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괴롭힘 영상, ‘급식충’ 개그
출입금지, 퇴실 써붙인 가게도 출현
‘십대에 대한 공포’ 영문 신조어도
미성숙 존재로 보는 나이문화에다
소수자·약자 혐오 퍼지는 현상 탓
출입금지, 퇴실 써붙인 가게도 출현
‘십대에 대한 공포’ 영문 신조어도
미성숙 존재로 보는 나이문화에다
소수자·약자 혐오 퍼지는 현상 탓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십대들이 자주 쓰는 유행어를 ‘급식체’라고 조롱하고 초·중·고등학생을 ‘급식충’이라고 비아냥거리며 웃거든요. 청소년 전체를 비하하는 혐오문화라고 느껴요.”(윤서) “초등학생의 라면을 빼앗아 먹고 머리를 때리고 도망가는 영상이나, 피시방에서 중학생의 컴퓨터를 꺼버리고 도망가는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면 조회수가 높고 ‘잘한다’는 댓글이 달려요. ”(준영)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교육시민단체 사무실에 ‘청소년 인권감수성 향상 모임’이란 이름으로 청소년과 비청소년 23명이 모였다. 나이나 학생 여부를 따지지 않고 각자 지은 ‘활동명’으로 서로를 부르며 ‘이것도 청소년 혐오일까’ ‘다양한 혐오 문화 속 청소년’ 등을 화두로 대화를 나눈 자리. ‘요즘 애들이란, 쯧쯧’ ‘넌 커서 뭐가 될래’처럼 차별적 언어라는 인식 없이 쓰이는 말부터 ‘중2병’, ‘급식충’, ‘초글링’ 같은 신조어까지, 각자 적은 ‘내가 들은 청소년혐오 표현들’ 쪽지를 펴들자 자리가 후끈 달아올랐다.
■ 청소년혐오란 무엇?
최근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나 약자를 혐오하는 문화가 확산되는 가운데, 나이로 인한 서열문화 가장 아래에 있는 19살 이하의 청소년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도 심각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파르바나’는 “어른들은 용돈을 모아 심사숙고해 산 물건을 쓸 데 없다며 무시하고, 제가 받은 세뱃돈을 부모님이 쉽게 가져간다. 청소년은 돈의 가치를 모른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청소년을 미성숙하고 판단력 없는 존재,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청소년혐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난다’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따릉이’가 생겼는데, 만 15살부터 이용할 수 있고 만 19살 미만은 부모 동의 하에 회원가입을 해야한다”며 “청소년들이 가장 자전거를 많이 타는 연령인데도 따릉이 이용을 막은 것은 청소년을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초딩 출입금지’, ‘중고딩 소란시 강제퇴장’ 등을 써붙인 가게까지 생겼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져 지난달 25일 끝낸 사망한 고 백남기씨의 장례식장에서도 나이를 내세운 갈등이 발생했다고 한다. 부당한 공권력에 항의하며 장례식장을 지키는 시민들 가운데 일부 장년층 남성들이 청소년들에게 “몇 살이야?”라고 반말을 하고 담배를 피지 말라며 경찰을 불렀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 있었다는 ‘서온’은 “이 일을 목격한 뒤 페이스북에 ‘청소년혐오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상당한 호응이 있었다”고 말했다. ■ 누가 청소년혐오를 만드나
누가 청소년혐오를 만들고 확산시킬까. ‘두요’는 “스무살이 된지 갓 3개월이 지난 친구가 도서관에서 ‘고딩 때문에 시끄럽다’고 에스엔에스(SNS)에 올리는 걸 봤다. 청소년에서 막 벗어난 사람이 그간의 억압을 분출하는 방식으로 ‘난 더이상 미성숙하지 않아’라는 의식을 적극 표현하며 청소년혐오의 주체가 된다”고 말했다. ‘윤쓰리’는 “교육자를 양성하는 교대나 사범대에서 ‘체벌은 필요한가’를 놓고 토론한다. 폭력은 누구에게나 부당한데 청소년에 대한 폭력은 마치 교육의 일부인 것처럼 여기는 것도 청소년을 인격체로 보지 않는 청소년혐오의 일종”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청소년혐오’에 대한 비판 담론은 현재 논의가 막 싹트는 단계다. 트위터에 지난 7월 만들어진 ‘청소년혐오지적계정’이란 이름의 계정(@Ephebiphobiaout)은 1088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젊은이와 십대에 대한 공포’라는 뜻의 ‘에피비포비아(Ephebiphobia)’는 영문 위키피디아에 등재돼있다. 