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숭의초 재벌손자 학교폭력 은폐·축소 사실로

등록 2017-07-12 15:29수정 2017-07-13 08:42

서울교육청 “학폭위 심의대상서 제외”
교장·교감 ‘해임’ 담임 ‘정직’ 요구
숭의초 “감사 결과 적극 따져보고
사안 발단된 보도 법적 절차 밟을 것”
유명 배우 아들과 대기업 회장 손자가 가해자로 지목된 학교폭력 사건을 서울 숭의초등학교가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학교 쪽은 대기업 회장 손자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심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그 부모에게 규정을 어겨가며 관련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1일부터 8일간 숭의초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인 결과, “학교가 이 사안을 부적정하게 처리한 것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시교육청은 이에 따라 숭의초 교장과 교감, 생활지도부장 3명을 해임하고, 담임교사에 대해서는 정직 처분의 중징계를 하라고 학교 법인에 요구했다.

지난 4월20일 숭의초 학교 수련회에서는 유명 배우 아들과 대기업 회장 손자 등 4명의 학생이 같은 반 학생 1명을 이불로 감싼 채 어린이용 야구방망이로 집단 구타하고, 물비누를 강제로 먹인 사건이 벌어졌다. 이후 가해 학생에 대해 별다른 처분이 없었던 사실이 언론 보도되면서 학교 쪽의 은폐·축소 의혹이 일었다.

시교육청 감사 결과를 보면, 사건 일주일 뒤 피해 학생의 어머니가 대기업 회장 손자를 가해 학생으로 지목했지만 학교는 6월1일 열린 1차 학폭위 심의 대상에서 이 학생을 제외했다. 담임교사가 사건 나흘 뒤 벌인 최초 조사에서 학생 9명이 쓴 진술서 18장 중 6장이 사라진 것도 확인됐다. 분실된 진술서 6장 중 4장에는 목격한 학생들의 진술이 담겨 있었다.

생활지도부장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 대기업 회장 손자의 학부모가 학생 조사자료와 학폭위 회의록을 요구하자 이메일과 문자로 이를 전송해줘 학교폭력예방법상 비밀누설 금지 규정을 어겼다. 폭력에 사용된 야구방망이와 물비누를 수련회에 가져온 대기업 회장 손자에게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학부모 학폭위원의 지적이 있었지만, 학교는 대기업 회장 손자를 생활지도 권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와 함께 교장은 피해학생 학부모에게 전학을 유도하는 발언을 해 갈등을 심화시켰고, 교감의 경우 피해학생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며 의사소견서를 제출하는 등 장기간 안정이 필요하다는데도 ‘병원까지 방문해서라도 피해자 진술을 받겠다’고 하는 등 피해학생 보호를 소홀히 했다. 담임교사는 관련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직접 들은 학교폭력 사실을 묵살했고, 평소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을 괴롭혀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수련회 때 이들을 같은 방에 배정했다.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치위원회 구성과 운영도 문제가 됐다. 숭의초 규정에는 자치위원회를 학부모위원 4명, 교원 2명, 학교전담경찰관 1명으로 구성하게 돼 있는데, 이 사건을 처리할 땐 규정에 없는 교사 1명을 교원위원으로 임명하고 학교전담경찰관을 제외했다. 이민종 시교육청 감사관은 “감사 결과 이 학교는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자치위원회를 여는 대신, 담임교사가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학부모를 중재하는 식으로 처리해왔다”고 말했다. 숭의초는 현재까지 학폭위 심의 건수가 0건이다. 교육청은 학생 진술서 일부가 사라지고 학교폭력 사건 조사 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것과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숭의초는 교육청 발표 뒤 ‘입장문’을 내어 “교육청 감사 결과에 대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따져볼 것”이라며 “사안의 발단이 된 허위보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법적 절차를 밟아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숭의초 등 사립학교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학교법인이 교원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처분을 최종 결정한다. 학교법인이 시교육청의 중징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현행법상 제재할 수단이 없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