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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셔너리] 티끌을 연구해 태산을 만들다

등록 2016-10-07 10:40

인하대학교 화학공학과

화학공학자는 화학을 잘해야 할까, 컴퓨터를 잘 다뤄야 할까? 정답은 둘 다 잘해야 한다. 원소기호와 C언어의 공통분모를 파헤치기 위해 ‘우리는 공대생’이라 외치는 인하대 화학공학과 학생들을 만났다.

글 강서진·사진 허정은

화학의 기본부터 공학 기술까지 섭렵하다

화학공학과에서는 무엇을 배우고, 화학과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김소정(이하 소정) ─ 화학이 물질의 구조와 특성을 알아내는 학문이라면 화학공학은 이런 물질을 대량으로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화학과는 물질의 구조를 분석해서 특성을 파악하고 다른 물질과 결합했을 때 변화하는 현상에 대해 공부하죠. 석유를 가열해서 고무나 플라스틱 같은 고체를 만들어내듯 여러 화학반응 현상을 통해 신소재, 의약품 등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는 연구를 해요.

송재일(이하 재일) ─ 이렇게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다면 되도록 많이 생산하고 값이 저렴해야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겠죠? 또 기업은 제조 과정에서 불순물 등의 손실을 줄이고 많이 만들어야 이윤을 낼 수 있고요. 화학공학이 바로 이러한 방안을 연구하는 거예요. 물질을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물질의 제조 원리를 공장에 적용하는 거죠. 즉 물질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파악해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공정 방법을 설계하고 그와 관련한 설비를 제조하는 공부를 합니다.

화학공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박현규(이하 현규) ─ 중학교 때부터 과학 과목을 좋아했어요. 특히 화학은 실험 시간에 물질이 변하는 과정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이 재밌었죠. 그래서 대학에 진학할 때 고민할 것도 없이 화학과를 전공하려 했는데, 관련 학과를 찾아보니까 화학공학과도 있더라고요. 게다가 공과대학에 속해 있어서 호기심이 생겼어요. 화학공학과에 대해 알아보니 화학과에서 배우는 원료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제품으로 생산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배울 수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만큼 취업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직업도 다양했고요.

그중에 인하대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요?

김다원(이하 다원) ─ 인하대 공과대학 하면 ‘전·화·기’라고 불릴 정도로 전자·전기공학과, 화학공학과, 기계공학과가 취업이 잘돼서 인하대 화학공학과를 선택했어요.

재일 ─ 저는 가족 중에 인하대를 졸업한 사람이 몇 있어서 어릴 때부터 인하대 공과대학이 유명하다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었어요.(웃음) 고등학교 때 물리와 화학 과목을 좋아했지만, 기계에도 관심이 많아 엔지니어가 되고 싶단 생각을 했죠. 화학공학과는 제 관심 분야가 모두 접목된 학과라 ‘딱 이거다’라고 생각했어요.

학과에서 배우는 과목이 다양할 것 같아요.

소정 ─ 1학년 때는 주로 화학, 물리, 수학 등 자연과학의 현상을 이해하는 기초 과목을 배워요. 화학반응식이나 공정 설계도를 대부분 수치로 표기하기 때문에 이런 자료를 해석하고 결과를 유추해내는 통계학을 배우고요. 이 외에도 프로그래밍 언어, 운영체제, 데이터베이스 등 기계를 설계할 때 기초가 되는 컴퓨터 기술을 다뤄요.

현규 ─ 2학년이 되면 화학공학의 기본 지식을 갖춰요. 물리화학, 유기화학, 화공계산, 유체유동 등의 과목을 배우며 화학물질이 에너지, 열 등의 외부 요소와 반응하는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제품으로 생산하는 공정 계산법을 배우죠.

다원 ─ 3, 4학년 땐 생산 설비에 대한 기계공학 기술을 다루며 화학공학의 목표인 제품의 생산 방법을 연구해요. 화공기기 분석과 설계, 공장 설계, 공정 제어 등의 과목을 통해 화학 공장의 구조와 화학 장치 설계법을 배워요. 그러고 나서 석유, 전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자기 적성에 맞는 분야를 선택해 각 분야의 공정 단계를 깊이 있게 다루죠.

전공은 재미있게 공부하고 취업은 탄탄하게 준비하고

우리 학교 학과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재일 ─ 1학년 때 하는 ‘화학공학 입문 설계’라는 프로젝트를 꼽고 싶어요. 화학공학을 처음 접하는 신입생들이 앞으로 배울 내용을 미리 파악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특정 과제를 수행하는 과목이에요. 예를 들면, 비커 안에 들어 있는 물 1L를 빠른 시간 안에 없애기, 100℃ 물을 1분 안에 식히기, 자판기 커피를 여과해서 깨끗한 액체로 만들기 등의 과제가 주어져요. 과제 주제는 매년 다른데 증류, 흡수, 추출, 흡착 등 화학공학의 기본 지식을 활용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죠. 이 과정을 통해 공정 설계의 개념을 파악하고 설계 절차,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답니다.

다원 ─ 4학년 2학기가 되면 학생들이 팀을 이뤄 ‘화학공학 종합 설계’라는 프로젝트를 해요. 4년 동안 배운 것을 토대로 반도체, 고분자, 전기 등 화학공학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는 사업 전략을 세우는 거예요. 사업 아이템 기획부터 필요한 원료, 공정 장치 설계, 제품 제조 과정, 폐기물 처리 방법 등 화학공학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과정을 연구하고 문제점에 대해 토론해요. 자기가 원하는 진로나 관심 분야에 대한 사업기획서를 만들어보면서 실제 취업 현장에 나갈 준비를 하는 거죠.

