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소셜펀딩 ‘세상과 만나는 1평의 선물’. 화면갈무리
발달장애인 고등학생이 시민 후원금 4347만원을 모아 모교 도서관을 리모델링하고 사서 보조로 취업했지만, 학교 쪽의 재계약 거부로 1년 만에 일자리를 잃을 처지가 됐다. 초등학교 5학년때 엄마 등에 업혀 첫 등교를 한 뒤 어렵게 학업을 이어갔던 지적·뇌병변 장애인 오주훈(21)씨는 2015년 고교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졸업 뒤 자립은 막막한 상황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오씨는 도서관 사서가 꿈이었지만 중증 장애인에게 현실의 벽은 높은 상황이었다.
오씨는 <경인방송>과 함께 ‘세상과 만나는 1평의 선물’이란 소셜펀딩(
다시보기)을 시작했다. 발달장애인들이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다정하고 따뜻한 도서관'을 시민들의 정성을 모아 만들어 보자는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에는 장애인 오씨의 ‘사서의 꿈’에 대한 응원도 담겼다. 시민들은 오씨의 모교 도서관을 장애친화적으로 리모델링하고, 이곳에서 오씨가 직업교육을 받아 자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자며 십시일반 했다. 1000만원을 목표로 했지만 시민 2063명이 총 4347만원을 모았다. 이 돈으로 도서관이 리모델링됐고, 오씨는 서울시교육청 ‘장애학생 희망일자리 사업’의 지원으로 지난해 3월부터 하루 4시간씩 월 63만원을 받고 사서 보조로 근무를 시작했다.(
방송 보기) 발달장애인이 자신에게 적합한 일을 찾아 자립의 첫 발을 뗀 좋은 사례였다.
<경인방송> 10평의 기적 작은도서관. 화면 갈무리.
<경인방송> 10평의 기적 작은도서관. 화면 갈무리.
하지만 학교 쪽은 최근 오씨에게 “1년 계약기간이 끝났고, 재계약은 어렵다”고 통보해왔다. 경종록 상암고 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학내 논의 과정에서 오씨의 업무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오씨는 고용보다 보호가 필요하며, 재계약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희망일자리 사업 담당자는 “희망일자리 사업은 장애학생의 직업 역량을 키워 채용까지 연결되길 지원하지만, 종신 고용이 아니며 해당 계약을 이어갈지 판단은 학교에서 한다"고 말했다. 오씨 어머니 곽은진(52)씨는 “발달장애인 아들이 시민들의 도움으로 비장애인 후배들과 소통하며 사회에 적응해 나가고 있는데, 학교 쪽의 재계약 거부로 일자리를 잃게 됐다. 학교가 장애인의 사회 통합을 위해 후원한 시민들의 손길을 무시한 처사"라고 말했다. 곽씨는 “아들과 함께 일한 동료 사서(직무지도원)는 성인인 아들에게 ‘체벌’ 명목으로 손바닥을 때리는 등 신체적 학대도 이뤄졌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낼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동료 사서는 “지난해 11월 주훈이에게 컴퓨터 사용에 대해 주의를 주면서 플라스틱 자로 손바닥을 한 차례 때렸다. 직무지도 차원에서의 일인데 체벌이라고 하면 억울하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