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마이스터고 합쳐 ‘특마고’
전국 단위 모집 학교도 있어
군사·식품·문화예술…분야 다양
진로 확실히 정했다면 접근해볼 만
고교 때 전공자격 취득해 취업 가능
심화 공부 원하면 대학 진학하기도
전국 단위 모집 학교도 있어
군사·식품·문화예술…분야 다양
진로 확실히 정했다면 접근해볼 만
고교 때 전공자격 취득해 취업 가능
심화 공부 원하면 대학 진학하기도
우리가 몰랐던 국공립 특마고
“중학교 3학년 때 진로를 고민하다가 ‘공군에서 운영하는 마이스터고’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평소 항공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기술을 배워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죠. 푸른 제복을 입고 학교생활을 하며 ‘공군 정예기술부사관’이라는 꿈에 한 발자국 다가서고 있어 뿌듯합니다.”
경남 진주시 국립 공군항공과학고등학교(이하 항공과학고) 3학년 윤상현군의 말이다. 윤군은 항공과학고 입학을 위해 중학교 때부터 내신 성적과 체력 관리를 꾸준히 해왔다. 윤군은 “고교 3년 동안 ‘부사관 교육생’ 신분으로 교육비와 수학보조비 전액을 국비로 지원받는 등 혜택이 많다”며 “졸업 뒤 전원 공군 부사관으로 임관하는 특전이 있다”고 했다.
산업연계 교육·취업 보장 ‘특마고’
특수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하는 곳이 비단 외고·과학고뿐일까. 중학교 때 일찍 진로를 찾았다면 특성화고·마이스터고에 관심을 기울여보는 것도 좋다. 이 학교들은 전문 기술 분야부터 문화·예술·요리 분야 등 특화 전공을 개설해 맞춤형 교육을 하고 있다.
특수목적고 유형 가운데 하나인 마이스터고는 산업 수요에 맞춘 전문 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2010년 신설됐다. 재학 중 항공·기계, 자동화설비 등 세부 전공과목의 자격증을 취득한다. 실무 중심 교육을 통해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된다는 게 큰 장점. 마이스터고는 학교별로 항공·에너지·로봇·자동차·조선·플랜트·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전공 수업이 개설돼 있다. 보통 원서접수는 항공과학고만 7월에 시작하고 그 외 학교들은 10월 중에 진행한다.
2012년 등장한 특성화고는 실업계·전문계고를 통합한 학교다. 특성화고도 애니메이션·요리·영상제작·관광·원예·디자인 등 분야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마이스터고와 함께 묶어 ‘특마고’라 부른다. 두 유형의 학교는 졸업 뒤 ‘선취업 후진학’ 제도 등을 활용해 일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인기가 있다.
경쟁률 약 10 대1 자랑, 공군항공과학고
전국 단위 모집을 하는 항공과학고(남녀공학)는 특전이 많은 학교로 유명하다. 지난해 1619명이 지원해 입학 경쟁률이 10.79 대 1에 이를 정도. 마이스터고로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입학 경쟁률이다.
2018학년도에는 총 150명을 선발한다. 전형은 서류, 인·적성 검사, 체력검정 및 면접 등 총 3단계로 이루어진다. 김용겸 교육대장(중령)은 “기본적으로 교과 내신 성적이 우수해야 한다”며 “비교과 영역으로는 출결사항 60점, 봉사활동 20점, 정보처리기능사 및 컴활 2급 등 자격증이 있을 경우 최대 20점의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했다. 입학 전형 마지막 단계에는 1.2~1.6㎞ 오래달리기, 팔굽혀펴기, 윗몸 말아 올리기 등 체력검정이 포함돼 있다.
이 학교는 군사 전문 고교인 만큼 국·영·수 등 일반학 과정뿐 아니라 군사학 과정이 정규 커리큘럼으로 편성돼 있다. 김 대장은 “항공통제, 항공전자, 정보통신, 항공기계 등 세부 전공 4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전공 관련 자격증을 2개 이상 취득해야 ‘졸업인증제’를 통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졸업과 동시에 임관하고, 군 차원에서 야간대학 진학 기회를 부여하는 등 특전이 확실하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비롯해 ‘부사관 양성 교육기관’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일반고보다 교칙 등이 엄격하다는 점도 알아두고 원서를 넣는 게 좋다. 항공과학고 훈육관 김창준 상사는 “최근 입학설명회에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학부모가 참석하는 등 관심이 많다”며 “청소년 시기에 부모와 떨어져 생활할 수 있는 독립심이 있는지, 항공기계 분야에 대한 탐구심과 애국심이 있는지 등 적성을 잘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항공과학고는 오는 28일까지 원서를 접수한다. 특히 항공과학고 지원자는 다른 마이스터고는 물론 외고, 국제고, 과학고 등 전기고에 이중지원이 불가한 점을 유의해야 한다. 입학 뒤에는 전학 및 편입학도 금지다.
치즈 명장 꿈꾼다면…한국치즈과학고
한국 유일의 ‘치즈 명장’ 양성·교육기관. 전북 임실군 공립 한국치즈과학고등학교(이하 치즈과학고)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임실 지역 특산품인 ‘치즈’에 대한 자부심과 낙농업·유가공제조업 등에 뜻을 가진 학생들이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공부하고 있다.
