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범 서울대 교수가 28일 오전 서울대에서 정원의 30%를 뽑는 2008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입학시험의 논술 예시문항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형식적 기준은 근접…학교 교육만으로 글쎄?
서울대가 28일 발표한 2008 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 예시문항은 일단 논술 기준을 지키려는 노력이 엿보이지만 교육단체와 전교조에서는 난이도가 높아, 학교 교육에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몇몇 문제 정답 요구하고 논술보단 수학문제
교육계 “고차원적 본고사” 사교육 성행 우려 논술 기준 지켰나? 정부의 ‘논술 기준’은 국·영·수 등 특정 교과의 단순 지식을 측정하거나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의 출제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넘어서면 본고사형 논술이 되는 것이다. 그 예는 △단답·선다형 △암기된 지식 묻기 △풀이 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 △외국어로 된 제시문 등이다. 김인봉 교사(잠실여고·교육방송 논술 강사)는 “논술 기준에 맞춰 고심해서 출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본고사 시비는 없으리라고 평가했다. 이철호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부소장(국어 교사)은 “기준에 형식적으로는 맞췄다”고 평했다. 그러나 이 소장은 일부 문제가 답의 방향이 정해져 있고,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등 애초 논술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문계 1번 문항의 논제 세 가지 가운데 논제 1·2는 답의 방향이 정해져 있으며, 인문계 2번 문항은 논술이라기보다는 사전 수학 지식을 전제해야 풀 수 있는 수학문제에 가깝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부소장은 “고차원적인 본고사형 문제”라고 평가했다. 더 나아가 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회장은 회원 교사들과 함께 검토한 결과, “특히 자연계 문항은 원리와 지식을 알아야만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아서 사실상 본고사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인봉 교사는 “논술에서 사전 배경지식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서울대 지망생들이 보는 시험이니만큼 이 정도의 수학·과학적 소양에 대한 요구는 용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술 비중이 관건’ 무엇보다도 논술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서울대가 수능을 자격고사화하기로 한데다, 지원자들의 내신성적이 비슷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신 실질 반영률을 높이지 않으면 결국 논술이 당락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인봉 교사는 “본고사화 여부는 난이도에 달린 게 아니라 논술 점수가 좋으면 수능 20점 정도는 역전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논술 비중이 커지지 않도록 해야 본고사 논란이 불거지지 않으리라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학교 현장에서 본고사 논란이 일지 않도록 충분히 검토하도로 이달 초 서울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화진 대학지원국장은 “필요하다면 논술심의위에서 예시문을 검토해 이 결과를 서울대에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쪽은 “본고사 유형이라고 확실히 지적되면 바꾸겠다”며 “통합형 논술은 고교 내 교육과정에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교육서 해결 가능한가? 논술의 성공 여부는 현행 학교교육에서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교육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개별 교과 수준을 뛰어넘는 이번 예시문 수준의 문제에 대비할 수 있는 학교가 몇 곳이나 되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명신 회장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우지 않는 논술고사 실시는 결국 논술 사교육 성행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논술고사의 난이도 등을 더 완화할 필요가 있지만, 통합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키우기 위해 학교 현장의 교육도 개혁돼야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인문계열 - 이혼율 산정방식 5가지 제시 각 단점 해소방안 도출하라
자연계열 - ‘코끼리만큼 큰 개미’ 존재? 물리적·생물학적 근거대라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