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너도 나도 모두 왕이 된다면

등록 2005-11-27 22:15수정 2005-11-28 14:02

슈퍼마켓에 간 마르셀은 5백원짜리 왕관을 발견하고 냉큼 머리에 쓴다. “나는 왕이다!” 큰 소리로 외치자마자, 그는 정말 왕이 된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복종을 강요하고, 직장 동료들에게 충성을 다짐 받는다. 사실 ‘왕 노릇’이란 별 게 아니다. 자신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고 거드름을 피우면 그만이다.

마르셀 아저씨가 아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모를 리 없다. 며칠 안 가 세상은 450원, 400원을 주고 왕관을 샀다는 ‘왕’들로 넘쳐난다. 권위적인 가부장과 노동 착취에만 관심있는 자본가, 절대 권력을 좇는 정치인들만 들끓는 세상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째, ‘생산적’이라고 할 만한 모든 활동이 중지된다. 둘째, 남아있는 소수의 생산물을 소유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된다.

살까? <오백원짜리 왕관>은 현실에서 일어날 리 없는 상황을 통해 현실을 날카롭고 유쾌하게 풍자한다. 어른이 읽어도 통쾌하기 짝이 없는 이 그림책을 아이들이 본다면, 늘 무언가 가르치고 꾸짖으려 드는 어른들의 이중성을 눈치채고 두 배로 재미있어 할 것이다. 냉소적이고 담담한 어조로 일관하는 작가의 글과 우스꽝스럽게 과장된 화가의 그림은 또 얼마나 절묘한가!

말까? 현명한 마르셀의 결론은 이렇다. “누구나 왕 노릇하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사는 길은 스스로 왕 노릇을 그만두는 것이다.” 현실에서 왕관은 오백원보다 훨∼씬 비싸다. 왕관 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마르셀처럼 낙관적인 세계관을 가슴 깊이 새기고 오늘도 부단히 왕관을 위해 봉사할 지어다, 할렐루야. 뱅상 말론느 글, 앙드레 부샤르 그림-파란하늘/9천원.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