이 학교 ‘치즈과학과’ 3학년 지석빈군은 우유 가공 사업을 하는 아버지의 권유로 치즈과학고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학기 중에는 ‘치즈가공’, ‘식품과학’ 등 전공 교과목 이론을 배우고 ‘유산균 배양’ 등 실습에 매진하고 있다. 졸업 뒤 목표는 낙농업과 경영학을 전공해 자신만의 ‘치즈 브랜드’를 만들어보는 것. 지군은 같은 학년 이병인군과 ‘김치유산균요거트’를 개발하기도 했다. 지군은 “농업계열 특성화고가 모여 경쟁하는 ‘농업경진대회’에 참가해 ‘김치유산균’을 추출·배양하고 요거트를 만들어 출품했다. 관심 분야에 대한 실험·실습을 교내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치즈 사랑’을 자신의 관심 분야인 ‘제과제빵’에 접목한 학생도 있다. 3학년 박수아양은 “치즈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찾다 보니 자발적으로 ‘케이크 데커레이션’ 강의를 찾아 수강했다. 제과제빵기능사,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됐다”고 했다.
좋아하는 것을 배우니 평소 어렵기만 했던 영어 원서도 쉽게 다가왔다. 조리과학과 3학년 박건군은 “‘식품위생’ 과목을 배울 때 영어 원서를 처음 접했다. 처음엔 ‘이걸 대체 어떻게 공부하지’ 싶을 정도로 막막했는데 치즈·조리에 대한 관심이 동력이 돼 하나하나 사전을 찾아 해석하며 재미를 붙였다”고 했다. “교직 이수가 가능한 조리학과에 입학해 선생님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치즈’는 특히 디저트에도 많이 활용하는데 세계 각국의 디저트를 연구하며 그럴싸한 ‘치즈 디저트 교과서’를 써보는 게 꿈입니다.”
졸업 뒤 낙농업에 대한 관심을 확장하고 싶어 대학에 진학하는 사례도 있다. 국립한국농수산대학 대가축학과 3학년 정의찬씨는 “낙농업이 ‘사양 산업’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다”며 “고교 재학 중에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치즈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어, 축산·낙농업에 대한 학업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전국 단위 모집을 하는 치즈과학고는 11월7일부터 특별전형, 11월10일부터 14일까지 일반전형 접수를 한다. 박근영 교무지원부장 교사는 “특별전형은 ‘가업승계’, ‘취업우선’ 등으로 나뉘고, 일반전형은 내신 성적(100%) 반영 및 면접을 통해 전공적성도를 판단한다”고 했다.
‘공기업 사관학교’로 불리는 광주자동화설비공고
자동화설비 분야 전문 기술인력을 키우는 공립 광주자동화설비공업고등학교는 이른바 ‘공기업 사관학교’로 불린다.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뒤 5년 동안 전국 마이스터고 가운데 취업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졸업생은 포스코, 한국전력, 남부발전, 전력거래소 등의 공기업에 공채 합격했다. 2016년에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계열사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이 학교 학생 27명이 합격하고 에너지계열 공기업에 32명이 뽑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해 졸업 뒤 한국전력 케이피에스(KPS)에 입사한 류미루씨는 “산업수요 맞춤형 마이스터고인 만큼 전기·전자·통신·기계 등 다양한 자동화 설비 업무를 배울 수 있었다”며 “사람의 손길 없이 모든 설비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자동화 시스템 구축 실습을 한다. 실무 능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학교에서 지원해준다”고 했다. 류씨는 발전 설비가 위험 요소에 노출돼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제어 시스템을 관장한다. 설비 오작동이나 고장을 판별하고 분해 또는 초기화하면서 발전 플랜트를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것. 류씨는 “전공 특성상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니 중등 시절에 토익 등 어학 공부를 꾸준히 해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고교 진학 전 자신의 멘토가 될 만한 어른과 상의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 경우엔 7살 차이가 나는 언니가 ‘진학과 취업’이 모두 가능한 마이스터고에 대해 알려줘 큰 도움이 됐습니다.”
디자인·만화 특화 공부…한국애니메이션고
미술에 소질이 있다면 경기 하남시에 있는 공립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만화창작과·애니메이션과·영상연출과·컴퓨터게임제작과 등 세부 전공이 설치돼 있다. 애니메이션과 3학년 김선하양은 “일반 교과목 외에 ‘디자인 일반’, ‘만화제작실습’ 등 특색 있는 수업을 받으며 적성을 살리고 있다”고 했다. 장동문 교사는 “전국 단위 모집을 통해 특별전형은 11월6일부터 8일까지, 일반전형은 11월20일부터 22일까지 지원서를 받는다. 4개 학과에서 각 25명씩 총 100명을 선발한다”고 했다. “실기고사는 스토리보드 작성, 영상분석, 게임기획서 작성, ‘시(C)언어’ 지필평가 등을 진행합니다. 미술계열 소질과 적성은 기본이고, 애니메이션 제작·교육 특성상 팀 활동이 많기 때문에 면접 때 배려심, 협동심 등 인성 평가도 중시하는 편입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1. 공군항공과학고 학생들이 ‘항공통제’ 수업 시간에 교관의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 위) 공군항공과학고 제공 2. 지난 3일 한국치즈과학고 3학년 학생들이 ‘치즈가공 실습실’에서 실습하고 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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