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여중여고 성희롱, 트위터 통해 수면 위로
ㅊ재단 중·고교 연대해 학생들 선언문 내
교육청, 교사 9명 수사의뢰·정식 감사 착수
“학생들 성감수성 높은데 교사들 못 따라가”
ㅊ재단 중·고교 연대해 학생들 선언문 내
교육청, 교사 9명 수사의뢰·정식 감사 착수
“학생들 성감수성 높은데 교사들 못 따라가”
“옆 학교(서울 서대문구 ㄱ고)에서 유명한 성추행 사건이 지난해 있었는데, 같은 학교 학생들이 피해 학생들에게 ‘가뜩이나 학교 이미지도 안 좋은데 왜 그런 걸(성추행 피해) 굳이 공개적으로 알리냐’고 ‘뒷담화’가 돌았대요. 선생님들한테도 유별난 애로 찍힐까봐 걱정돼서 애들이 트위터로 이야기한 것 같아요.” (서울 한 고교 김아무개(19)양) “요즘 학생들은 성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민감하고 시민의식도 높은데, 소통에 적극적이지 못한 선생님들은 자신이 하는 말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 인지 못 한다. 성희롱 예방 연수를 받기는 하지만 피상적인 수준이다.”(서울 한 여고 교사 최아무개(47)씨) 지난 3일 트위터에는 ‘ㅅ여중·여고 문제 공론화’라는 이름의 계정이 생겼다. 해당 학교 학생들이 트위터에 교사들의 성희롱 실태와 폭력적인 생활지도 문화에 대한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틀만에 200여건의 글이 올라왔다. 재학생뿐 아니라 졸업생들의 제보도 쏟아졌다. 특정 교사로 인한 성추행 피해 호소부터, 교사들의 각종 성차별성 폭언, 편애, 촌지, 복장단속 등 후진적 학교 문화에 대한 전방위적인 폭로가 이어졌다. 한 제보자는 “한 선생님이 국제결혼을 해야 한다면 베트남 여자랑 할 건데, 비에 젖은 아오자이(전통의상)를 입은 베트남 여자를 보면 기가 막히게 좋다는 등 성희롱적, 국가차별적 단어를 사용했다”며 “또다른 선생님은 예체능계 학생한테 너는 왜 예체능인데 안 꾸미고 다니냐, 화장이라도 하라는 등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서울 노원구 ㅊ여고 학생들도 지난 11일 인터넷 페이스북에 ‘ㅊ중 성희롱 공론화’ 페이지를 만들었다. 같은 재단의 ㅊ중학교 학생들이 한 도덕교사에게 상습적으로 수업 중 성희롱 발언을 듣는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기말고사 시험기간이지만 같은 재단의 남자 고교인 ㅊ고 학생들도 연대했다. ㅊ고 문화예술동아리 부장 겸 학생대표인 김아무개(17)군은 해당 교사에 대한 학교쪽의 즉각적인 징계와 피해 학생들에 대한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선언문’을 주도적으로 작성했다.
ㅊ재단 소속 ㅊ중, ㅊ고, ㅊ여고 학생들이 뜻을 모은 이 선언문에는 “선생님(해당 도덕교사)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시로 성적 수치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언행을 자행했으며, 심지어 (문제 제기하는 학생들을) ‘전부 다 고소해버리겠다’고 말하며 정신적 압박을 가했다. 우리는 좌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 후배들의 학생인권이 유린 당하지 않도록 뭉쳤다”고 적었다. 김군은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학생들과 힘을 모은 이유에 대해 “학교나 주변 어른들에게 알려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학생 개개인은 힘이 없지만, 우리는 결코 혼자라 아니라는 것을 이번 촛불집회를 보면서 알게됐다. 힘을 합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월 학교현장에 ‘대상별 학교 성폭력 사안처리 매뉴얼’을 만들고 신고절차도 강화했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고 증거를 모아 직접 신고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시교육청 평화로운학교팀은 “공식 신고 전화를 마련하고 홍보 스티커도 배포했지만 학생들이 두려움에 전화나 방문 신고보다는 교육청 페이스북을 통한 신고절차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지난주부터 진행한 ㅅ여중과 ㅊ중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무리하고 15일 정식 감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ㄱ고 성추행·성희롱 사건 이후에도 이같은 중·고교 학내 성희롱 사건이 계속 불거지자, 서울시교육청은 아예 서울의 초·중·고 전 학교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학내 성희롱 실태조사도 고민 중이다. 김미향 김경욱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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