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로부터 수업료·입학금 등 ‘교육급여’를 받는 저소득층 고교생이 특목고와 자사고에 견줘 교육 여건이 열악한 특성화고에 10배 가까이 많이 다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의 가정 형편에 따라 진학하는 고등학교 유형이 달라지는 교육불평등 현상이 통계 수치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받은‘소득·재산 기준에 따라 입학금·수업료를 면제받은 고교생 현황’ 을 보면, 2016년 고교생 교육급여 수급자의 학교 유형별 재학자 수는 특목고 및 자사고 5628명(3.6%), 일반고 및 자공고(자율형공립고) 9만4640명(61.5%), 특성화고 5만3650명(34.8%)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특성화고에 다니는 교육급여 수급자가 특목고 및 자사고에 재학 중인 교육급여 수급자의 9.5배에 이르는 것이다. 전체 고교생 통계의 경우, 특성화고 학생수는 특목고 및 자사고의 2.6배 수준에 불과했다.
교육급여란 국가가 중위소득 50% 이하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에게 입학금, 수업료, 교과서대금 등을 지원하는 제도로 지난해 교육급여 수급자는 15만3918명으로, 전체 고교생의 8.8%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특성화고 재학 비율이 높은 배경으로는 지난 10년간 지속된 ‘고교 다양화 정책’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목고와 자사고는 모집정원 20% 규모로 사회통합전형을 실시해 그중 일부를 기초생활수급권자 등 경제적 취약계층(기회균형 선발)으로 뽑는다. 하지만, 경제적 취약계층이 학비 부담 등의 이유로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비경제적 취약계층으로 사회통합전형의 정원을 채우기도 한다.
김병욱 의원은 “고교 다양화 정책이 사교육을 감당할 경제력이 있는 가정의 학생은 특목고나 자사고에, 집안 형편이 어렵고 공부할 여건이 안 되는 가정의 학생은 일반고나 특성화고에 진학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차기 정부는 부모 경제력이 자녀의 성적과 진학으로 이어지는 교육불평등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조창완 좋은교사운동 교육연구위원장은 “대선후보 대부분이 외고·자사고 폐지를 공약할 만큼 고교서열화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가 사회 전반에 무르익었다”고 진단했다.
현재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심상정(정의당), 유승민(바른정당) 후보 등은 공약으로 외고·자사고 폐지나 일반고 전환을 내놓은 상태다. 안철수(국민의당) 후보도 특목고와 자사고에 우선선발권을 주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약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섬세한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달 대선후보 공약을 평가한 뒤 낸 논평에서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나 ‘폐지’에는 방법론이 빠졌다. 특목고의 우선선발권을 없애고 일반고와 전형시기를 일치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선지원-후추첨제’를 도입해 전형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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