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상준(서울과학기술대 건착학전공5), 정유라(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전공5).
신종혁(국민대 건축설계전공 4), 김윤선(국민대 건축설계전공 3)
사람의 모습이 다르듯 건물의 모습도 저마다 다르다. 건물에도 각자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외형적인 아름다움은 물론, 삶에 편리한 공간을 짓는 기술인 건축설계. 그 심오한 분야를 파고드는 국민대 건축설계전공과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전공 학생들을 만났다.
글 강서진·사진 백종헌
설계 기술과 인문학을 조합하는 종합예술
건축학, 건축설계 전공은 어떤 학과인가요?
신종혁(국민대 건축설계전공 4, 이하 종혁) ─ 학과명처럼 건축 설계법을 배우는 학과예요. 건축물을 짓는 데 필요한 기능, 재료, 구조, 디자인 등을 두루 공부하고 이들을 조합해 설계하는 능력을 기릅니다.
이상준(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전공 5, 이하 상준) ─ 건축설계는 보기에 좋고 예쁜 것보다 사용 목적과 주변 환경에 적합한 건축물을 만드는 거예요. 사람의 생활 습관, 행동, 동선뿐 아니라 건축물이 주변에 끼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죠. 그래서 설계 기술은 물론 역사, 철학, 정치, 경제 등 사람과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다양한 인문학을 공부해요. 이렇다 보니 건축설계를 종합예술이라고도 하죠.
김윤선(국민대 건축설계전공 3, 이하 윤선) ─ 두 학과가 이름은 다르지만 건축설계를 배우는 점은 같군요.
이 전공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윤선 ─ 수능 성적에 맞춰서 다른 대학의 전자전기공학과에 다니다가 공부가 재미없어 포기했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무엇이든 만드는 걸 좋아했는데, 특히 집 안 구조를 바꾸고 꾸미는 데 관심이 많아 건축설계를 전공하게 됐죠.
종혁 ─ 저도 모형 만드는 걸 되게 좋아했어요. 특히 나무 모형 만드는 게 재밌어서 관련 학과를 찾아봤죠. 그러다 건축설계에 관심이 생겨 전공으로 선택했어요.
상준 ─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대학 입학을 앞두고 관련 학과를 찾아봤어요.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정보를 찾고 있는데 예쁜 건축물 그림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그때 이런 건축물들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건축학을 전공하게 됐어요. 그런데 건축물을 예쁘게 설계하는 것보다 실용적으로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 뒤 학과 공부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됐죠.
정유라(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전공 5, 이하 유라) ─ 고등학교 때 미술과 수학을 좋아해서 두 분야를 모두 다룰 수 있는 학과를 찾아봤어요. 사촌오빠가 건축학과를 전공했는데, 제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며 추천하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대학 건축공학과에 진학했죠. 그런데 이게 웬열! 하중, 저항력 같은 수치를 계산하는 일이 너무 많은 거예요. 저는 설계 분야에 관심 있었기 때문에 다니던 학교를 그만뒀어요. 건축학전공을 5년 동안 공부하고 있는데 하면 할수록 제 적성에 딱 맞는 학과라는 걸 느끼고 있어요.
건축공학이 건축학, 건축설계 전공과 다른 점이 뭔가요?
상준 ─ 건축학, 건축설계가 건축물의 구조와 디자인을 구성하는 것이라면 건축공학은 설계 도면을 토대로 건축물을 안전하게 시공, 설비하는 일이에요. 건축물이 여러 외부의 힘에 잘 견딜 수 있도록 구조물의 골조, 뼈대, 단면, 하중, 저항력 등의 수치를 계산하고 알맞은 시공법을 찾는 일이죠. 그래서 수학적인 사고와 계산 능력이 필요한 거예요.
종혁 ─ 건축물을 설계할 때 기본적으로 구조물 면적이나 두께를 고려해야 해요. 때문에 건축설계를 공부하는 학생들도 건축 수학, 역학, 설비, 시공 등 건축공학 기초 과목을 꼭 배워요.
