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기관내 교육 공무원 대상으로 <언론응대 길라잡이>이라는 제목의 40쪽 분량 소책자(핸드북, ▶
직접보기)를 최근 발간했다. 지난 9일 교육부 소속의 2급 공무원이 언론인과의 식사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다’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돼, 지난 22일 파면이 확정된 지 얼마 뒤의 일이라 눈길을 끈다.
올초 이 책의 발간을 기획한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실은 “교육정책을 시민들에게 알려 신뢰를 얻는 것은 좋은 정책을 기획·추진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며 언론 대하기, 취재요청 응대하기, 인터뷰하기, 보도자료 쓰기, 오보·왜곡보도 대응하기 등 성공적인 언론관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담았다. 교육청 내에는 물론 직속기관과 서울 내 학교 현장에도 배포됐다.
8개 장 중 첫 장 ‘언론대하기’의 ‘기자 대하기’를 보면, “기자와 통화하는 순간부터 취재는 시작된 것임을 명심”하고 “기자는 궁극적으로 취재가 목적이므로, 모든 공적·사적대화가 기사 작성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음을 이해한다”는 구체적인 안내가 기술돼있다. ‘인터뷰하기’에서는 “임시방편으로 둘러대는 거짓말은 언론과의 신뢰관계를 깨뜨릴 수 있다”며 “잘 모르는 사안에 대해 부분적 수긍이나 애매한 답변을 하면 우리 청이 ‘인정했다’고 보도될 수 있으므로 유의”하라고 조언하며 ‘정확한 사실을 말할 것’을 당부했다. 이 책은 교육정책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홍보하는 방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책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답변 예시’도 제시했다. 예를 들면, 언론이 정책의 부정적인 면을 지적할 때 담당 공무원은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런 긍정적인 측면/시각/의견/여론도 있습니다”라고 응대할 것을 상세하게 권하고 있다. 또한 “브리핑을 진행할 때는 취재진, 질의자 등과 친근하게 눈을 맞춘다” 등의 사소한 ‘꿀팁’도 빠뜨리지 않았다.
한편, ‘언론 인터뷰시 주의사항’을 언급한 대목에서는 최근 불거진 교육부 공무원의 ‘개·돼지’ 막말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특정 인물, 계층, 지역, 종교, 정파 등에 대한 발언은 자제하고, 특히 비난이나 농담을 하지 않는다”고 당부하는가 하면, “기자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질문을 하는 게 본업이므로, 질문에 대해 감정적으로 논쟁하지 않는다” 등 현실적인 조언도 담고 있다. 이 책의 기획·발간 과정에 참여한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실 담당자는 “책의 초안이 지난 5월에 나왔다. 공교롭게 발간과 사건 시기가 겹쳤을 뿐, 교육부 공무원 사건과는 관계없다”고 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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