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경제과학교에서 학생들이 빵 만드는 실습을 하고 있다. 문화교류 가케하시 제공
[함께하는 교육] 유학이 궁금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홈스쿨링을 해온 김진혁(17)군은 핀란드 유학을 준비 중이다. 어렸을 때부터 지휘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지휘자는 최대 30개 파트가 넘는 악기 소리를 듣고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일부 파트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게 도움이 될 거 같은데 이 가운데 가장 배우고 싶은 악기가 오르간이었다.
“점수 위주의 보수적인 한국 교육이 학생들의 개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느꼈다. 개개인의 의견을 존중하며 각자 꿈을 이룰 수 있게 최대한 도와주는 곳을 찾다 핀란드를 선택했다.”
음악을 전공하려는 이들은 보통 이탈리아로 유학을 간다. 하지만 김군은 핀란드를 잠깐 방문했을 당시 그곳 사람들의 성향이나 문화가 마음에 들었다. 이후 현지에서 어학 관련 책과 시디를 사 와서 공부하고 인터넷으로 직접 학교와 입학조건 등을 알아봤다.
“현재 헬싱키 시벨리우스 음악원에 가려고 준비 중이다. 음악을 공부하려면 본고장인 이탈리아를 거치는 게 맞다. 하지만 무조건 유명한 학교보다 내가 배우고 싶은 내용, 생활환경도 중요하다. 핀란드는 평화롭고 사람답게 살 수 있을 거 같다.”
성적이 어중간해서 국내 상위권 대학을 못 가느니 차라리 외국대학 졸업장 따는 게 취업에 유리할 거라는 건 옛말이다. 여전히 국내 입시 실패 뒤 유학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으나 최근에는 김군처럼 처음부터 전문 분야로 진로를 정해서 유학 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졸업 뒤 현지 취직이나 이민까지 염두에 두기도 한다.
전문 분야 현지 취업 위한 유학도 늘어
국내 취업이 쉽지 않은 요즘 외국에서 학위를 따거나 기술을 배운 뒤 바로 취업하려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일본 전문학교는 각 분야 전문기술을 가르치는 곳이다. 전문대학이 아니라 학위가 나오지 않지만 2년 과정을 마치면 ‘전문사’ 수료증이 나온다. 한-일 민간교류 커뮤니티 ‘문화교류 가케하시’ 김현수 대표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한 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도 이직을 위해 전문학교를 많이 찾고 있다. 자체 조사한 결과 75% 이상이 현지 취업을 희망했다”고 말했다.
자격 조건은 일본어학교(일본 어학연수기관)를 6개월 이상 다녔거나 일본어능력시험(JPT) 2급 이상의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이는 최소한의 조건일 뿐 일본인 대상의 학교라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해야만 수업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현지 취업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인기 있는 분야는 아이티(IT)·호텔·여행·주얼리·패션·방송 쪽이며, 요리와 패션 분야는 취업비자를 내주지 않는다.
‘외국대 졸업장’ 받으려 유학은 옛말
구체적인 진로 정하고 일찍부터 준비
전문학교나 미국간호사 자격 취득 등
유학 후 현지 취직과 이민 고려도
적응 핵심은 ‘언어’, 평소 꾸준히 하길
유학원 맹신 말고 직접 탐색도 중요 전문학교 학비는 제과·제빵 등 요리 관련 학교가 1년 기준 180만~200만엔, 디자인이나 아이티 분야는 120만~140만엔 정도다. 김 대표는 “전문학교 입학은 일반 입시와 추천 입시로 나뉜다. 추천 입시는 전문학교가 일본의 어학연수기관 중 수준이 높거나 공인된 기관을 추천교로 지정해 유학생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일부 전문학교의 경우 미리 수업을 들어볼 수 있는 주말 체험입학(수업)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간호사 취업과 영주권 취득까지 보장하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미국 의료기관 전문 인력파견 기업 ‘퍼펙트 초이스 스태핑’은 최근 한국센터를 세웠다. 학생들은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프랭클린대학교 간호학과 수료 이후 미국 간호사면허시험인 엔클렉스(NCLEX-RN) 통과 시 미국 병원 취업과 영주권 취득을 보장받는다. 양한길 한국센터 대표는 “간호 유학부터 취업, 영주권 취득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국내 최초다. 대입 수험생은 물론 대졸자, 간호사 준비생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학 과정을 제외하고 총 4년 과정으로 진행하며, 학비는 연 2500만원 선이다.
하고 싶은 공부는 기본, 언어 능력은 필수
유학 가서 적응을 어렵게 하는 것이 바로 언어다. 기본적인 능력만 갖추면 현지에서 생활하면서 자연스레 늘 거라고 생각하는 학생도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어학연수가 아닌 정규 교육과정을 듣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언어 능력이 뒤따라야 한다.
