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고 씻는 용도를 벗어나 에너지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물. 여기 신재생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직업이 있다. 바로 물 에너지 연구원이다.
글 전정아·사진 최성우, K-water(한국수자원공사)
물은 이 시대 가장 완벽한 에너지
신재생 에너지란 석탄, 석유, 원자력 등 화석연료가 아닌 물, 바람, 태양광 등 재생이 가능한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이 중 수력 에너지는 물의 낙하 또는 압력에 의해 생기는 힘이다. 이 힘을 기계 에너지로 변환하고, 이것을 다시 전기 에너지로 변환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수력발전이다.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이 없고, 저장력이 뛰어나 필요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으며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에 미래 에너지원으로서 장점이 크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일반 수력발전소는 16개소다. 그중 소양강, 충주, 대청, 안동, 합천, 주암, 임하, 남강, 용담 발전소 등 총 9개소를 K-water(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 화천, 춘천, 의암, 청평, 팔당, 섬진강, 강릉 발전소는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운영한다.
수력발전 외에 현재 각광받고 있는 에너지 발전 방식은 수상 태양광발전이다. 태양광발전은 연료가 들지 않고 전지의 수명도 길어 운영 비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태양전지를 대규모로 설치할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고, 온도가 너무 높은 곳에서는 발전 효율이 떨어져 입지 선정이 굉장히 까다롭다. 이러한 태양광발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저수지 수면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비한 것이 바로 수상 태양광발전이다. 태양광발전의 필수 조건인 넓은 설치 면적을 충족시킬 수 있으며, 물 위에 있어 온도가 쉽게 높아지지 않고 수면에 비친 태양광이 반사돼 다시 사용할 수 있어 발전 효율도 기존의 태양광보다 10%나 높다.
수상 태양광발전은 K-water 물 에너지 연구소가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으며, 2022년까지 31개 댐에 수상 태양광발전 시설을 단계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모두 설치하게 되면 220만 명이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매년 160만 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와 395만 배럴의 원유 수입 대체 효과를 볼 수 있다.
발전소부터 수차까지 물을 에너지로 바꾸기 위한 노력
물 에너지 연구원은 수력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활용하는 새로운 방안이나 그에 필요한 설비를 개발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지형, 유량, 유속, 환경보호 등을 고려해 수력발전소의 건설 입지를 선정하며, 발전 방식과 용량을 결정해 수력발전의 경제성을 분석하는 것도 연구원의 업무다. 수력발전이 가능한 새로운 자원을 조사하거나 설비의 성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 또한 연구원이 할 일이다.
수력발전에 필요한 수차를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기 위한 수력발전 설비 국산화 과정을 예로 들어 연구원의 업무를 살펴보자. 수차를 비롯한 설비를 설계, 제작하고 현장에 설치하는 것은 제작사와 업체의 업무다. 연구원의 몫은 설비를 실제 사이즈로 제작하기 전, 작은 크기의 모델로 충분한 시험을 통해 최적의 성능과 상태를 찾아내 현장 설치 시 발생할 오차를 줄이는 것이다. 설비가 현장에 설치되면 작동 기능을 확인해야 한다. 이 외에 제작과 설치 과정에서는 관리·감독의 역할을 한다.
경남 합천호에 설치된 K-water 수상 태양광의 모습.
K-water의 성능시험센터 엿보기
K-water 융합연구원 성능시험센터는 유량계 교정 설비와 수차발전기, 밸브의 성능과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국제 기준에 부합한 시험을 통해 국산 설비들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에 쓰인 밸브의 성능도 이곳에서 시험했다. 유량계에 관한 각종 법정 교육을 시행하기도 한다. 겨울에는 물이 얼어 정확한 실험 결과를 얻기 어려우므로 기기 점검과 유지 보수를 한다.
제어실
성능시험센터 전체를 확인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한다.
각종 설비의 성능 시험 결과를 데이터화해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다. 모니터를 통해 설비 내부를 확대해서 볼 수 있어 관리하기가 편리하다. 유량계 제어실과 수차발전기 제어실은 따로 마련돼 있다.
유량계
유량계란 물의 유량(하천, 개수로, 관을 흐르는 액체가 단위시간 동안 단면적을 통과하는 수량)을 측정하는 기계다. 성능시험센터에서는 유량계 교정과 성능을 시험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파이프에 흘린 실제 물의 양과 유량계를 통해 파이프를 통과한 물의 양을 비교하는 것이다. 이곳에는 50밀리미터부터 800밀리미터까지 다양한 지름의 파이프가 마련돼 있다.
수차발전기
물의 위치 에너지와 운동 에너지를 이용해 날개바퀴를 회전시켜
기계 에너지로 바꾸고 이를 다시 전기 에너지로 변환해 동력을 얻는 수차발전기다. 실제 수차와 똑같은 성능의 소규모 모델 수차를 통해 실제 대형 수차를 제작하기 전 효율과 안정성을 평가한다. 높이 10~60미터인 물과 다양한 유속에 적합한 유형의 카플란 수차, 높이 300미터 이상의 물과 낮은 유속에 적합한 펠턴 수차, 높이 30~300미터 정도 수위의 물에 적합한 프란시스 수차 등 국내 모든 수차의 축소 모델 성능을 시험할 수 있다.
