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우레탄 깐 학교 83%가
재설치 원해
교육부 재시공하겠단 방침
기술표준원 “환경기준 강화 검토”
또 ‘유해 우레탄’ 될 가능성 높아
재설치 원해
교육부 재시공하겠단 방침
기술표준원 “환경기준 강화 검토”
또 ‘유해 우레탄’ 될 가능성 높아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돼 철거가 예정된 ‘우레탄 운동장’ 대부분에 또다시 우레탄 트랙이 깔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기존 중금속 위주의 유해물질 기준에 환경호르몬을 추가해 강화할 방침이어서 유해성 논란은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26일 <한겨레>가 입수한 자료를 보면,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에서 케이에스(KS·한국산업규격) 기준 유해물질이 초과 검출돼 교체 대상이 된 초·중·고 1748곳 가운데 ‘교체 희망 운동장 유형’으로 ‘우레탄’을 선택한 학교가 83.3%(1456곳)에 달했다. ‘마사토(흙)’는 12.4%, ‘천연잔디’는 3.9%에 그쳤다. 교육부는 유해물질 검사 및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 우레탄 재시공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인성예술체육과 관계자는 “최근에 조달청에서 우레탄 시공업체 공장을 방문해 조사를 했는데, 중금속 유해 성분은 검출이 안 된 것으로 알려왔다”고 밝혔다.
문제는 케이에스 기준이 정한 ‘학교 운동장 우레탄’의 유해성 검사 대상 물질이 현재의 중금속 4종에서 환경호르몬 포함 물질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현재 유해성 검사는 중금속 4종(납, 수은, 카드뮴, 육가크롬)에 대해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프탈레이트를 학교 운동장 우레탄 유해성 검사 대상에 추가해 케이에스 기준을 개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레탄 제조에 사용되는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 소재를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용도의 화학물질로, 우리나라에서 환경호르몬으로 지정한 67종 가운데 하나다.
기술표준원이 프탈레이트를 유해물질 기준에 추가하기로 한 이유는 지난 3월 환경부가 발표한 초등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 유해성 조사 결과 때문이다. 당시 우레탄에서는 납 이외에 프탈레이트의 일종인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가 다량 검출됐으며, 이를 토대로 환경부는 케이에스 기준에 프탈레이트 기준치를 정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검출된 함량(0.49%)은 어린이 제품에 대한 유해물질기준(어린이제품공통안전기준)이 정한 프탈레이트 기준치(0.1%)의 5배에 달했다. 박재범 아주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우레탄의 경우 중금속보다 오히려 프탈레이트가 문제가 될 수 있다.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는 우리 몸에서 정자수 감소 등의 생식 독성을 일으키고 폐 쪽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구가 많이 진행이 안 돼 있어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주의를 해야 하는 물질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프탈레이트가 유해성 검사 대상 물질에 추가될 경우 올 여름방학부터 재시공되는 우레탄 트랙에 대해 또다시 유해성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환경부 조사 결과를 보면, 케이에스 기준에 따라 시공된 우레탄 트랙(0.49%)에서 케이에스 기준이 없던 때 시공된 우레탄 트랙(0.39%)보다 더 많은 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 하지만 이를 토대로 우레탄 유해성 전수조사에 나선 교육부는 프탈레이트를 빼고 케이에스 기준이 정한 중금속 4종에 대해서만 유해성 검사를 실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케이에스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위해도를 판단하려면 더 높은 전문성과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며 “케이에스 기준이 없는 부분에 대한 조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진명선 김미향 기자 tora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