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관이 MP3 내라는 말 없었는데…휴대전화 든 아버지 외투 입었다가…
교육부 “번복 없다”
교육부 “번복 없다”
23일 수능시험에서 휴대폰이나 엠피3 기기 소지 등으로 올 시험 무효와 함께 내년 응시자격도 박탈된 35명의 수험생 가운데 상당수가 억울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수험생은 시험 시작 전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교단 옆에 가방을 놓고 시험을 치렀다. 감독관이 ‘몸에 지닌 휴대폰과 전자계산기를 제출해라’고만 말했으므로 가방 속 엠피3 기기는 낼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다. 3교시 시작 전 감독관이 엠피3 기기를 모두 내라고 지시하자 이 수험생은 “가방 속에 있는 것도 내야 하느냐”고 묻고 가방에서 꺼내줬다.
같은 시험장에서 점심시간에 가방에서 엠피3 기기를 꺼낸 뒤 미처 가방에 넣지 못했던 다른 수험생도 이후 엠피3 기기를 감독관에게 냈다. 이들은 모두 부정행위자로 간주됐다.
광주의 한 수험생은 “형의 외투를 입고 수능을 보러 갔다가 외투 속의 아버지 휴대폰이 울리는 바람에 부정행위자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버지가 휴대폰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이 휴대전화에 전화해 벨이 울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휴대폰 등을 지녔다는 사실만으로 부정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실현되지 않은 부정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서 애초부터 인권침해 등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러나 부정행위 방지 차원에서 여러 차례 공지된 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은 단순한 실수로 보기만은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교육부는 27일 “해당 수험생들의 사정은 참 안타깝다”면서도 “그렇다 해도 법과 규정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들을 구제해 준다면 또다시 언론이 ‘솜방망이 처벌’ 운운하며 비판할 것”이라며 “휴대폰 등을 지녔던 수험생들을 범법자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시험에 따른 절차나 지침을 지키지 않았으므로 불이익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해당 수험생들이 구제받으려면 소송을 통할 수밖에 없게 됐다.
허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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