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9살의 나이로 청소년 시국선언에 참여한 박주원씨의 표지 시안.
“시국선언에 참여한 우리의 움직임이 다음 세대에게 <택시 운전사> 같은 영화가 될 수도 있다. 책으로 남아있지 않으면 다 잊힐 것이다.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다.”
지난해 대통령 하야 시국선언에 앞장섰던 청소년 단체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21세기희망)이 10대들이 직접 역사적 격변기에 참여한 과정을 기록한 책 <청소년들의 박근혜 퇴진운동 역사책>(가칭)을 준비 중이다. 이 책은 지난해 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청소년들이 직접 쓴 시국선언문과 대자보, 각종 발언문, 전국청소년시국대회의 풍경, 전국의 청소년이 버스비를 모아 광화문 광장에 모이기까지 과정 등을 11개의 챕터로 담았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책 발간을 계획한 것은 지난해 11월의 일이다. 회원 130명 규모인 이 청소년 단체는 지난해 11월 ‘학생의날’ 행사를 준비하다가, 학교 교실에서 10대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뜨거운 것을 알게 됐다. 이후 이들은 광화문 집회에 참여하고 싶은 전국 각지의 청소년을 위해 서울 청계광장에서 버스비 즉석모금을 시작했고, 7시간만에 4857만여원을 모았다. 이 과정이 널리 알려지며 화제가 되자, 당시 모금활동을 벌인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같은 움직임을 상세히 기록으로 남기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책 집필에 참여한 강재현씨는 “우리들의 역사적 행동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다 사라진다. 87년 6월 항쟁 때 수많은 청소년이 거리에 나왔지만 지금은 사진 한장으로밖에 남아있지 않다. 거리로 나오기까지 10대들이 의견을 나누고 토론한 과정, 학교에 대자보를 붙이기까지의 험난했던 일들이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면 모두 잊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씨는 “청소년들이 시민으로서 부족하거나 어리지 않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10대들의 참정권을 주장하는 자료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총 67명의 10대가 참여한 이 책은 10여명의 편집위원이 직접 집필을 맡았다. 이들은 지난달 20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전국 각지의 10대들에게 제목 아이디어와 표지 디자인을 공모하고 있다. 보름 동안 10대들이 직접 디자인한 표지 시안 6개와 12개의 제목 아이디어가 도착했다. 최서현 21세기희망 사무국장은 “이 책은 지난해 거리로 나와 시국선언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것이기 때문에 책의 제목과 표지만큼은 다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공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책 발간일은 지난해 처음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청소년이 처음 집회를 연 10월27일로 정했다. 21세기희망은 이 책을 교육감, 시장, 대통령 등에게 보내 청소년 정치참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다. 조연희 21세기희망 이사장은 “지난해 촛불을 들지 않았던 어른들보다 촛불을 들었던 10대들이 더 자랑스럽다. 청소년이 한국의 정치 격변기에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한 기록들은 역사적 자산”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지난해 19살의 나이로 청소년 시국선언에 참여한 박주원씨의 표지 시안.
지난해 19살의 나이로 청소년 시국선언에 참여한 박주원씨의 표지 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