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19살 회계사와 농부, “원격대학서 직업 전문성 길러요”

등록 2016-12-27 08:54수정 2020-02-29 13:54

[함께하는 교육] 대학 길라잡이
방송대 선택한 10대들
최연소 공인회계사 조만석군은 방송대 법학과 재학생이다. 퇴근 뒤 대학생으로 변신해 원격강의를 듣는다. 조만석군 제공
최연소 공인회계사 조만석군은 방송대 법학과 재학생이다. 퇴근 뒤 대학생으로 변신해 원격강의를 듣는다. 조만석군 제공

누구에게나 열린 대학, 수준 높은 온라인 강의, 한 학기 30만원대의 ‘착한 등록금’, 75만 동문 파워. 국립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를 설명하는 말이다. 과거 만학도의 꿈을 이루어주는 것으로 잘 알려진 방송대가 요즘엔 ‘잘나가는’ 10대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19살 회계사 조만석군과 농부 최원석군은 모두 방송대 재학생이다.

조군은 올해 역대 최연소로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뒤 국내 ‘빅4’ 회계법인에 입사했다. 그가 받은 정규교육은 초등 4년이 전부다.

“어렸을 때부터 수학적으로 생각하고 계산하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중·고등 검정고시를 마치고 경영학을 공부하며 회계 분야에 흥미를 갖게 됐습니다.”

조군은 독학사 학위 취득 후 곧바로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했다. 회계 계통의 최고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재경관리사, IFRS관리사, 전산세무1급, 기업회계1급, 세무회계2급 등 각종 회계·세법 실무자격증 취득 뒤 2년6개월의 수험기간을 거쳐 지난 8월 제51회 공인회계사 시험 최종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법학과 조만석군·농학과 최원석군

일찍 진로 찾은 10대들 방송대 진학

원격강의 통해 일-학업 병행 장점

온라인에서 언제든지 질문하며 학습

오프라인 학습모임에서 교우관계 다지며

44년 역사 ‘75만 동문 파워’ 실감해

‘남다른 선택’으로 10대에 꿈을 이룬 조군은, 지난해 또 한 번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우리나라 최초 원격대학인 방송대 법학과 3학년에 편입학한 것이다. 조군이 방송대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사회인으로서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온라인 강의는 시간·장소의 제한이 없으니까요. 앞으로 오프라인 학습모임에도 참여하며 선배님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어요.”

조군은 퇴근 뒤 대학생으로 변신한다. 노트북을 여는 순간 캠퍼스 생활이 시작된다. 상법과 민법에 특히 관심이 많다. 법학을 전공하기로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회계·감사와 법은 수레의 양쪽 바퀴와도 같거든요. 업무 연관성을 생각해 법학 전공을 택했습니다. 실제로 상법을 배우니 회계 업무에 큰 도움이 됩니다.”

방송대 원격강의는 모르는 부분을 반복학습할 수 있어 만족도가 더욱 높다. 조군은 “이동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스스로 학습 분량을 조절할 수 있다”며 “궁금한 점이 있을 때면 온라인상으로 교수님, 조교님께 언제든지 문의할 수 있어 학습효과는 배가된다”고 했다.

방송대는 서울대와 카이스트 출신 교수진의 수준 높은 강의를 비롯해 재학생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각종 특강을 진행한다. 경력개발, 진로워크숍, 대학원 진학 및 창업 특강 등은 매번 반응이 좋다. 동문들의 직업 이야기, 성공 전직 전략, 진로 탐색 등의 프로그램도 온라인 수업만큼 알짜배기다. 전국 48개 캠퍼스 및 도서관, 1800여개 스터디 모임을 통해 활발한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며 ‘방송대 75만 동문 파워’를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조군은 원격강의를 통한 평생 학습을 계획하고 있다. “방송대 대학원 석사과정 진학도 생각하고 있어요. 학문융합 시대에 어울리는 맞춤형 공부가 가능한 학교거든요. 법학과 졸업 후에는 금융·무역 분야를 더 공부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법과 금융, 무역 계통을 아우르는 회계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파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최원석(19)군도 특별한 선택을 했다. 그는 일반계 고등학교 졸업 뒤 현재 방송대 농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새내기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모할머니 농사일을 도왔어요.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환경도 살릴 수 있는 자연농법에 관심이 많습니다.”

농부의 길을 선택한 최원석군. 자연농법에 관심 있는 최군은 방송대에서 농학을 배우고 있다. 방송대 제공
농부의 길을 선택한 최원석군. 자연농법에 관심 있는 최군은 방송대에서 농학을 배우고 있다. 방송대 제공

자연농업의 기본은 ‘무농약, 무비료, 무경운, 무제초’인데, 방송대에서 체계적으로 농학을 배우며 농업인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 보겠다는 포부가 제법 당차다. 날씨 변화에 따라 사시사철 눈과 귀를 열어두어야 하는 농부의 길. 방송대 원격강의는 파주와 서울을 오가며 일하는 최군에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토착미생물을 직접 배양해서 20여종 작물에 실험하고 있어요. 화학 비료나 합성 농약을 쓰지 않고 오이, 옥수수, 고추, 고구마, 가지, 배추 등에 자연 발생하는 토착미생물을 활용하는 거죠.”

최군은 농학과에 입학한 뒤 방송대 오프라인 학습모임에도 참석했다. 원격대학이라 교우관계가 소원할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이었다.

“다들 참 열심히 공부하는 등 면학 분위기가 강해 동기부여가 됐어요. 오프라인 학습모임에 참여해 농학과 선배들을 만나니 든든하더라고요. 정말 공부에 뜻이 있는 분들만 입학하는 만큼 연령대가 다양한 것도 장점입니다.”

최군의 자연농법은 화학 비료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관행농법과는 달라 ‘선배 농부’인 이웃집 할아버지로부터 “무슨 고추농사를 그렇게 짓느냐”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올여름 장마 이후 자연농법을 적용한 자신의 작물들이 더 오래, 싱싱하게 유지되는 것을 보면서 마을 어른들이 최군의 방식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농학원론, 재배학원론 등 전공과목을 수강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재배학과 축산학 수업이 특히 재미있습니다. 온라인 강의를 통해 농학 입문부터 응용까지 배울 수 있어, 농사와 학습을 병행하는 제게는 맞춤형 대학이에요. 전공뿐만 아니라 철학, 역사, 정치 분야 등 다양한 교양과목을 수강하며 시야를 넓히는 즐거움도 있어요.”

최군은 평일에는 파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방송대 강의를 듣고, 주말이면 서울에 있는 본가로 내려온다. 농부와 대학생을 겸하는 최군의 ‘뿌듯한 이중생활’은 어느덧 일상이 됐다.

“농학과에 입학해 정식으로 공부를 시작하니, 마을 어른들이 ‘젊은 친구가 기특한 결심을 했다’며 응원도 많이 해주십니다. 농기구도 빌려주시고요. 흙과 미생물, 자연은 거짓말하지 않아요. 뿌린 만큼 거두는 거죠. 공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2학년 때는 농업유전학과 재배식물생리학을 배우고, 4학년에 올라가면 현장실습 과목도 있어요. 벌써 기대됩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