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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회통합전형 늘리면 학력저하? 편견입니다”

등록 2016-09-07 19:37수정 2016-09-07 22:05

서울국제고 사회통합전형 대폭 늘려
학력 낮아질라 걱정하는 학부모들을
25개구 할당제·전형과정 공개로 설득
박순만 학운위장 “혜택 나눠 바람직”
권혜성 학생회장 “가난하면 기회 더 줘야”
“우리 학교는 실력있는 교사들과 우수한 학교 시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공공재’라고 생각합니다. 공공재는 몇몇만 혜택 받아선 안되고 사회와 나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서울국제고에서 만난 오낙현(55) 교장의 말이다. 오 교장은 지난해 8월 이 학교에 부임했다. 오 교장은 이러한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지난겨울, 고3이 수능을 마치고 비운 교실을 활용해 ‘저소득층 영어캠프’를 기획했다. 72명 모집했는데 170명이 몰렸다. 여름방학에도 만들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청이 들어왔다. 교육기회가 부족한 학생들의 목마름을 느낀 순간이었다. 이 캠프 개강식에 방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오 교장은 이런 교육기회 확대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고, 이후 함께 사회통합전형을 확대하는 ‘서울국제고 발전계획’을 추진하게 됐다. 지난달 서울시교육청과 서울국제고는 현재 150명 정원 중 30명인 사회통합전형 선발인원을 단계적으로 늘려 2022년에는 절반인 75명을 사회통합전형 대상자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저소득층 출신, 다문화가정 자녀, 도서·벽지 중학교 졸업자, 소년소녀가장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이 전형의 대폭적인 확대는 특목고의 이례적인 ‘도전’으로 주목받았다.

박순만(62) 서울국제고 학교운영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일반고 학부모들이 국제고를 바라보는 솔직한 심정은 ‘일부만 좋은 환경에서 귀족학교처럼 공부한다’는 거 아니겠냐. 좋은 교육환경의 혜택을 나눌 수 있게 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운영위원장은 지난 8월 ‘서울국제고 발전계획’을 학교운영위원회 안건으로 통과시키며 11명의 학교운영위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학력 저하가 올 것이란 걱정이나 일반전형 지원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일부 나왔지만, 일단 내년 입시부터 30%까지 확대하자는 안에 공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 교장은 “‘사회통합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학력이 떨어질 것’이란 인식 자체가 편견이지만, 설령 조금 학력이 뒤처지는 학생이 들어온다 해도 우리 학교의 시스템을 거치면 국제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며 “우리 학교 교사들은 본인이 학생을 열정있게 가르치면 우수한 학생으로 키울 수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발전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서울의 25곳 자치구 간 교육격차를 줄이는 취지로 ‘서울지역기회균등전형’(자치구할당제)이 도입되자 학력 저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은 더 줄어들었다. 오 교장은 “사회통합전형 선발인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인원은 자치구별로 1~2명씩 할당해 뽑을 예정인데, 이를 위해선 1차적으로 각 학교장의 추천을 받고, 다시 한번 자치구 추천을 받는 두 차례의 경쟁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우수한 학생이 아니면 이 과정을 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6일 서울 종로구 서울 국제고등학교 교장실에서 오낙현 교장이 전교생의 사진과 영어 자기소개가 걸려있는 게시판을 가리키고 있다.
6일 서울 종로구 서울 국제고등학교 교장실에서 오낙현 교장이 전교생의 사진과 영어 자기소개가 걸려있는 게시판을 가리키고 있다.
학교에서 만난 권혜성(17) 학생회장은 “학생들이 각자 원하는 집을 선택해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면 교육 기회를 더 줘야 한다”며 “우리들끼리는 누가 ‘사배자’(사회적 배려 대상자, 사회통합전형으로 들어온 학생)인지도 모르고, 가정형편을 따져 차별하는 문화도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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