윤선 ─ 또 다른 차이점이 있다면 건축설계 교육과정이 건축공학보다 1년 더 긴 편이에요. 보통 두 학과가 같은 학부 내에 개설돼 있지만 건축학, 건축설계 전공은 5년제, 건축공학 전공은 4년제로 구성된 학교가 많아요. 건축학, 건축설계 과정이 5년제로 개설돼 있는 학교는 건축학교육인증원의 인증을 받은 곳이죠. 그래서 5년제 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은 건축사 자격시험을 보는 데 유리한 점이 많아요. 국민대 건축설계전공도 5년제 학과예요.
유라 ─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전공도 5년제예요. 다른 학과 학생들보다 1년을 더 공부하니 배워야 할 과목이 많고 학점 관리도 잘해야 하죠. 그래도 건축학과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5년제 학과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요. 전공을 더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고, 졸업 후 건축사 시험도 빨리 볼 수 있으니까요.
상준 ─ 5년제 건축학, 건축설계 학과는 건축학교육인증원이 인증하는 과목을 반드시 구성해야 해서 커리큘럼이 거의 같아요. 학생들은 건축학개론, 건축사같이 기본 소양 과목을 배우고 설계 도면을 표현하는 제도법을 익혀요. 건축물에 사용하는 다양한 재료를 연구하고 건축과 관련한 각종 법 제도를 배우기도 하고요.
국민대 건축설계전공 김윤선 학생의 과제 작품 ‘허물다; 이웃과의 경계’. 1인 가구들이 모여서 사는 공동 주거 주택을 설계했다
건축설계와 건축공학의 차이는?
건축설계는 건축의 구조와 디자인을 정하고 건축공학은 건축을 안전하게 짓는 기술이에요. 건축설계학과에서는 건축물의 기능, 재료, 구조, 디자인 요소를 조합해 설계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건축공학과에서는 튼튼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도록 구조물의 골조, 단면, 하중, 저항력 등을 계산하며 알맞은 시공법을 연구하는 거죠.
윤선 ─ 건축물의 구조를 분석하고 설계 방식, 시공 기술을 익히는 것뿐만 아니라 인테리어나 조경 디자인도 배워요. 건축물이 들어설 대지나 토지를 분석하는 과목도 있어요. 도면 설계할 때 사용하는 CAD 프로그램도 배우고요. 학교마다 다루는 설계 프로그램이 있는데 대부분 CAD 프로그램을 사용하죠.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전공 이상준 학생의 졸업 작품 ‘우주 도시’. 우주에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설계했다. 다큐멘터리와 NASA 자료에서 영감을 받았다.
현장에 답이 있다!
두 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종혁 ─ 국민대 건축설계전공은 일단 5년제인 점이 끌렸어요. 또 건축설계 분야에서 유명한 교수님이 많은 것도 좋았고요. 국민대 건축학부는 건축설계전공과 건축공학인 건축시스템전공으로 나뉘는데, 2학년 때까지는 모든 학생이 두 학과의 과목을 두루 배운 다음 3학년 때 전공을 결정하는 시스템도 마음에 들었어요. 건축설계와 건축공학의 차이를 모르고 학과를 결정했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전과 하는 학생들이 꽤 있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우리 학교 학생들은 그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되는 거죠.
상준 ─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전공은 국립대라서 다른 학교에 비해 등록금이 저렴해요.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제안하는 건축설계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편이고요. 저는 디자인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서 디자인 계열 학과들을 복수 전공할 수 있는 점도 좋았어요. 그래서 서울과학기술대를 선택했죠.
학과마다 수업 방식이 어떤지 궁금해요.
