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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세상 보는 눈 키우는 ‘현실 밀착형' 경제공부

등록 2017-02-21 08:48수정 2020-02-29 13:43

[함께하는 교육] 10대부터 시작하는 경제교육

용돈기입장에 지출내역 꼼꼼 정리
물건 산 뒤 영수증 챙겨 소비규모 파악
자기주도적 경제습관 형성돼

소비패턴 탐색·카드뉴스 제작부터
대부업 등 금융피해 예방까지
세태 반영한 현실적인 경제교육 늘어
학생들이 ‘씽크머니 금융교실 플립 러닝’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와이더블유시에이(YWCA)연합회 제공
학생들이 ‘씽크머니 금융교실 플립 러닝’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와이더블유시에이(YWCA)연합회 제공

‘경제교육’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많다. 아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 돈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교육하는 게 좋다기에 계좌를 개설해줬지만 그때뿐이다. 매월 용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고 모으는지, 부모와 아이 모두 바쁘다는 이유로 무심코 넘기기 일쑤다.

‘용돈기입장’ 작성은 가정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간단하고도 중요한 경제교육이다. 오는 3월 대원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정민영군은 꾸준히 용돈기입장을 쓰며 합리적인 소비·지출 습관을 들였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경제 강연을 들은 뒤 용돈을 적재적소에 쓰는 법을 배운 것이 계기였다. 정군은 “용돈기입장 쓰기 전에는 주로 군것질에 돈을 사용하거나, 당장 필요 없는 물건을 계획 없이 샀다”며 “지금은 용돈기입장과 일기를 통해 생활 및 경제 관리를 함께 한다”고 했다.

정민영군은 꾸준히 용돈기입장을 쓰며 합리적인 소비·지출 습관을 들였다. 정민영군 제공
정민영군은 꾸준히 용돈기입장을 쓰며 합리적인 소비·지출 습관을 들였다. 정민영군 제공

용돈기입장에는 구체적인 지출 내역과 이유를 반드시 적는 것이 중요하다. 시중에서 파는 정해진 형식의 기입장도 좋지만, 직접 공책에 만들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노트 한 면을 학용품, 식비, 교통비, 문화생활 등으로 4등분 한 뒤 1주일 동안 지출 금액과 내역을 상세히 적어보는 것이다. 정군은 “처음에는 용돈을 1주 간격으로 받는 게 좋다”며 “익숙해지면 월 단위로 받아 큰돈을 계획적으로 배분해 사용하면 된다”고 했다.

물건을 산 뒤 영수증을 꼭 챙기는 것도 ‘내가 가진 돈의 흐름’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 정군은 “영수증 맨 위 오른쪽에 빨간 볼펜으로 날짜를 기록하고 1주일 간격으로 모아두면 용돈기입장 정리할 때 훨씬 수월하다”며 “내가 관리해야 할 용돈 규모를 파악하고, 지출 항목을 매일 확인하면서 저축·소비 습관도 알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효율성’ 항목을 만들어 스스로 소비 습관을 평가해보는 경험도 중요해요. 중3이 되는 후배들에게도 ‘강추’하고 있어요. 고학년이 될수록 자기주도적으로 생활하는 게 중요한데, 경제 습관도 그중 하나이니까요.”

‘거꾸로학습’으로 ‘신용’ 개념 배워

경제교육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더욱 넓은 ‘돈의 세계’를 접하는 것도 좋다. 한국와이더블유시에이(YWCA)연합회에서 채택한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방식의 경제교육은 학생 호응도가 매우 높다. ‘플립 러닝’은 미국 콜로라도주의 화학 교사인 존 버그먼이 시작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선 ‘거꾸로 학습’으로 불린다. 교사가 만든 교과 내용 동영상을 학생들이 집에서 미리 보고 온 뒤, 강의시간에는 학생 주도로 과제 수행과 질문·토론을 하는 수업 방식이다.

지난달 ‘씽크머니 금융교실 플립 러닝’ 프로그램에 참여한 서울중동중학교 3학년 이영빈군은 “‘신용과 부채’에 대한 개념을 미리 파악한 뒤 경제수업을 들었는데 훨씬 이해가 쉬웠다”며 “구글 설문조사 페이지를 통해 친구들의 평소 소비습관과 용돈 규모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경제 분야 카드뉴스 만들기 작업을 하며 ‘경제가 어려운 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경제수업 듣기 전에는 돈을 생각 없이 썼어요. 신용과 부채 등 용어와 저축의 중요성을 알고 난 뒤에는 합리적인 소비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수업을 진행한 중동중 김은정 교사는 “지루한 경제개념 외우기, 문제풀이식 교수법에서 벗어나 ‘거꾸로 학습’을 시도해보니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며 “그룹별 토론을 바탕으로 신용등급 관련 유시시(UCC) 동영상을 제작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는 등 살아 있는 경제수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요즘은 중학생들도 대출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언뜻 친숙하게 느껴지는 대부업체 광고의 위험성, 등록금 대출,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 등 세태를 반영한 경제교육이 필요합니다.”

용인외대부고 2학년 김서현양은 융합경제동아리 ‘피디아’를 이끌고 있다. 경제동아리를 통해 기업 마케팅 전략을 공부하고 합리적 소비 및 ‘행동경제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김서현양 제공
용인외대부고 2학년 김서현양은 융합경제동아리 ‘피디아’를 이끌고 있다. 경제동아리를 통해 기업 마케팅 전략을 공부하고 합리적 소비 및 ‘행동경제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김서현양 제공

동아리 활동 통해 능동적 경제주체로

갈수록 다양해지는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돈을 다루는 올바른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금융감독원 권영발 금융교육국 팀장은 “경제 공부는 생존뿐 아니라 풍요로운 삶을 위한 수단”이라며 “저축 못지않게 신용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20~30대에 이미 신용을 잃어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10대 청소년 시기에 경제교육을 탄탄히 해두는 것이 필수적이죠. 저축과 투자 등 적극적 경제활동뿐 아니라 금융사기 피해를 입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교내 동아리 활동을 하며 ‘경제를 보는 눈’을 키우는 사례도 있다.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 부설고등학교 2학년 김서현양은 융합경제동아리 ‘피디아’(PEDIA)를 이끌고 있다. 김양은 “순수경제학 동아리와는 달리 실제 소비 패턴과 밀접하게 연결된 ‘행동경제학’을 주제로 공부한다”며 “기숙사 생활에서 필요한 물건을 주문할 때에도 기회비용과 매몰비용을 생각하게 되는 등 합리적 관점에서 경제활동을 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기업의 목표가 이윤 극대화인 만큼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며 소비자 심리를 공략하죠. 하지만 경제학 공부를 하며 수동적인 ‘학생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인 경제주체가 됐습니다.”

대형마트와 동네 슈퍼마켓, 재래시장을 탐방하며 ‘같은 물건인데 가격은 다른 이유’ 등 질문을 꾸준히 이어가는 생활밀착형 경제교육도 반응이 좋다. 동탄국제고등학교 경제동아리 ‘딜’(DEAL)을 지도한 노의환 교사는 “상품 가격 조사, 통장 만들기 역할극 등은 가정에서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교육”이라고 전했다. “단순히 돈을 벌고 쓰는 것만이 아니라 가격이 형성되는 이유·배경 등까지 이해하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게 되죠. 아이들과 직접 장을 보며 자기주도적으로 경제와 생활의 접점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 게 좋습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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