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에도 2016년 우리나라 가정의 사교육비 총 규모는 7년 만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전국 초·중·고 재학생의 학부모 4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2016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14일 발표했다.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위해 2007년 이후 해마다 실시해온 이 조사는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 정규 교육과정 외에 학교 밖에서 보충교육을 위해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 즉 학원·과외·학습지·인터넷강의 등의 수강료를 ‘사교육비’로 규정해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우리나라 초·중·고 가정의 사교육비 총 규모는 약 18조1000억원으로, 2015년과 비교해 2300억원(1.3%)이 증가했다. 사교육비 총 규모는 2007년 조사 이래 2009년 21조6000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점차 하락세를 보이다 올해 7년만에 증가한 것이다. 최저치를 기록했던 2015년 초·중·고 학생수가 609만명에서 2016년 588만명으로 21만명 가량 감소했음에도 사교육비 총 규모는 2300억원 증가한 것이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25만6000원으로 조사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7년 22만2000만원을 기록한 뒤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다 2015년 24만4000원에서 최대 증가폭을 보이며 1만2000원 상승한 수치다. 이 중 월평균 교과 사교육비는 19만1000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0.6% 증가했지만, 월평균 예체능 사교육비는 6만30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9.5%가 증가해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월평균 예체능 사교육비는 2007년 조사 시작 이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예술과 체육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교과 사교육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기 위한 예체능 수요가 꾸준히 증가한 결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가구의 월평균 소득 수준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소득 700만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81.9%로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4만3000원인 반면, 100만원 미만인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30%에 월평균 사교육비 5만원에 그쳤다. 소득수준 최상위 가구와 최하위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 격차는 2015년 6.4배에서 2016년 8.8배로 증가했다. 교육부는 “최근 소득 양극화의 심화가 사교육비 지출에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전체 학생 중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의 비율을 뜻하는 ‘사교육 참여율’은 67.8%로 2007년 77%에 비해 점차 감소 추세다. 하지만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7만8000만원으로 2007년 28만8000원에 비해 10만원 가까이 증가했다.
성적이 높은 학생들의 사교육비 지출액이 성적이 낮은 학생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 이내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9000원이었으나 성적구간별로 점점 낮아져 성적 하위 20% 구간 학생들의 사교육비 지출액은 17만5000원이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논평을 내어 “초중고 학생수가 2015년 대비 3.4% 감소했음에도 2016년 사교육비 총액은 2015년에 비해 1.3%가 증가했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25.6만원으로 2015년에 비해 증가폭이 역대 최고치”라며 “사교육비 통계 조사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사교육비가 늘었다는 것은 정부가 민생현안을 방치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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