될까봐”, “엄마는 저와 반대로 자신감 있고 뭐든 잘하는 스타일이에요. 애들이 만만하게 보지 않도록 단호하게 얘기도 하고, 싫으면 싫다고 말하라고 하는데 저는 못 하겠어요”, “애들한테 욕도 듣고 맞아서 안경다리가 부러졌는데, 그냥 친구들끼리 싸운 걸로 받아들였는지 아무 대응을 안 해주셨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에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 관계 형성이 되어 있느냐다. 부모 자신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심리적 자원이 없어서 방치하는 게 되면 자신감을 잃고 다른 아이들에게 휘둘리게 된다. 때로는 아이가 원하는 것보다 부모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해소하는 게 더 우선이 되어 아이를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기도 한다. 때때로 내 아이를 힘들게 만든 상대 아이에게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기도 하는데, 이럴 때 오히려 문제가 커지기 쉽다. 사춘기 아이들은 어린아이들과 달리 위압이 가해진다고 해서 자신의 잘못을 쉽게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더 공격적이기 쉽다. “아줌마나 잘 하세요”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부모의 개입 수위를 결정하는 게 쉽지는 않다. 아이 성향과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어떻게 느끼고 있느냐다. 주관적 고통이라 할지라도 소홀히 여기면 안 된다. 충분히 알아줘야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위해가 가해지고 있는 상황이라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담임선생님의 관찰이나 생각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못 보던 아이 모습을 확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담임선생님 등의 중재를 통해 상대 아이의 부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볼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겠지만, 어떤 경우든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아이만을 위한 외딴섬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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