종혁 ─ 국민대 건축설계전공은 3학년 때 전공이 나뉘어서 1, 2학년 때 기초 소양을 충분히 쌓는 시간이 많아요. 조형물과 건축사를 연구하고 미술과 디자인 관련 수업도 다양하죠. 특히 1학년 때 배웠던 도학 수업은 도면 설계할 때 도움이 많이 돼요. 사람, 나무, 문자, 기호 등 설계 도면의 요소들을 손으로 그리는 수업인데 일자, 격자, 점선 같은 선의 종류와 굵기를 용도에 알맞게 표현하는 연습도 해요. 설계 도면이 거의 선으로 구성되거든요. 선 굵기와 색의 진하기로 외벽, 내벽, 가구 등 여러 건축 요소를 표현하기 때문에 도학 수업 때 열심히 연습해두면 도면을 그리는 실력이 늘어요.
윤선 ─ 저는 1학년 때 가구를 만들었던 수업이 기억에 남아요. 사람의 행동 패턴을 연구해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설계하는 거였죠. 공간에 어울리도록 예쁘게 디자인도 하고요. 아, 누드모델을 그리는 미술 수업도 있어요. 인체를 탐구해 선과 구조의 예술미를 배우는 시간이랄까웃음) 이렇게 1, 2학년 때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면이나 모형으로 표현하는 법을 익혀요.
유라 ─ 누드모델을 그리는 수업이 있다고요? 나도 한번 청강을….(웃음)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전공은 과제 수업이 많은 편이에요. 설계 기획안이나 도면, 모형을 만들어 교수님과 학생들의 평가를 받는 거예요. 보통 한 학기에 2개 프로젝트를 하는데 학생들의 과제를 교수님이 일대일로 평가하고 조언하면 수정, 보완하는 작업을 반복해요. 일주일에 두 번은 꼭 교수님한테 중간 평가를 받아야 해서 과제 양이 많죠. 과제를 완성하면 작품을 전시하고 품평회를 가져요. 교수님과 학생들이 모여서 발표하고 평가하고 나면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는 거예요.
주로 어떤 과제를 많이 하나요?
상준 ─ 주택이나 사무실, 상가, 학교와 같이 생활에 밀접한 공간과 건물을 설계해요. 교수님이 실제 장소와 대지 위치, 건물 용도를 제시하면 주제에 알맞게 설계해야죠. 수업과 책을 통해 배운 이론을 현실에 존재하는 장소에 적용하면 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설계안을 구상해볼 수 있어 도움이 돼요.
윤선 ─ 국민대 건축설계전공에서도 비슷한 과제를 많이 해요. 그래서 건축물을 설계할 장소가 정해지면 현장 답사를 자주 다니죠. 낮과 밤의 분위기, 그 장소를 찾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대와 성별 등 주변 환경을 세세히 파악해야 하니까요. 학생들에게 현장 답사는 아주 당연한 일이에요.
유라 ─ 맞아요. 현장에 답이 있다고, 답사는 교수님이 시키지 않아도 학생들이 알아서 열심히 하더라고요.(웃음)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전공에는 국내외 답사 프로그램도 있어요. 학기마다 건축물이나 시공 현장을 둘러보고 매년 12월에는 해외 견학을 가기도 하죠.
상준 ─ 교수님과 학생들이 팀을 이뤄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 것도 큰 특징이에요. 교수님마다 전문 분야가 다르고 추구하는 스타일이 있는데, 학생들이 원하는 담임교수를 선택해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죠. 일주일에 두 번, 하루에 6시간 정도 설계 스튜디오에서 소규모로 수업해요.
유라 ─ 4, 5학년 때는 건축설계 사무소와 실무 작업하는 ‘아우디스(AUDIS)’ 프로그램에 참여해요. 교내 인턴십 프로그램인데 졸업 전 한 번은 반드시 거쳐야 하죠. 담임교수와 학생, 설계 사무소 건축가가 한 팀을 이뤄 두 달 정도 실제 설계 작업을 하는 거예요. 기업의 설계 공모전에 출품할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요.
종혁 ─ 국민대 건축설계전공은 1학년 때부터 관심 분야를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학회 프로그램이 있어요. 사진, 설계 구조, 세계 건축사,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 공모전, 고건축 등 여섯 개의 학회가 있는데 이 중 한 개 학회를 선택해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거예요. 또 4학년 때는 학과에서 시공 현장을 자주 다녀요. 설계 도면이 실제로 현장에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볼 수 있죠.
