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목 만들고 평가한다고 인문 소양 길러지지 않아”
교육부가 얼마 전 ‘생애주기별 인문교육 계획’을 발표했다. 매학기 책 한 권 읽기, 체험 중심 연극 단원 구성, 고전 읽기, 연극 과목 신설, 학생 인문동아리 확대 등 인문소양교육을 강화해 학생들이 자기성찰을 하고, 가치 있는 삶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벌써부터 사교육에서는 “평가와 연결되니 연기력을 가르쳐주는 연극 아카데미가 생길 것”이라는 설도 나온다. 교육부가 내놓은 계획대로 책을 읽고 연극을 하면 인문학 소양이 생길까.
문상원 교사는 “아이들이 역사나 한국사 시험을 본다고 역사의식이 높아지지 않듯 인문교육도 평가를 한다고 소양이 생기는 게 아니다. 또 연극 등의 과목은 활동 내용 자체를 평가하는 것도 무리다. 하나의 과목으로 지정하기보다 수업모형으로 생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연극 자체를 전문적으로 배우는 것보다 다른 교과나 비교과 활동과 연계해 방법론 가운데 하나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문학 교육을 하는 교사들은 “인문학 교육을 억지로 시키기보다 학생들이 원하는 활동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달라”는 이야기도 한다. 틀에 짜인 내용을 형식적으로 진행하기보다 다양한 방식의 인문학 교육이 자연스레 꽃필 수 있게 여건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뜻.
미림여자정보과학고 사례가 성과가 난 이유도 교사와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덕이다. 인문학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내가 원해서 수업에 참여하다 보니 일반 수업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따로 보고서를 제출하거나 평가를 하지 않으니 부담이 없다”고 했다.
이 학교 최영진 교사는 “평소 교과 지식을 학생들의 삶과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전까지는 전공 분야인 국어과에 국한된 수업을 했는데 인문학을 접하면서 더 다양한 내용을 수업에 담게 되고 다른 교과 교사 간 교류도 활발해졌다”며 “인문학 내용만 따로 가르치기보다 기존 교과 안에서 사회를 깊이있게 바라보는 데 초점을 두고 수업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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