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육
고교 이색 동아리
고교 이색 동아리
독서, 영어신문 읽기, 음악감상, 과학실험…. 부모세대 때 동아리라고 하면 이 정도 범주에서 주제가 정해졌다. 간혹 인원수를 채우기 위해 하기 싫은 활동도 해야 했다. 요즘 청소년들이 꾸리는 동아리 가운데에는 자신이 희망하는 진로에 방점을 찍은, 구체적인 주제의 활동이 많다.
영주여고 2학년 강민영양은 경찰관을 꿈꾸며 2년째 ‘경찰체험단 피오(P.O)’(이하 피오)에서 활동하고 있다. 피오에는 경찰 공무원뿐 아니라 장교를 목표로 한 6명의 학생들이 매주 모여 체력 단련과 기록 측정을 한다. 이들은 경찰대학, 사관학교 등에서 정한 체력 측정 기준표를 들고 학교 체육관에서 주 1회 만난다. 강양은 “친구들과 함께 운동하며 팔굽혀펴기 자세를 교정해주고, 달리기 기록 단축 등에 집중하며 심신을 단련하는 동아리”라고 했다. 지난해에는 지역 경찰서를 방문해 제복을 입고 사건 현장에서 지문 채취하는 법, 음주 단속기 사용법 등 구체적인 체험도 해봤다.
평소 체력 단련 및 측정은 물론 미제 사건을 다룬 영상을 보고 함께 토론하기,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친구들을 위해 순찰하기 등도 해오고 있다. 강양은 “교과 학습에 신경 쓰면서도 경찰관이라는 꿈을 구체화하기 위해 학교에서 해볼 수 있는 활동을 찾아 진행하고 있다”며 “이런 동아리 활동을 통해 마음가짐을 다잡는 등 동기 부여가 확실히 되고, 같은 꿈을 공유하는 친구들과 알짜 정보도 나눌 수 있어 유익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영어나 수학 등 교과 학습 관련 동아리를 해야 하나 생각했지만, 내 진로에 초점을 맞춰 활동하다 보니 더 자신감을 얻게 됐습니다.”
뇌의 기초부터 신경윤리학까지 ‘뇌 과학’을 연구하는 동아리도 있다. 진명여고 3학년 김지선양은 뇌 과학에 관심을 갖고 자율동아리 ‘브레인 팩츠’(Brain Facts)를 만들었다.
김양은 고1 때 서울대 이지우 교수의 ‘알츠하이머병은 치료할 수 있는가’라는 강의를 듣고 뇌과학자를 꿈꾸게 됐다. 김양은 “뇌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 많다는 것에 호기심을 느꼈다. 강의를 듣고 나서 뇌 자체에 대한 흥미가 생겨 한국뇌캠프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김양은 캠프 참여 뒤 뇌 분야에 관심 있는 후배들을 모아 브레인 팩츠를 만들었다. 원서를 활용해 자율동아리에서 사용할 수업 자료도 직접 만들었다. “워낙 과학을 좋아했는데, 정확히 ‘뇌’라는 한 분야에 꽂히니 더 집중해서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뇌와 물리의 센서 분야를 연구하고 싶습니다. 자율동아리를 만들 때 이것저것 다 해보겠다는 욕심을 버리세요. 자신만의 열쇳말을 정해 계획을 세우고 활동해보는 걸 추천합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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