설계 작품을 만드는 일이 많을 텐데 학과 실습실은 어떤가요?
윤선 ─ 국민대 건축설계전공에는 모형제작실과 캐드 실습실이 있어요. 설계 도면을 모형으로 제작하는 3D 프린터가 5대 정도 있고요.
종혁 ─ 학교 안에 화방이 있는 것도 좋아요. 작품 만들 때 재료를 자주 구해야 하는데 화방이 가까우니까 필요할 때 바로 준비할 수 있거든요.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니 너무 편하죠.
윤선 ─ 작품에 들어가는 재료값이 만만치 않아 주머니 사정이 항상 힘든데(웃음) 학과 사무실에 재료가 어느 정도 비치돼 있어서 좋아요. 화방이 학과와 연계돼 있어 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고요. 5학년이 되면 졸업 전시 지원금을 조금 받기도 해요.
상준 ─ 우아, 학교에 화방이 있다니 참 좋겠어요.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전공에는 CNC라는 공작기계가 있어요. 손으로 하기 힘든 정밀한 작업을 할 때 수치값을 입력해서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내는 기계예요. 다른 학교에는 흔히 없는 거죠.(웃음)
종혁 ─ 오, CNC가 있다니 부럽삼!
유라 ─ 설계 실습실도 꽤 많아서 학생마다 실습실에 자기 자리가 있어요. 보통 한 학년 학생들이 넓은 실습실을 같이 사용하는데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전공 학생들은 10명 정도로 이뤄진 반 학생들끼리 실습실을 사용해요. 그러다 보니 작업할 때 집중이 잘되는 편이죠. 설계 도면을 입체 모형으로 표현할 수 있는 디지털 스튜디오도 있어 가상공간에서 작품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미적 감각보다는 공간지각 능력을 갖춰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종혁 ─ 건축설계는 상상한 것을 도면에 표현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양한 작품을 보면서 표현 방식을 많이 접하려고 해요. 건축물은 물론 미술, 사진 전시회도 자주 다니고 해외 자료도 꾸준히 봐요. 구조, 디자인, 색감 등을 살펴보고 요즘 트렌드가 어떤지도 조사하죠.
상준 ─ 저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평소 사람들의 행동이나 동선, 구조물의 위치 등을 꼼꼼히 살피는 편이에요.
두 학과의 공통점과 차이는?
두 학과는 건축학교육인증원이 인증한 5년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어요. 졸업을 하고 3년간의 실무 경험을 쌓으면 건축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요. 국민대 건축설계전공은 2학년 때까지 건축학부의 공통 과목을 배우고 3학년 때 학과를 선택해요.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전공은 담임교수와 팀을 구성해 실습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건축학, 건축설계를 전공하려면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요?
유라 ─ 작품을 교수와 학생에게 공개하고 평가받는 일이 많아요. 과제나 시험이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이뤄지죠. 내 시험 점수와 실력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셈이에요. 여러 사람 앞에서 지적을 받을 때도 종종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말을 들어도 절대 좌절하지 않는 강단과 꿋꿋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웃음)
윤선 ─ 자기 작품에 확신을 갖고 설계 의도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내가 설계한 것을 실제 건축물로 지을 수 있을 테니까요. 또 귀가 얇으면 안 돼요. 제 귀가 유명한 팔랑귀라서 사람들이 의견을 제시하면 다 그럴듯하게 들려요. 그래서 작품 방향을 정하지 못하거나 수정할 때도 많답니다.(웃음)
상준 ─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에 동감해요. 솔직히 다른 사람 작품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설명을 듣고 나면 괜히 그럴듯하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이런 걸 우리끼리 ‘입설계’라고 표현해요. 말로 설계한다는 거죠.(웃음) 설계든 말이든 표현을 잘하려면 박학다식해야 해요. 그래서 평소에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관련 책을 많이 읽어두는 게 좋아요.