김군도 유학을 결정한 뒤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라고 생각했다. 인종차별을 당할 수도 있고, 현지 문화를 이해하며 제대로 공부하는 데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영어 학원에 다니긴 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유럽권 유학을 위해 영국 영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후 2년여 동안 밤새 유튜브에서 영국의 텔레비전 쇼를 틀어놓고 무의식적으로 달달 외웠다. 어느 순간 억양이 영국식으로 바뀌었다. 영국에 잠깐 갔을 때 현지인들이 영국에 사느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언어 공부는 유학 가기 직전에 시간을 들여 몰아서 하기보다 평소에 틈틈이 하는 것이 좋다.”
미국 대학을 지원한 전도혁(경기도 광문고 3)군도 구체적인 진로를 찾은 뒤 유학을 준비한 사례다. 중학교 때 “직원의 창의성을 발휘하게 해준다”는 말을 듣고 구글 본사에서 일하고 싶어졌다. 이후 미리 그곳의 문화를 접해보자는 생각에 유학을 결심했고 컴퓨터 과학이나 물리, 수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가정 형편상 유학비 부담이 컸는데 학교 선생님의 도움으로 한국장학재단 장학금을 받게 됐다. 그곳에서 토플과 미국 대학 입학 학력고사(ACT) 준비도 도와줬다.”
전군도 유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영어 공부는 꾸준히 해왔다. 그는 “기본적인 능력을 갖추고, 최대한 구체적으로 유학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나처럼 도움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는지 알아보면 기회가 왔을 때 유리하다”고 했다. “유학원은 해당 분야에서 가장 최선인 학교보다 사람들이 이름 보고 좋다고 생각하는 주립대만 추천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보다 훨씬 더 좋은 학교가 있음에도 결과에만 치중하는 셈이다. 관심 분야의 학교를 다양한 통로로 직접 알아보는 게 좋다.”
맞춤유학원 찾고 학비 송금 직접 해야 좋아
유학을 준비하는 이들은 보통 유학박람회나 대형 유학원을 찾는다. 학교 정보를 얻고 입학에 필요한 서류 구비나 전형 절차 등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어학연수는 현지 학교에서 수수료를 유학원에 지급하기 때문에 학생에게 별도 수수료는 받지 않는다. 학비 안에 유학원 수입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반면 대학이나 대학원처럼 정규 교육과정은 접수하는 데 별도의 품이 들기 때문에 수속비를 따로 받는다. 보통 대학은 원서를 여러 곳에 쓰기 때문에 ‘몇 개 학교에 얼마’ 식으로 금액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비용이나 기준은 유학원마다 다르기 때문에 직접 확인해봐야 한다.
김기동 한국유학협회 사무국장은 “무조건 큰 유학원보다 자기가 원하는 전공 분야를 주로 다루는 맞춤 유학원을 찾는 것이 낫다. 그 분야만 반복해서 수속을 밟았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전문성을 더 갖추고 있다”고 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와 함께 “가급적 학비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직접 송금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은행에 가서 외국환 송금 지정으로 처리하면 되는데 이를 잘 모르거나 번거로워서 유학원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는 “요즘은 학생이 신용카드로 직접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왔다. 최대 10개월까지 할부로 낼 수 있고 소득공제를 받고 카드 포인트도 쌓을 수 있다”고 했다. 유학비안심결제서비스(SSP)는 어학연수나 유학 비용을 케이지(KG)이니시스의 플랫폼을 이용해 카드로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어학연수만 해도 보통 6개월에 1000만원 가까이 드는데, 학생 입장에서는 분할해서 내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고 직접 처리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구체적인 진로 정하고 일찍부터 준비
전문학교나 미국간호사 자격 취득 등
유학 후 현지 취직과 이민 고려도
적응 핵심은 ‘언어’, 평소 꾸준히 하길
유학원 맹신 말고 직접 탐색도 중요 전문학교 학비는 제과·제빵 등 요리 관련 학교가 1년 기준 180만~200만엔, 디자인이나 아이티 분야는 120만~140만엔 정도다. 김 대표는 “전문학교 입학은 일반 입시와 추천 입시로 나뉜다. 추천 입시는 전문학교가 일본의 어학연수기관 중 수준이 높거나 공인된 기관을 추천교로 지정해 유학생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일부 전문학교의 경우 미리 수업을 들어볼 수 있는 주말 체험입학(수업)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간호사 취업과 영주권 취득까지 보장하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미국 의료기관 전문 인력파견 기업 ‘퍼펙트 초이스 스태핑’은 최근 한국센터를 세웠다. 학생들은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프랭클린대학교 간호학과 수료 이후 미국 간호사면허시험인 엔클렉스(NCLEX-RN) 통과 시 미국 병원 취업과 영주권 취득을 보장받는다. 양한길 한국센터 대표는 “간호 유학부터 취업, 영주권 취득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국내 최초다. 대입 수험생은 물론 대졸자, 간호사 준비생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학 과정을 제외하고 총 4년 과정으로 진행하며, 학비는 연 2500만원 선이다.
일본 스시와쇼쿠전문학교에서 학생들이 체험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문화교류 가케하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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