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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필진]현수막 성적표? 패배를 강권하는 사회!

등록 2005-11-23 17:02수정 2005-11-23 17:26

풍월 주인님의 “현수막 성적표” 글을 읽고, 진학상황으로 평가를 받으려는 학교상황에 안타까운 느낌을 가진 반면, 학생들이 현수막 홍보에 비판적인 사고를 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불행히도 저는 고등학교를 다닐 적에 한번도 선생님과 학교 측에 그와 같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대부분 그러셨겠죠?) 매년 당연하다는 듯이 걸리는 현수막을 보며,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패배감에 젖어왔죠. 패배감을 심어주는 것은 현수막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학교측은 물론, 담임 선생님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서울대학교에 몇 명 가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셨었고, 학부모님들도 그 숫자로 교사와 학교를 평가한다는 말을 하시곤 했습니다. 그런 환경 아래에서 학생들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학교가 진정 자신의 재능을 발굴해주고 자아를 성숙시켜준다는 생각을 할까요? 사설 교육기관과는 달리 ‘인성과 가치관을 형성’해주는 공교육 기관의 차이점을 어디서 찾아야 했을까요?

비단 학교에서뿐만 패배감을 심어주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학 학문과 전혀 관련이 없는 영역에서도 학벌로 주목을 받는 경우를 저는 많이 접했습니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도, “저 사람은 어디 나왔다더라”, “저 연예인은 어디 다녔다더라” 라는 이야기를 곧 잘 들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처럼 학벌이라는 획일화된 잣대로 사람을 규정짓는 관습을 확대 재생산하는 중심에 공교육 기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진학상황이라는 것이 절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수능 시험 성적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시험 성적만으로 결정된 진학상황을 가지고 학교를 홍보하는 것은 ‘점수 높은 학생을 배출하는 것이 좋은 학교다’라는 논리를 인정하는 꼴 아닐까요?

저는 빨리 이 사고의 답습을 깨는 것이 교육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사고의 흐름을 깨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교육개혁의 주체라고 생각합니다. 풍월주의 님처럼 학생들에게 학력 지상주의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해 보도록 기회를 주는 행동, 학력 이외의 다양한 관점으로 사람을 받아들이는 행동, 패배감에 젖어있을지 모를 학생에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향해 뛰라고 격려하는 행동 등이 우리 교육의 미래를 밝히는 행동이라고 확신합니다. 저 자신도 부끄럽지 않게 교육 개혁의 주체가 될 것을 다짐하면서, 또 학교 앞에 걸리는 진학상황 현수막 대신 모든 학생들의 밝은 웃음이 학교를 장식할 날을 꿈꾸면서 글을 맺어봅니다.

|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나의 글이 세상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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