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괜찮아 막내 황조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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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일까요? 옛이야기에는 막내들이 주인공으로 많이 나옵니다. ‘버리데기’도 ‘반쪽이’도 막내가 주인공이지요. 막내는 언니나 형들에 견주어 어리고 힘도 적습니다. 태어나기를 늦게 태어나 자라는 동안 항상 언니보다 늦지요. 삶은 힘들고 어려운 일의 연속입니다. 언제 어떤 일이 닥칠지 몰라 불안하지요. 앞날을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이라도 모험과 시련이 가득합니다. 이야기는 어떤 일이든 잘 견딜 수 있다고 위로해 주고 다독여 줍니다. 막내는 삶을 극적으로 표현하기에 좋은 주인공이고, 아이들은 세상의 막내와 같은 존재라 이야기가 주는 위안과 희망을 한껏 받아들입니다.
자연도감은 황조롱이에 대해 매과의 맹금류라고 말해 줍니다. 나무 구멍이나 절벽의 오목한 곳에 바로 알을 낳아 기른다고 되어 있지요. 차를 타고 달리다가 도로변 전봇대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나 공중에서 먹이를 찾으려 정지비행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 텃새입니다. <늦어도 괜찮아 막내 황조롱이야>는 황조롱이의 생태를 알려주는 자연책입니다. 하지만 개체의 한살이를 일반화시켜 과학으로 접근하는 대신 생명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작가가 지닌 ‘목숨에 대한 따듯한 감성’이 글과 그림을 통해 한껏 드러난 책이지요.
황조롱이 부부가 둥지를 튼 곳은 아파트 화분 받침대 위입니다. 큰언니가 맨 처음 알로 나오고 닷새나 지나서 넷째인 막내가 알로 태어납니다. 엄마 아빠는 한 달 가까이 ‘볕이 따가우면 큰 날개로 가려주고 비오면 날개 오므려 꼭 품어’ 아기 새들이 깨어나게 돕습니다. 이야기는 황조롱이 새끼 네 마리가 알에서 깨어나 자라고 날기까지를 집중해서 보여 줍니다. 그림을 가까이 당겨 그린 것도 시점이 막내 황조롱이 눈인 것도, 여리고 작은 목숨이 태어나 제 모습 그대로 날아오르기까지에 집중한 이야기를 잘 받쳐줍니다.
화가는 몇 해 전에 실제 본 모습을 그림책으로 풀어냈다고 합니다. 화가의 마음을 끈 것은 한참을 못 날아 황조롱이 부부를 애태우게 한 막내 황조롱이였습니다. 황조롱이 부부가 날지 못하는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주며 날아 보라고 애절하게 울어 대고, 어미 날개로 새끼를 쓸어안고 가기도 하는 모습이나 막내 황조롱이가 큰소리로 울어대며 애써 날갯짓을 하는 모양을 보며 순간순간 가슴 조리고 마음이 뭉클했다고 하네요. 작가는 무뎌진 펜촉을 서른 번 가까이 갈아 끼우며 늘 가슴에 품어 두었던 황조롱이 이야기를 풀어냈답니다. 펜 맛이 주는 섬세하면서도 강한 느낌이 맹금류의 모습을 잘 보여주면서 수채화가 지닌 따뜻한 느낌이 살아 움직이는 목숨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잘 살려주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같아 보이는 일상이지만 먹고 자라고 첫걸음을 떼는 일이 아이들에겐 대단히 큰 시련이자 모험일 테지요. 막내둥이 황조롱이의 첫 날개 짓에서 아이들은 마음깊이 ‘나도 할 수 있어’하고 자신감을 새길 듯 합니다. 끊임없이 품어주고 날아 보라 격려하는 황조롱이 부부의 모습을 보며 아빠 엄마에게서 느끼는 신뢰와 안정감도 느끼겠지요. 부모도 아이도 자신의 모습처럼 여겨 반가와 하고 뭇 생명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게 할 그림책이네요. 이태수 글·그림. -우리교육/
이성실/자연그림책 작가 6315free@hanmail.net
늦어도 괜찮아 막내 황조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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