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6일 오후 서울시 중구 회현동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에서 열린 2016 서울교육연구정보원 대입 정시전형 대비 대학별 진학정보설명회에서 고등학교 입시담당 선생님들이 대학교에서 배부한 안내서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제 정시다. 정시는 수능 점수를 통해 어느 정도 서열이 드러나는 편이라 단순히 지난해 입시 결과 정도만 확인하고 지원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같은 성적이라도 그 위치에서 생각할 수 있는 변수들을 고려한다면 조금 더 유리한 지원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정시전형은 대다수 대학에서 수능을 100% 반영해 선발하고, 고려대나 연세대처럼 학생부를 일부 반영하는 대학들도 그 영향력이 크지 않다. 그래서 교대처럼 학생부나 면접의 영향력이 큰 일부 모집단위를 제외하고는 수능 성적이 당락에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정시에서도 명목상으로 드러나는 과목별 점수 이외에 ‘수능 반영 과목 수’, ‘과목별 반영 비율’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생각보다 많다. 게다가 올해 수능에서는 국어가 계열의 구분 없이 실시되고, 한국사 절대평가도 처음으로 실시된 해라 단순히 작년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입시 결과를 가늠해서는 안 된다. 또한 프라임 사업으로 인해 모집단위의 변화가 큰 건국대처럼 학과(부)의 신설이나 분리 통합이 이루어진 모집단위는 예측이 더욱 어렵다.
우선 성적표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수능 반영 방식’을 둔 대학들을 찾아보자. ‘수능 반영 과목 수와 조합’, ‘과목별 반영 비율’ 등을 간단하게 살펴볼 수 있는 배치표 등을 이용해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방법이 무엇인지 비교적 폭넓게 살펴보고 군별로 지원을 희망하는 대학들을 추려야 한다. 다음으로 각 대학 기준에 따라 자신의 점수를 정확하게 계산해야 하는데, 이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정시 관련 성적 산출 프로그램 등을 사용하고 있어 학교 교사를 통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각 대학 입학처 누리집에 가서 지원을 희망하는 모집단위의 최근 입학 성적을 살펴보고 군별로 지원 가능한 후보군을 정리하는 것이 지원 대학을 정하는 첫 단계다.
후보군이 어느 정도 정해지면, 각 대학 입시 요강을 통해 ‘수능과 학생부의 반영 비율’, ‘수능 반영 과목 수’, ‘모집인원’ 등이 전년과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 유불리를 판단해봐야 한다. 동덕여대처럼 학생부 성적 30%를 반영하다 올해는 수능 100%로 선발하는 대학은 수능 성적이 더 중요해졌고, ‘가천대 일반전형2’, ‘아주대 일반전형3(특정), 일반전형7(특정)’처럼 올해 처음으로 2과목만 반영하는 경우에는 지원자가 많아져 성적 또한 매우 높아질 수 있다.
올해 분할모집이 전면 금지되어 군별 모집인원의 변화가 큰 경우도 있다. 작년에는 경희대, 동국대, 성균관대 ‘경영학과’와 한양대 ‘경영학부’가 가군과 나군에서 모두 선발했으나 올해는 경희대와 동국대는 가군, 성균관대와 한양대는 나군에서만 선발한다. 이처럼 한 군에서 모집인원이 많아진 학과(부)의 경우 작년보다 경쟁률이 떨어져 합격선이 낮아질 수 있다.
■ 상위권대 4개 영역 표준점수 주로 활용
상위권 대학들은 대다수가 수능 4개 영역의 표준점수를 활용해서 선발하는 편이므로, 학생들은 자신이 잘 본 과목의 반영 비율이 높은 대학을 찾아 지원하는 것이 유리하다. 인문계열의 한양대나 자연계열의 이화여대처럼 4개 영역 모두 25%씩 동일하게 반영하는 상위권 대학은 많지 않다. 대체로 인문계열은 상경계열을 제외하고는 국어와 영어의 비중이 높은 편이고, 자연계열은 수학과 영어 또는 수학과 과학탐구의 반영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유리한 반영 비율을 적용하는 대학을 잘 찾아야 한다.
인문계열에서는 명지대나 숭실대처럼 국어와 영어의 반영 비율이 각 35% 이상인 대학도 있으니 국어와 영어에서 좋은 점수를 얻은 학생이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그리고 자연계열에서는 수학과 영어를 30%씩 반영하는 ‘가톨릭대, 강원대, 경북대, 상명대’나 수학과 탐구를 30%씩 반영하는 ‘고려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양대’ 등이 있으므로 유불리를 잘 따져봐야 한다. 특히 최상위권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의 경우, 아주 작은 점수 차이로 합격, 불합격이 갈리므로 ‘과목별 반영 비율’과, ‘변환표준점수’에 따른 유불리, 그리고 ‘군별 누적 인원의 변화를 통한 추가 합격의 가능성’ 또한 살펴봐야 한다. 반영 비율에 따라 조금 더 좋은 점수가 나오거나 변환표준점수를 적용해서 자신의 성적이 향상되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유리할 것이다.
특정 과목 성적이 좋지 않다면, 강점이 있는 과목들을 조합해서 가장 유리한 대학을 찾아야 한다. 경기대 자연계열은 작년에 수학과 영어를 30%씩 반영했으나 올해 40%씩 반영으로 바뀌어서 국어와 탐구에 약점이 있더라도 지원해볼 만하다. 홍익대 캠퍼스 자율전공과 성신여대 글로벌비즈니스의 경우에는 수능 4개 영역 중 상위 3개 영역만을 반영한다. 또한 수도권의 중하위권 대학들 역시 수능 3개 영역을 조합해서 성적을 산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신에게 유리한 대학을 잘 찾아야 한다.
■ 자연계열 등 과탐 수학 ‘가’ 가산점 고려하길
자연계열 학생이나 교차지원을 고민하는 학생이라면 과학탐구나 수학(가)형 가산점도 고려해야 한다. 과학탐구의 경우 강원대, 경상대, 전북대, 한국교원대 등의 일부 학과에서 10%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수학(가)형의 경우 10~20%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대학이 많은데, 가산점을 통해 수학(나)형의 점수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은 편이다. 다만 가산점 20%를 부여하는 경상대, 충남대, 충북대 등의 일부 학과는 가산점의 영향력이 큰 편이므로 자신의 선택 과목과 점수에 따른 유불리를 살펴야 한다.
전문대의 경우 대다수의 대학이 상위 2과목 성적을 반영하고 탐구 과목도 하나만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전형 방식이 단순하고 그 변화도 거의 없어 입학처 누리집에 제공된 전형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위치를 쉽게 가늠할 수 있는 편이다. 특히 전문대는 4년제와 달리 지원 횟수에 제한이 없고, 한 대학에 여러 장의 원서를 제출할 수 있는 경우가 있어 희망하는 학과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입시정보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언제나 기준이 돼야 할 정보는 대학의 입학처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정시전형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2월에 이루어지는 추가 모집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직 3장 또는 그 이상의 기회가 남아 있다. 정시전형의 다양한 변수를 미리 점검해서 수험생 모두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방법을 찾기 바란다. 김진석(소명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