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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과잉학력의 시대…‘고졸 만세’ 운동을 아시나요?

등록 2017-02-07 18:07수정 2017-02-07 20:48

교육단체 ‘고졸로 만족하는 세상’ 운동
“고교만 졸업해도 괜찮은 직업
교육·사회 시스템 새로 판짜야
9급공무원 고교졸업 2년내 제한한
일본의 과감한 정책 참조할 만”
안철수, 15살때 진학-취업 선택 제안
고졸 취업강화 대선이슈 부상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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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사회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학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교육시민단체 ‘좋은교사운동’이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소속 학부모 회원 229명에게 지난해 물었더니, ‘대졸’이라고 답한 이가 66%(150명), ‘고졸’이라 답한 이는 33%(76명), ‘중졸’은 1%(2명)였다. 우리 사회 사교육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단체 학부모들의 상당수마저 자녀를 대학까지 진학시켜야 사회인으로 살아갈 필수적 학력이 갖춰진다고 본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등록자기준)은 1990년 27.1%에서 점차 올라 2009년 77.8%로 정점을 찍은 뒤 차츰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70% 안팎 수준이다. 높은 대학진학률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교육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고졸 만세’(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만족하는 세상)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때마침 대선주자 가운데서도 ‘보통교육’과 ‘대학교육’을 분리시키자는 제안이 나오는 등 이런 운동의 취지와 맞닿은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일고 있다.

지난 6일 저녁, 교원단체인 ‘좋은교사운동’ 회원들은 서울 관악구 단체 사무실에 모여 ‘고졸도 만족하는 세상을 위한 직업교육체제’를 주제로 특성화고 교사, 장학사, 변호사, 단체 정책위원들이 머리를 맞댔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요즘 나오는 대선 교육공약을 보면 대입제도 개선, 대학 서열 완화, 반값등록금 등 고등학교 졸업 후 모두 대학에 간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지는 듯 하다. 하지만 다른 나라는 고졸만으로도 직업을 갖고 사는 데 문제없도록 교육 시스템이 짜여있다”고 지적했다. 이 운동을 처음 구상한 김진욱 참여연대 공동 운영위원장(변호사)은 “청년 부채, 저출산, 노인 빈곤 등 각종 사회 문제들의 시작이 ‘대학은 나와야지’라는 인식 때문에 학력에 과잉투자 하기 때문”이라며 “직업시장 입직 시기를 고교 졸업 뒤로 당기면, 사교육 등 대입 경쟁 비용이 사라지고 젊은이들의 결혼이나 출산이 빨라지며, 노후자금을 자녀의 대학 뒷바라지에 쓰는 문화도 줄어든다. 유년기부터 청년, 장년, 노년, 전 세대에 이르는 사회적 고통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단체만의 주장이 아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6일 국회 연설에서 미래 교육을 위한 5·5·2학제개편을 제안하며 “중학교까지 시민으로서의 자질이 완성되는 ‘보통교육’을 받고, 15살 이후는 대학진학을 위한 진로교육과 취업을 위한 직업교육 중 선택하게 해야 한다. ‘보통교육’과 ‘대학교육’을 분리하는 강한 교육 혁신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7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상당히 의미있는 제안”이라며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검토하자”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 제안에 대해선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대입 위주의 교육체계에 대한 문제의식이란 점에선 상통한다. 손정웅 부산공고 교사는 “우리 사회에서 ‘고졸’이라는 말 자체가 ‘대학을 못 나왔다’ 또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말로 왜곡돼 쓰이면서 특성화고는 인문계고에 가지 못 하는 학생들이 가는 곳으로 변질됐다. 사회 시스템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대학에 가지 않아도 성공하는 세상’ 보고서(2012)를 보면, ‘과잉 학력’ 사회의 원인으로 고졸자가 진입하는 열악한 일자리를 원인으로 꼽았다. ‘고졸자 일자리 취약’→‘대학진학 필수화’→‘대학 과잉 진학’→‘대졸자 하향취업’→‘고졸자 취업 기회 감소’가 되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진욱 변호사는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이른바 ‘취업빙하기’에 3급 공무원(한국의 9급 공무원) 응시자격을 고교 졸업 후 2년 이내로 제한하는 과감한 정책으로 ‘과잉 학력’의 악순환을 끊고자 했다”며 “현재 대학진학자들에 대해 주어지는 국가 지원은 고졸자에게도 공평하게 주어져야 하며 대선 국면에 ‘과잉 학력’의 문제를 타파할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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