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고 사회통합전형 대폭 늘려
학력 낮아질라 걱정하는 학부모들을
25개구 할당제·전형과정 공개로 설득
박순만 학운위장 “혜택 나눠 바람직”
권혜성 학생회장 “가난하면 기회 더 줘야”
학력 낮아질라 걱정하는 학부모들을
25개구 할당제·전형과정 공개로 설득
박순만 학운위장 “혜택 나눠 바람직”
권혜성 학생회장 “가난하면 기회 더 줘야”
“우리 학교는 실력있는 교사들과 우수한 학교 시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공공재’라고 생각합니다. 공공재는 몇몇만 혜택 받아선 안되고 사회와 나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서울국제고에서 만난 오낙현(55) 교장의 말이다. 오 교장은 지난해 8월 이 학교에 부임했다. 오 교장은 이러한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지난겨울, 고3이 수능을 마치고 비운 교실을 활용해 ‘저소득층 영어캠프’를 기획했다. 72명 모집했는데 170명이 몰렸다. 여름방학에도 만들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청이 들어왔다. 교육기회가 부족한 학생들의 목마름을 느낀 순간이었다. 이 캠프 개강식에 방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오 교장은 이런 교육기회 확대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고, 이후 함께 사회통합전형을 확대하는 ‘서울국제고 발전계획’을 추진하게 됐다. 지난달 서울시교육청과 서울국제고는 현재 150명 정원 중 30명인 사회통합전형 선발인원을 단계적으로 늘려 2022년에는 절반인 75명을 사회통합전형 대상자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저소득층 출신, 다문화가정 자녀, 도서·벽지 중학교 졸업자, 소년소녀가장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이 전형의 대폭적인 확대는 특목고의 이례적인 ‘도전’으로 주목받았다.
박순만(62) 서울국제고 학교운영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일반고 학부모들이 국제고를 바라보는 솔직한 심정은 ‘일부만 좋은 환경에서 귀족학교처럼 공부한다’는 거 아니겠냐. 좋은 교육환경의 혜택을 나눌 수 있게 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운영위원장은 지난 8월 ‘서울국제고 발전계획’을 학교운영위원회 안건으로 통과시키며 11명의 학교운영위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학력 저하가 올 것이란 걱정이나 일반전형 지원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일부 나왔지만, 일단 내년 입시부터 30%까지 확대하자는 안에 공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 교장은 “‘사회통합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학력이 떨어질 것’이란 인식 자체가 편견이지만, 설령 조금 학력이 뒤처지는 학생이 들어온다 해도 우리 학교의 시스템을 거치면 국제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며 “우리 학교 교사들은 본인이 학생을 열정있게 가르치면 우수한 학생으로 키울 수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발전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서울의 25곳 자치구 간 교육격차를 줄이는 취지로 ‘서울지역기회균등전형’(자치구할당제)이 도입되자 학력 저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은 더 줄어들었다. 오 교장은 “사회통합전형 선발인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인원은 자치구별로 1~2명씩 할당해 뽑을 예정인데, 이를 위해선 1차적으로 각 학교장의 추천을 받고, 다시 한번 자치구 추천을 받는 두 차례의 경쟁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우수한 학생이 아니면 이 과정을 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만난 권혜성(17) 학생회장은 “학생들이 각자 원하는 집을 선택해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면 교육 기회를 더 줘야 한다”며 “우리들끼리는 누가 ‘사배자’(사회적 배려 대상자, 사회통합전형으로 들어온 학생)인지도 모르고, 가정형편을 따져 차별하는 문화도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6일 서울 종로구 서울 국제고등학교 교장실에서 오낙현 교장이 전교생의 사진과 영어 자기소개가 걸려있는 게시판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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