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북숭이 고양이야, 아이를 부탁해
아이가 보는 세상, 아이가 느끼는 감정, 아이가 하는 생각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누굴까? 부모, 친구, 유치원 교사, 심리학자…. 혹 고양이나 개는 아닐까?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자. 말 그대로 동고동락했던 강아지가 죽거나 사라졌을 때 그 슬픔을 기억하는가?
<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의 주인공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이는 고양이다. 고양이는 언제나 아이와 함께 있으며 아이의 행동을 따라 한다. 책상 밑에 숨어도, 옷장 속에 숨어도, 빨래를 널 때도, 파리를 쫓을 때도 그대로 따라 한다. 맨날 맨날. ‘흉내쟁이’가 따로 없다. 그래서 아이와 고양이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아이 친구는 고양이밖에 없고, 고양이 친구도 아이밖에 없다.
고양이는 아이와 놀아주고 아이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달래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이를 더 큰 세상으로 이끌어주기도 한다. 아이는 고양이를 따라 책상 위를 올라가 먼 곳을 보면서 모든 것이 새롭게 보임을 알게 되고, 고양이처럼 깜깜한 창밖을 찬찬히 살펴봐도 무섭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이는 <사리동동 거미동동> <만희네 집>으로 잘 알려진 권윤덕씨다. 권씨는 이번 책에는 만화기법을 살린 화려한 그림으로, 아이의 내면을 어른들 앞에 조금 더 가깝게 드러내놓는다. 또한 어디서든 상상의 나래를 펴며 온갖 놀이를 만들어내는 아이의 심성을 그대로 전한다. 우리 전통색인 오방색과 오간색이 어우러져 느껴지는 독특한 미감은 독자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창비/9500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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