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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어디라도 취업만 하면 끝? ‘사후관리’ 돕는 학교도 있다

등록 2017-03-28 11:15수정 2020-02-29 13:32

[함께하는 교육] 직업계고 진로지도

사회 첫발 일찍 내딛는 직업계고생
학교 취업률 높여줘야 한다 명목
적성 안 맞는 분야 진입 많이 해

‘7시간 근무 원칙’ 등 노동조건 살피며
기업 협상 꼼꼼히 하는 학교도 있어
‘졸업하면 끝’이라는 생각 버리고
취업 뒤 진로·진학지도 돕기도
두원공고 김호정 도제특성화 부장교사가 학생들에게 ‘와이어컷 가공기’ 조작법을 알려주고 있다. 김호정 교사 제공
두원공고 김호정 도제특성화 부장교사가 학생들에게 ‘와이어컷 가공기’ 조작법을 알려주고 있다. 김호정 교사 제공

지난 14일 교육부는 직업계 고등학교 교육 현장의 열악한 프로그램을 보완하고 교원 전문성 강화, 인프라 개선 등을 골자로 한 ‘매력적인 직업계고 육성 사업’(이하 매직사업)을 발표했다. 특성화·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계열 등 100곳에 향후 3년간 600억원을 지원하며 과거 공고·상고로 불리던 직업계 고교의 양적 확대와 질적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1월 엘지유플러스(LGU+) 상담업무 대행 콜센터에서 근무하다 자살한 전북 소재 특성화고 3학년 홍아무개양 사건은 직업계 고교의 역할과 진로지도 방식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졸업 뒤 ‘대학’을 거치는 일반고교 학생과 달리 직업계고 학생들은 19~20살부터 곧장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만큼 직업계고 교육 과정에서 진로·노동교육 등은 더욱 중요하다. 교사와 학생, 기업체 사이의 소통 등이 합리적이고 긴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다.

두원공고…“추가 근무시 학교·학부모 허락 필수”

학교-기업 간 도제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하며 학생 졸업 뒤 ‘사후관리’까지 책임지는 직업계고들도 있다.

올해 도제교육 3년째를 맞이한 두원공고는 근로기준법을 토대로 한 매뉴얼로 기업현장 교육 및 교과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매뉴얼에 따라 고교 2학년 1학기부터 3학년 2학기까지 기계 가공 분야 ‘기술명장’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학교가 직접 나서 아이들이 교육받기 적합한 업체를 물색하고, 교사가 ‘사업설명회’를 통해 도제교육의 취지와 진행 과정을 기업담당자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처음에는 ‘학생 교육’이 아닌 일 시키는 ‘실습’에 방점을 찍었던 기업들도 교사 설명을 듣고 나면 직업계고 도제교육의 필요성에 고개를 끄덕인다.

두원공고 김호정 도제특성화 부장교사는 “한 달에 2주는 기업에서 현장교육 받고 2주는 학교에서 교과공부 하는 등 ‘구간 정시제’ 도제교육을 시행하고 있다”며 “담당교사가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이상 기업현장을 방문해 ‘학습근로자’인 아이들의 교육 현황을 살피고 피드백도 받는다”고 설명했다. 업체의 ‘기술명장’을 ‘기업현장 교사’로 위촉하고 교사와 연구·협업하며 ‘팀티칭’도 진행한다.

학교와 교사가 교육과정 및 노동 조건에 관심을 기울이면 기업이 학생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이때 교사는 기업과 학생 사이에서 균형 잡고 방향을 설정하는 ‘선장’ 역할을 맡는다. 김 교사는 “학교·업체 간 협약을 맺고 계약서에 따라 하루 7시간 근무 원칙을 세워둔다”며 “1시간 추가 근무 시 학생과 교사, 학부모 전원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미성년자인 학생들에게 야근은 절대 시키면 안 됩니다. 기업과 학교, 학생과 학부모 모두의 신뢰를 바탕으로 직업교육을 해야 해요.”