사범대생 ‘현지’는 “청소년혐오를 퍼뜨리는 사람들은 여성, 장애인, 소수자, 청소년에 대해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논리를 펴면서 동시에 ‘보호받는 무임승차자’라는 낙인을 찍는다”고 말했다. 참가자 ‘30대 남성‘은 “기존의 나이로 인한 차별은 전 연령에게 해당 나이에 맞는 됨됨이를 요구하는 정도였지만, 요즘 등장하는 청소년혐오는 청소년이란 특정 집단을 공격하면서 14살 미만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형법 등 청소년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나 법을 없애라고 주장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최근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나 약자를 혐오하는 문화가 확산되는 가운데, 나이로 인한 서열문화 가장 아래에 있는 19살 이하의 청소년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도 심각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파르바나’는 “어른들은 용돈을 모아 심사숙고해 산 물건을 쓸 데 없다며 무시하고, 제가 받은 세뱃돈을 부모님이 쉽게 가져간다. 청소년은 돈의 가치를 모른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청소년을 미성숙하고 판단력 없는 존재,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청소년혐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난다’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따릉이’가 생겼는데, 만 15살부터 이용할 수 있고 만 19살 미만은 부모 동의 하에 회원가입을 해야한다”며 “청소년들이 가장 자전거를 많이 타는 연령인데도 따릉이 이용을 막은 것은 청소년을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초딩 출입금지’, ‘중고딩 소란시 강제퇴장’ 등을 써붙인 가게까지 생겼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져 지난달 25일 끝낸 사망한 고 백남기씨의 장례식장에서도 나이를 내세운 갈등이 발생했다고 한다. 부당한 공권력에 항의하며 장례식장을 지키는 시민들 가운데 일부 장년층 남성들이 청소년들에게 “몇 살이야?”라고 반말을 하고 담배를 피지 말라며 경찰을 불렀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 있었다는 ‘서온’은 “이 일을 목격한 뒤 페이스북에 ‘청소년혐오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상당한 호응이 있었다”고 말했다. ■ 누가 청소년혐오를 만드나
누가 청소년혐오를 만들고 확산시킬까. ‘두요’는 “스무살이 된지 갓 3개월이 지난 친구가 도서관에서 ‘고딩 때문에 시끄럽다’고 에스엔에스(SNS)에 올리는 걸 봤다. 청소년에서 막 벗어난 사람이 그간의 억압을 분출하는 방식으로 ‘난 더이상 미성숙하지 않아’라는 의식을 적극 표현하며 청소년혐오의 주체가 된다”고 말했다. ‘윤쓰리’는 “교육자를 양성하는 교대나 사범대에서 ‘체벌은 필요한가’를 놓고 토론한다. 폭력은 누구에게나 부당한데 청소년에 대한 폭력은 마치 교육의 일부인 것처럼 여기는 것도 청소년을 인격체로 보지 않는 청소년혐오의 일종”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청소년혐오’에 대한 비판 담론은 현재 논의가 막 싹트는 단계다. 트위터에 지난 7월 만들어진 ‘청소년혐오지적계정’이란 이름의 계정(@Ephebiphobiaout)은 1088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젊은이와 십대에 대한 공포’라는 뜻의 ‘에피비포비아(Ephebiphobia)’는 영문 위키피디아에 등재돼있다. 사범대생 ‘현지’는 “청소년혐오를 퍼뜨리는 사람들은 여성, 장애인, 소수자, 청소년에 대해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논리를 펴면서 동시에 ‘보호받는 무임승차자’라는 낙인을 찍는다”고 말했다. 참가자 ‘30대 남성‘은 “기존의 나이로 인한 차별은 전 연령에게 해당 나이에 맞는 됨됨이를 요구하는 정도였지만, 요즘 등장하는 청소년혐오는 청소년이란 특정 집단을 공격하면서 14살 미만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형법 등 청소년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나 법을 없애라고 주장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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