수도미터
수도미터는 각 가정에 설치돼 사용한 양만큼의 물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기기다. 성능시험센터에서는 가정용 수도미터의 실제 측정값과 표기된 측정값을 비교해서 그 정확도를 확인한다. 의뢰를 받아 시험하기도 하고 반입하기 전에 샘플링으로 불량을 검수하기도 한다.
창의력과 집요함은 기본, 영어 실력은 필수!
수상 태양광발전 방법을 개발한 것처럼 물 에너지를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와 결합할 수 있어야 하므로 여러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창의적 사고방식을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호기심은 새로운 연구의 시작이 되기도 하고, 연구 진행의 중요한 실마리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구를 하다 생기는 작은 의문을 놓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물 에너지를 연구한 역사가 짧은 편이다. 선진 기술을 따라잡으려면 해외 연구 논문으로 공부를 하거나 해외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외국과의 기술 교류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영어 능력은 반드시 갖춰야 한다.
공공기관, 정부, 해외 기업과 협력하는 일이 많아 설비에 대한 국제 규격과 세세한 법령을 준수해야 하므로 꼼꼼한 눈썰미가 있으면 좋다. 한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단기간 연구 결과를 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집중력도 필수다. 다양한 학과를 전공한 연구원들과 함께 일하기 때문에 지식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일이 많으므로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춰야 한다. 무거운 장비를 옮기거나 야근을 하는 경우가 잦아 체력을 길러두는 것이 좋다.
이공계 출신 연구원이 많아
물 에너지를 연구하는 데 필수적으로 취득해야 할 자격증이나 꼭 졸업해야 할 학과는 없다. 하지만 기계와 기계 구조물을 해석하고 설계하는 일반기계기사 자격, 전기 기계 기구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자격을 부여하는 전기기사 자격을 취득해놓으면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된다.
연구원들은 보통 전자통신학과, 전기공학과, 기계공학과 등 이공계 출신이 많다. 이곳에서 배운 전공 지식을 업무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대학 전공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물 에너지 연구원이 되고 싶다면 이 학과를 눈여겨봐!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서강대 기계공학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서울과기대 기계설비공학과
동국대 융합에너지신소재공학과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이화여대 전자공학과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부
전북대 기계공학과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Mini Interview
“세계 에너지 시장을 선도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합니다”
K-water 융합연구원 물에너지연구소 | 김영준 성능시험센터장
물 에너지 연구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기계설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6년 K-water에 입사했고 K-water에서 유학을 지원해줘 일본에서 유체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당시에는 긴 관로 내에서 발생한 누수를 찾는 주제로 연구를 했다. 그런데 외국에 나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우리나라가 세계 에너지 시장, 특히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너무나 뒤처져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한시라도 빨리 이 분야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어 물 에너지 연구에 힘쓰게 됐다. 물 에너지 연구소에서 일한 것은 2008년부터다.
연구원으로서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초반에 설계했던 대로 연구가 진행되지 않거나 연구를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경우에는 좌절감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물 에너지만을 연구하는 연구소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업무에 방해받지 않고 원하는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또 이론으로만 알고 있었던 지식을 센터 내에서 실제로 실험해볼 수 있다는 점, 세계적 기관과의 협력으로 선진 기술을 공부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연구원으로서의 역량을 발전시키는 데 이것만큼 좋은 게 없지 않나.
우리나라 물 에너지의 전망은?
우리나라는 연평균 강수량이 1245mm에 전 국토의 70%가량이 산악 지대이기 때문에 수력발전을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물론 여름에 집중적으로 비가 오고, 환경보호 차원에서 댐을 짓기 쉽지는 않다. 하지만 평범한 수력발전 방법 이외에도 물과 에너지를 조합할 방법은 무궁무진하고, 제한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할 인재도 많다. 합천댐에 설치된 수상 태양광발전의 경우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후발 주자였던 우리나라가 일본, 프랑스 등 선진 국가 방해받지 않고 원하는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또 이론으로만 알고 있었던 지식을 센터 내에서 실제로 실험해볼 수 있다는 점, 세계적 기관과의 협력으로 선진 기술을 공부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연구원으로서의 역량을 발전시키는 데 이것만큼 좋은 게 없지 않나.
우리나라 물 에너지의 전망은?
우리나라는 연평균 강수량이 1245mm에 전 국토의 70%가량이 산악 지대이기 때문에 수력발전을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물론 여름에 집중적으로 비가 오고, 환경보호 차원에서 댐을 짓기 쉽지는 않다. 하지만 평범한 수력발전 방법 이외에도 물과 에너지를 조합할 방법은 무궁무진하고, 제한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할 인재도 많다. 합천댐에 설치된 수상 태양광발전의 경우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후발 주자였던 우리나라가 일본, 프랑스 등 선진 국가에 기술을 수출하며 세계 에너지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 물 에너지 연구소가 있는 한 우리나라 물 에너지의 전망은 밝다고 생각한다.(웃음)
마지막으로 청소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분야에 취업하든 실무 능력이 중요하다. 대학 진학 위주의 수능 공부도 중요하지만 체험 활동과 공모전, 경진 대회 등에 되도록 많이 참여해 실무 경험을 쌓는 것을 추천한다. 무엇보다 모르는 것이 생겼을 때 남에게 물어보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구를 하다 보면 잘 모르는 부분, 막히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때 남에게 묻는 것이 부끄럽다고 넘어가면 또 틀리게 되고, 평생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지 못한다. 대화와 토론으로 얻은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끼길 바란다.
캠퍼스씨네21 MODU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