현규 ─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선배들의 생생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점도 좋아요. 선배들이 학교에 자주 찾아와 후배들과 만나는 시간을 갖고 주말에는 선배들이 진행하는 특강도 종종 열리거든요. 또 3, 4학년이 되면 반도체나 정유, 디스플레이 등 여러 화학공학 산업체를 견학하면서 실제 공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현장 감각을 키워요. 학생들끼리 다양한 공모전에 출전하는 소모임을 만들어서 만들어서 화학공학 관련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개발하기도 하고요.

가장 재미있는 수업이 있다면요?

소정 ─ ‘다학년 연구 프로젝트’란 수업이 기억에 남아요. 공과대학 학생들이 팀을 이뤄서 교수님이 제시하는 연구 과제를 해결하는 거예요. 학과나 학년에 구분 없이 팀을 구성할 수 있고, 연구 주제도 여러 학과가 함께 다룰 수 있을 만큼 굉장히 다양해요. 각 팀을 지도해주는 교수님과 대학원 선배가 있어서 어려운 점이 있으면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죠. 1학년 2학기부터 4학년 1학기까지, 6학기 동안 수강할 수 있는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일반설계라는 수업을 따로 듣지 않아도 과목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요. 또 1학년 교양 수업 때 말고는 다른 학과 학생이나 교수님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지만 ‘다학년 연구 프로젝트’ 수업을 하면서 여러 선후배, 교수님과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재일 ─ 3학년 때 배우는 무기공업화학 이론과 공업화학 실험 수업도 재밌어요. 무기공업화학 수업 때는 비료, 원자력, 반도체 등 고온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의 원료가 무엇인지부터 화학반응 과정, 제품으로 생산되는 공정까지 두루 배우죠. 이 수업 시간에는 1, 2학년 때 배운 화학공학 이론이 어떻게 공장 시스템에 적용되는지도 알 수 있어요.

다원 ─ 공업화학 실험은 두 개 이상의 작은 분자가 결합해서 몇 배로 큰 화합물을 만드는 ‘중합 반응’의 원리를 알아보는 수업이에요. 합성수지나 합성고무와 같은 고분자 물질이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져요. 실험 시간에 서로 다른 용액을 섞어 나일론 섬유를 뽑아내는 과정과 이런 원리를 활용해 섬유를 최대한 많이 뽑아내는 방법을 알아보는 게 재밌어요.

미래 유망 산업을 이끄는 핵심 인재

공부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요?

소정 ─ 개인적으로 물리화학 과목이 어려워요. 열역학 0·1·2·3 법칙과 같이 열역학을 이해하는 방정식을 배우는데, 외워야 할 공식이 너무 많은 거예요.(웃음) 또 원료의 투입부터 제품이 나오기까지 각 공정의 원리를 이해하고 설계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물질의 반응 속도와 이동 현상에 따라 분쇄, 조합, 융해, 침전, 여과, 농축 등 기계장치 구조와 설계를 다르게 설정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제품이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고 생각하면 제가 아주 큰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해요.(웃음)

화학공학과의 전망은 어떤가요?

현규 ─ 석유화학 산업을 예로 들어 설명할게요. 원유라는 혼합물을 끓이고 정제하면 끓는 온도에 따라 중유, 경유, 등유, 나프타, 가솔린, 석유가스 등 다양한 석유 물질을 얻을 수 있어요. 석유를 통해 플라스틱이나 섬유 등의 제품을 만들 수도 있고요.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액체 혼합물을 분리하는 증류탑이란 장치가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장치를 화학공학자들이 만든 거죠. 이처럼 화학공학과는 모든 산업에 기반이 되는 기술을 연구하는 곳인 만큼 더욱 많은 산업 분야에서 필요로 할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재일 ─ 그래서 화학공학과 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는 곳도 다양해요. 석유, 반도체, 디스플레이, 의약품, 식품 등 여러 화학 관련 제품의 공정을 설계하는 엔지니어가 될 수 있죠. 또 원료부터 제품 생산까지 모든 공정을 다루기 때문에 산업 전체를 총괄하는 능력을 갖춰요. 그래서 마케팅이나 신제품 연구 개발 등 경영 관련 분야로도 진출할 수 있고요. 앞으로 태양·수소 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고 환경오염 물질을 줄이는 공정을 설계하는 등 미래 유망 산업에도 폭넓게 진출할 거예요.

화학공학과 진학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다원 ─ 화학공학과는 화학을 기본적으로 배우긴 하지만 기계공학 분야에 더 가까운 공부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어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화공전산, 안전공학, 공정제어, 장치설계 등 공학 관련 공부를 깊이 하기 때문에 기계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 하죠. 만약 화학 과목을 좋아해서 화학공학과 진학을 고려하고 있다면 자기가 순수 과학만을 좋아하는지, 기계공학 분야에도 관심이 있는지 충분히 생각해봐야 해요.

소정 ─ 공학을 다루고, 공정 단계에 필요한 정량법을 계산하는 일이 많아 수학과 물리를 잘하는 것이 좋아요. 여러 산업에서 신소재를 꾸준히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적합한 새로운 공정법을 개발해야 해요. 그래서 화학공학과 학생은 산업이 발전하는 흐름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자 하는 호기심과 창의력이 있어야 하죠. 친구들과 과학반 활동을 하면서 화학 공장 견학 프로그램에도 참여해보면 화학공학자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을 거예요.

캠퍼스씨네21 MODU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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