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펙 공동수업 처벌방침…“편의적인 중립성 잣대” 비판
전교조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공동수업(계기수업) 실시 계획에 대해 정부가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할 경우 엄중 처벌하겠다고 나섰다.
교육인적자원부는 8일 “계기수업 자료가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내용이면 수업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장학지도를 하겠다”며 “수업을 강행하는 교사들은 국가공무원법 상의 복종의무 위배(학교장의 장학지도 불응)로 보고 엄중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전날 “‘아펙 바로 알기 공동수업’을 14일부터 18일까지 전국에서 실시하겠다”며 “한나라당 등으로부터 집중 비난을 받았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패러디 동영상물은 이번 공동수업에서 사용하지 않고 새 수업지도 자료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새로운 수업자료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교육의 중립성을 위배했다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부시 패러디 동영상에 대해 “아펙 반대 시각을 담고 있으므로 교육 중립성을 위배했다”며 수업에 사용하지 말 것을 지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교육현장의 계기수업에 대해 이런 잣대를 들이대어 제지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앞서 부산시교육청은 3~4시간 수업 분량의 아펙 홍보 책자를 부산지역 초·중·고교에 돌려 수업을 하도록 했다. 정진상 경상대 사회학과 교수(한국교육이론정책연구회 연구위원장)는 “교육부의 잣대대로 교육 내용의 중립성 여부를 따지면 부산시교육청의 아펙 홍보책자는 그 반대시각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립적이지 않으며, 반면 두 시각을 함께 보여주는 (전교조 부산지부의) 수업자료는 중립적”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7차교육과정은 다양한 계기수업을 권장하고 있다. 정 교수는 “계기수업을 이유로 교사를 징계한다면, 국가가 만든 교육과정 자체를 스스로 부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자의적인 교육중립성 잣대로 계기수업을 막는다면 이는 결국 국가가 옳다고 하는 것만 가르치라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주장이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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