종혁 ─ 과제 하는 데 치이다 보면 학교에서 거의 살다시피 해요. 집은 잠만 자는 곳이 되죠.(웃음) 과제 제출을 며칠 앞두고는 학교 실습실에서 밤을 꼴딱 새울 때도 많고요. 그래서 체력이 튼튼해야 해요. 드라마에 나오는 건축사들은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는데 우리들 모습은 언제나 추리닝과 슬리퍼죠.
유라 ─ 우리 학교에서도 아주 익숙한 풍경이에요.(웃음) 선후배, 동기와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것도 중요해요. 과제나 작품을 만들 때 팀을 꾸려서 하기도 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때도 많거든요. 힘들 땐 학과 사람들의 조언이나 충고가 큰 힘이 되기도 해요.
윤선 ─ 건축설계를 하려면 손재주나 미적 감각을 타고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물론 그런 재주를 갖추면 좋지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도면을 거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그리고 3D 프린터로 샘플 모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또 건축물이 무조건 예뻐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야 해요. 오히려 기능에 더 충실해야죠. 그래서 선이나 면을 구조화하고 배치하는 공간지각 능력이 필요해요.
종혁 ─ 건축설계는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을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과 삶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졸업 후에는 어떤 일을 하나요?
상준 ─ 5년제 학과를 졸업하면 실무 경력을 3년 정도 쌓은 후 건축사 국가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어요. 2년제나 4년제 학과 졸업생들
은 5년 동안 실무 경험을 쌓아야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돼요. 건축사 자격증이 있으면 설계 사무소를 창업할 수 있고 건설사에서 건축 감리를 할 수 있어요.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건축사 자격증이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유라 ─ 보통은 ‘아틀리에(Atelier)’라고 하는 소규모 건축 사무소나 대형 건축 사무소, 건설 회사에 취업해 설계 일을 해요. 건축학, 건축설계 전공자는 캐드 같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잘 다루기 때문에 건축설계 외에도 다양한 일을 하는 편이에요.
윤선 ─ 맞아요. 광고 회사에서 3D 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게임 회사에서 게임 공간 디자이너로 일할 수 있어요. 영상물을 다루는 회사에서 컴퓨터 그래픽 업무를 담당할 수도 있고요. 조명이나 가구 디자이너가 되기도 해요. 뮤지컬이나 방송국 무대 디자인을 설계할 수도 있고요. 건축학이나 건축설계를 전공했다고 해서 꼭 건축 분야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 능력을 펼칠 수 있어요.
종혁 ─ 요즘 취준생이 넘쳐난다고 하지만 건축학, 건축설계 졸업생들은 취업이 잘되는 편이에요. 소규모 아틀리에가 많기도 하고 건축설계 전공자를 찾는 곳도 다양한 것 같아요.
상준 ─ 또 건축설계 일은 정년 없이 오래 일할 수 있어서 좋아요. 건축사 자격증이 있다면 자기 사업을 할 수 있으니까요. 설계사가 시공 현장에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자유롭게 일할 수도 있고요.
건축학, 건축설계 전공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윤선 ─ 건축학, 건축설계 전공에 대해 알고 싶다면 학과 학생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찾아보세요. 자기만의 설계 작업 과정이나 정보를 자세히 올리는 편이거든요. 이런 게시물을 보면 학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전공을 결정하는 데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죠.
상준 ─ 건축에 대해 쉽게 설명한 책이나 방송 프로그램을 찾아보세요. <건축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책이나
프로그램의 ‘행복한 건축’, ‘아파트 중독’ 편을 보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건축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건축 박람회를 자주 찾아가보는 것도 추천해요.
유라 ─ 기업이나 외부에서 사람을 평가할 때 출신 학교보다는 그 사람의 작품집을 보고 실력을 가늠해요. 그래서 자기 역량을 탄탄히 키우는 게 중요하죠. 1학년 때부터 경력을 쌓는다는 마음가짐으로 학과 생활에 열심히 임하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라 믿어요.
캠퍼스씨네21 MODU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