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싱킹 적용 교육 사례
송석리 교사가 디자인 싱킹을 적용해 진행했던 선린인터넷고 프로젝트 수업에서 학생이 모둠별로 리디자인한 학교 홈페이지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장혜림씨 제공
‘디자인 싱킹’ 도입한 수업 주목
‘그림’ 아닌 ‘생각 그려나가기’ 수업 문제상황 놓인 대상에 감정이입해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해보고
‘사람’에 방점 찍은 제품·아이디어 내놔
여럿이 프로젝트 수업 하며 문제 풀 수 있어 #1-당사자 입장에서 문제에 ‘공감’하라 에이치티엠엘(HTML)과 시에스에스3(CSS3), 자바스크립트(Javascript) 등을 배우는 웹프로그래밍 교과 수업. 첫 시간, 석리쌤은 ‘디자인 싱킹’을 활용해 학교 홈페이지 리디자인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뭐? 무슨 싱킹?’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쌤 설명에 따르면 우리가 ‘사용자(당사자) 입장에서 문제에 접근해 공감하는 법,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었다. 디자인 싱킹의 핵심이자 이 수업의 목표였다. “우리 학교 홈페이지, 어떻게 생각해?” 두 번째 시간, 쌤이 던진 첫 질문이었다. “팝업창이 미친 듯이 떠서 짜증 나요”, “내용이 보이는 속도가 너무 느려요”, “핸드폰으로는 잘 안 열려요” 등 아이들은 앞다퉈 평소 불만을 쏟아냈다.(공립학교 홈페이지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하며 몇 개 정해진 템플릿을 선택해 내용만 바꿀 수 있다.) “학교 홈페이지를 누가 가장 많이 이용할까?” 처음에는 당연히 “우리”라고 했다. 선생님은 좀더 고민하라고 했다. “학부모”, “학교 입학을 원하는 중학생”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이후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이들이 어떤 문제점을 느낄지 예상해보기로 했다. 일명 ‘사용자여정맵 그리기’였다. 내가 아닌 ‘사용자의 입장’에서 학교 홈페이지를 간접 경험했다. 열린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하자 좀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나는 “호기심으로 접근해 불편함을 느끼며 이용하다 실망과 짜증의 감정을 갖고 홈페이지를 떠날 것”이라고 했다. #2-기술보다 ‘사람’ 우선해 해결책 찾아라 네 번째 시간. 쌤은 우리 예상과 실제 사용자들의 생각을 비교하기 위해 ‘사용자 심층 인터뷰’ 미션을 줬다. ‘분명 프로그래밍 기법을 다루는 시간인데, 기술은 언제 배우지.’ 어쨌든. 다음 시간, 우리는 재학생과 학부모, 중학생 등 홈페이지 이용자에게 들은 이야기를 공유했다. ‘학교 정보가 너무 부실하다’, ‘모바일 버전이 피시 버전보다 내용이 적어 쓸모없는 수준이다’ 등 학교 사정을 ‘당연히’ 잘 아는 재학생인 우리가 느끼지 못한 문제들이 나왔다. 우리는 결과를 공유해 ‘페르소나’를 만들었다.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이후 과정에서 매번 일일이 의견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만든 가상의 사용자였다. 일곱 번째 시간. 팀별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레인스토밍으로 아이디어를 냈다. 열두 번의 수업 중 절반 가까이가 문제를 바라보고 정의하고, 이해하는 것이었다. 본격적인 프로그램 기술은 여덟 번째 시간부터 활용했다. #3-실패 두려워 말고 ‘빨리’, ‘전환-반복’하라 우리는 드디어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핵심 기능만 넣어 제작한 시제품, 즉 대략적인 해결책이었다.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 없으니 대충 만들어. 그래야 부담도 덜하고 빨리 수정할 수 있으니까.” 쌤이 강조한 부분이었다. 우리는 종이에 그리거나 컴퓨터 그림판 프로그램을 이용해 ‘일단’ 만들었다. 수업 때마다 모든 과정에서 발표와 피드백이 이뤄졌다. 누가 더 잘했나를 뽐내는 게 아니라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고 아이디어를 공유하자는 의미였다. 완벽한 최상의 것을 만들기보다 못하거나 실패해도 피드백한 내용을 반영해 빨리 수정해가는 것이 중요했다. 아이들은 ‘마구 까여도’ 창피해하지 않았다. 꼭꼭 숨겨둔 자기만의 아이디어도 ‘선뜻 공개’했다. 우리는 설렁설렁 도안을 만들었고 이렇게 나온 도안은 완성된 게 아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반복해 고쳐나갈 수 있었다. 최종 완성한 홈페이지는 처음보다 훌륭했다. 게시판에서 한글 첨부파일을 내려받아서 봐야 했던 가정통신문을 웹진의 뷰어 형태처럼 슬라이드 이미지로 만들어 보기 쉽게 했다. 대상자에 따라 로그인 후 메인화면에 노출되는 정보도 다르게 했다. 가령, 재학생에게는 급식 식단과 교내 진행 프로그램, 학부모에게는 가정통신문이나 학부모 모임,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에게는 입학 안내나 진학 정보 등의 내용이 보이게 하는 식이었다. 우리 안에서, 머릿속으로만 해결책을 찾았으면 이렇게 다양한 결과물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졸업 후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모바일 앱을 만들고 싶다. 앞으로 기술적인 부분에만 매달리기보다 디자인 싱킹을 적용해 일할 생각이다. 모든 교과서 프로젝트 수업에 적용 가능해 “보통 창의적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수업은 결과(해결 부분)에 집중한다. 문제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학생들은 자기 위주로 방법을 찾다 보니 해결 방식이나 내용도 비슷하다. 그렇게 했을 때 과연 문제해결능력이 제대로 길러질까.” 송 교사의 말이다. 디자인 싱킹은 문제를 발견하고 바라보는 관점에 집중한다. 내가 아닌 당사자 입장에서 문제를 생각할 수 있어 다양한 시각을 접하고 구체적이고 정확한 해결책이 나온다. 송 교사는 “애들이 ‘격하게’ 공감하면서도 교과 내용과 접목해 진행하기 위해 ‘학교 홈페이지 리디자인’을 주제로 정했다. 특정 과목이 아니더라도 디자인 싱킹을 적용해 프로젝트 수업을 할 수 있으며 문제 자체를 학생들과 함께 정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기발한’ 아이디어보다 ‘문제점을 정확히 반영한’ 아이디어”라고 했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모둠활동 어려워하는 애들도 머리 맞대게 해” 디자인 싱킹에 대한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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