근로조건과 직무만족도, 현장 애로사항 등을 점검하며 학생이 노동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김 교사는 “아이들 취업 뒤 관리를 안 할 수가 없다”며 “기업에서 ‘학생들은 이렇게 대해도 된다’는 인식이 생기면 당장 도제교육 받는 재학생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졸업생도 주기적으로 만나 상담합니다. 사회생활 어려움을 편하게 털어놓을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죠. 본격적인 도제교육 시작 전에는 한국폴리텍대학 교수 등을 초청해 근로기준법 및 안전교육 강의도 반드시 하죠. 학생이자 근로자인 아이들의 ‘학습권’과 ‘일할 권리’를 동시에 보장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상담창구 열어놓고 취업 뒤 진학 설계도 도와

학교 차원에서 업체 관리를 세심하게 하면 학생도 교사를 믿고 따른다. 김호정 부장교사는 “근로조건이 안 맞아 갈등하는 학생이 생기면 교장·교감 선생님과 함께 기업에 직접 방문해 협상하고 이해를 구한다”며 “재학생뿐 아니라 사회에 진출한 졸업생까지 일정 기간 학교 울타리에서 보호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올해 두원공고를 졸업한 박동찬씨는 2학년 때부터 도제교육을 받았던 ‘일륭금속’에 취직했다. 졸업 뒤에도 취업·진로 관련한 학교 상담 창구가 늘 열려 있어 진학 계획도 수월하게 세울 수 있었다.

박씨는 이달 한국폴리텍대학 캐드(CAD)&모델링과에 입학해 매주 금·토요일 캠퍼스 생활을 하고 있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연계 과정인 폴리텍대학 ‘피테크’(P-TECH) 프로그램을 통해 산업학사 과정을 이수하는 중이다. 고숙련 핵심인력 양성 목적으로 등록금 부담이 없다. 박씨는 “고2 때부터 교육받았던 회사에 곧바로 취업해 낯설지 않고 산업학사 학위 취득, 병역 특례 등 장점이 많다”고 했다.

“요즘 취업난 심각하잖아요. 대학 졸업 뒤에도 취직 못해 20대 후반까지 고생하는 기사를 많이 봤어요. 저는 고교과정 잘 마치고 스무살에 취업, 대학, 병역 문제까지 해결해 인생 계획을 더 주체적으로 세울 수 있게 됐습니다.”

화곡보건경영고…“적성 안 맞으면 다시 학교로 와”

화곡보건경영고를 졸업한 서하은씨는 최근 서울시 보건직 공무원에 최종 합격했다. 3월 초 ‘제118기 7, 9급 신임자 과정 연수’를 받으며 ‘스무살 주무관’ 생활을 앞두고 있다.

고교 졸업 뒤 잠시 의원급 의료기관에 근무하기도 했지만, 서씨는 행정업무가 적성에 맞다고 판단했다. 그가 ‘취업 재수’를 결심한 데는 진로담당 교사의 조언과 지도가 큰 역할을 했다. 서씨는 “학교 쪽에서 후배들과 스터디 모임 꾸릴 수 있도록 교실 공간 등을 지원했고, 졸업 뒤에도 적성을 고려한 진로 선택을 도와줬다”고 했다.

화곡보건경영고 김희영 부장교사는 “직업계고를 선택한 아이들에게 학교 특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해주고, 졸업 뒤에도 비전을 제시하며 전공을 살릴 수 있도록 돕는 게 교사 역할 가운데 하나”라며 “적성은 무시한 채 아무 업체에 밀어넣는 ‘묻지마 취업’ 방식으로 지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취업률 올리기 급급해 편법 쓰는 학교도 있어

하지만 취업률이 직업계고 예산 책정에 큰 영향을 주는 탓에 편법을 쓰는 학교 사례도 적지 않다. 일선 직업계고 교사들은 “교육부 ‘매직사업’ 등 지원 정책 및 일·학습 병행 우수 사례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두운 면은 엄연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학생 적성과 진로 고민을 뒷전으로 미룬 채 취업률 높이기에만 급급한 학교들도 있다는 이야기다.

서울 한 특성화고 교사는 “2월1일자로 취업률 보고하게 돼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졸업 전에 빨리 4대 보험 되는 알바라도 하라’며 열악한 조건의 취업시장으로 내몰기도 한다”고 했다. “학교 평가 좋게 받고 예산 따오려면 어쩔 수 없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재직증명서 가져오라 독촉하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아귀찜 집’에서 알바하는 학생도 봤습니다.”

콜센터 등에 근무하며 ‘인격 살인’에 가까운 모욕적인 말을 듣고 끊임없이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학생도 많다. 경기 한 특성화고 교사는 “민원업무 처리하는 금융권 및 콜센터 언어폭력 문제가 매우 크다”며 “기업 임원이 미성년자 학생들을 밤늦게까지 데리고 다니며 술자리 강요하는 등 성폭력 문제도 심각하다”고 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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