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경북 경산 문명고 운동장에서 지난 20일 오전 학생과 학부모들이 모여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경산/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도 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가 전국 유일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가운데, 고등학생 열에 아홉은 국정교과서 사용을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입시업체 진학사가 지난 10일부터 20일까지 예비 고1~고3 회원 524명을 대상으로 국정교과서 인식에 대한 온라인 조사를 벌인 결과, ‘국가가 <한국사> 교과서 저작에 관여하는 것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반대’ 92%(482명), ‘찬성’ 5%(26명), ‘상관없다’ 2%(11명), ‘모름’ 1%(4명)으로 답했다. 이어 ‘어떤 교과서로 역사를 학습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까’라는 질문에 ‘검정교과서’가 78%(408명)로 가장 높았으며, ‘국·검정 혼용’ 15%(77명), ‘국정교과서’ 3%(14명), ‘모름’ 3%(14명), ‘상관없다’ 2%(11명)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다수가 국정교과서 사용을 반대하고, 현재의 검정교과서로 공부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역사 왜곡 가능성이 있고, 편향된 역사 의식을 가질 수 있다’, ‘당시 집권당의 성향이 편중될 위험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 국정교과서 시행한 나라가 거의 없다’, ‘역사를 배우는 데 있어 한 가지 사건에 대해 다양한 시각은 필수적이다’,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배우지 못할 수 있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또한 응답자들은 ‘본인이 다니는 학교의 교과서 결정권한은 누가 가져야 하냐’는 질문에 53%(279명)가 ‘학생’이라고 답했다. 이어 ‘교사’ 29%(152명), ‘교육청(지방자치기관)’ 11%(57명), ‘교육부(중앙정부기관)’ 5%(27명), ‘모름’ 2%(9명) 순의 응답이 나왔다.
황성환 진학사 기획조정실장은 “역사교과서의 실제 소비자인 고등학생들은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대부분 반대하고 있고,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교과서 선택도 학생이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자아와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에 학생들이 편향되거나 왜곡된 역사인식을 갖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논의가 더 깊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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