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예술고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고교생 인권 침해 사례들을 제보받아 책자를 발간했다. 사례집 <여기> 표지 사진.
경기도의 한 예술고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학교에서 겪은 부당 대우, 인권 침해, 성희롱, 성차별 등을 기록한 책을 냈다. 올해 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학교의 인권 침해 사항을 폭로한 이들은 고교생 인권 침해 사례를 기억하고 재발을 막자는 목적으로 책 출간을 결심했다.
13일 경기도 ㄱ예술고 재학생 및 졸업생 등 11명은 페이스북 등에 ‘ㄱ예고 인권침해 사례 책자 <여기>를 발간합니다’를 게재하고 학생인권보호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이들이 엮은 190여쪽 분량의 사례집 <여기>는 학생들이 재학 중 겪은 교사에 의한 부당 대우, 표현의 자유 억압, 외모 차별, 성소수자 차별, 성희롱 발언 등 10개 항목의 제보 수십건과 20여명의 수기가 기록돼있다. 책 제목 <여기>는 학교 내 폭력적인 일들이 바로 ‘여기’에서 일어나고,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들은 “고교생 인권 침해는 비단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타 학교 인권 실태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도록 사례집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6일부터 내달 12일까지 1개월 주문을 받아 책자를 일괄 배송할 계획이다.
올해 2월 트위터 등 SNS에서는 이 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겪은 교사들의 상습적 성희롱 발언, 성차별 폭로글이 100여건 이상 게재됐다. 재학생·졸업생들은 학교 쪽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서명운동과 공식 사과 1인 시위도 벌였다. 이후 3월 경기도교육청은 학교에 세 차례 현장조사를 나가 27명의 교사를 대면조사하고, 학교 법인에 교사 3명을 수사의뢰, 2명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9개월이 지난 현재, 수사의뢰된 교사 세 명은 수사기관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2명은 학교법인이 불문 경고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학교의 인권침해에 대항하는 운동을 1년째 벌이고 있는 졸업생 ㅈ(19)씨는 “발간한 책을 학교 교무실과 각 교실에 비치하려고 학교에 방문했지만 학교는 배포를 불허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고교생 인권침해 현실을 알리고자 인터넷에서 구매 접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학생인권침해 내용을 보면, 학교는 학생들에게 복장 검사를 하며 치마를 들추거나 조끼를 걷어보라고 하는 등 학생들의 신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일이 있었다. 또한, 여름방학 때 반바지를 입었다고 학생 허벅지를 꼬집는 일, 문화예술계 성폭력 논란에 관해 교사가 학생들에게 “조심하지 않은 피해자 잘못”이라며 피해자를 비난한 일, 학급 학생들이 듣는 가운데 번호 순서대로 학생들의 몸무게를 불러주는 일, 교사가 학생에게 “너는 예쁘니까 먼저 가”라며 청소를 면제해주는 일, 한부모 가정 학생에게 “너는 엄마가 없니?”라며 가정환경을 비하하는 사례 등이 담겼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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