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4천억원…등록금에 포함돼 산정 근거와 용처 불확실
청년단체 “명확한 법근거 없어”…고대 등 5개대 공정위에 제소
청년단체 “명확한 법근거 없어”…고대 등 5개대 공정위에 제소
“등록금 말고 입학금은 무슨 근거로 걷는 건가요?”
고려대 3학년 이승준(24)씨는 올 1월 등록금심의위원회에 참석해 학교 쪽에 질문을 던졌다. 고려대 신입생은 103만원의 ‘입학금’을 내야하는데, 이씨는 “합격한 기쁨에 등록금 고지서는 총액만 신경 썼지 이렇게 많은 입학금을 내는지 몰랐다. 학교 쪽은 입학에 필요한 실비라고 하는데, 1인당 100만원이 넘는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왜 공개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학생과 청년단체들이 ‘입학금 폐지 공동행동’을 결성해 입학금에 대해 본격적인 문제제기에 나섰다. ‘입학금 폐지 공동행동’은 22일 구체적인 산정근거와 비용 추계자료 없이 신입생을 상대로 걷는 입학금은 “대학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라며 고려대 등 5개 대학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청년참여연대가 올 2월 입학금 상위 34곳 대학에 입학금 산정기준과 지출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응답한 28곳 중 26곳이 입학금 산정기준과 지출내역을 갖고 있지 않았다. 14개의 총학생회가 참여한 입학금 폐지 대학생운동본부는 각 대학별로 학생 청구인단을 모집해 총장들을 상대로 ‘입학금 반환 소송’을 10월 중 제기할 계획이다. 지난 2012년 ‘기성회비 반환소송’처럼 청년들이 직접 소송을 통해 입학금 부과의 부당성을 알리겠다는 것이다. 유지영 청년하다 대학팀장은 “소송의 여파로 국회에서 법이 개정돼 기성회비가 없어졌다. 입학금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분석한 ‘2015년 대학입학금 현황’을 보면, 전국 181곳 사립대학의 입학금 평균 금액은 72만원이다. 서울의 상당수 사립대학들은 90만원이 넘는 입학금을 받고 있다. 대학원도 다르지 않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016년 전국 213곳 일반대학원의 입학금을 전수조사한 결과, 평균 입학금은 45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고려대 115만원, 성균관대 113만원 등 100만원을 웃도는 대학원이 17곳이었다. 이렇게 걷은 대학원 입학금 총액은 2016년 총 895억원에 이른다. 또, 2014년 전국 200여곳 대학의 입학금 총액을 합하니, 4년제 대학은 2570억원, 전문대는 1440억원으로 4000억원 규모였다.
입학금은 현행 고등교육법상 ‘수업료와 그밖의 납부금’ 중 ‘그밖의 납부금’에 해당돼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지 않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또 입학금은 등록금의 일부이기 때문에 별도의 산정 근거가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입학금은 ‘등록금 회계’로 구분돼 있어, 입학에 관한 특정 목적에만 지출해야 하는 경비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안민석 의원은 “현재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릴 수 없는 정부 정책 기조 아래서 등록금을 슬쩍 올리는 수단으로 입학금을 활용하고 있다. 입학금에 대한 정확한 산정근거와 용처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률 개정안이 여럿 발의돼 있다. 김병욱 의원(더민주)은 지난 7월 현행 고등교육법에 입학금을 명시하고 실제 입학 관리에 필요한 실비 수준으로 받도록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입학금은 1인당 평균 등록금의 5%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산정 근거에 대한 정보를 매년 1회 이상 공시하자는 내용이다. 박경미 의원(더민주)은 입학금을 원칙적으로 없애는 내용의 개정안을, 안민석 의원은 폐지하되 교육부령을 통해 최소한의 실비 부과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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