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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서울대 예시 논술문항 뜯어보니

등록 2005-11-28 19:26수정 2005-11-28 23:59

김경범 서울대 교수가 28일 오전 서울대에서 정원의 30%를 뽑는 2008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입학시험의 논술 예시문항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A href=\"mailto:hyopd@hani.co.kr\">hyopd@hani.co.kr</A>
김경범 서울대 교수가 28일 오전 서울대에서 정원의 30%를 뽑는 2008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입학시험의 논술 예시문항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형식적 기준은 근접…학교 교육만으로 글쎄?

서울대가 28일 발표한 2008 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 예시문항은 일단 논술 기준을 지키려는 노력이 엿보이지만 교육단체와 전교조에서는 난이도가 높아, 학교 교육에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몇몇 문제 정답 요구하고 논술보단 수학문제
교육계 “고차원적 본고사” 사교육 성행 우려

논술 기준 지켰나? 정부의 ‘논술 기준’은 국·영·수 등 특정 교과의 단순 지식을 측정하거나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의 출제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넘어서면 본고사형 논술이 되는 것이다. 그 예는 △단답·선다형 △암기된 지식 묻기 △풀이 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 △외국어로 된 제시문 등이다.

김인봉 교사(잠실여고·교육방송 논술 강사)는 “논술 기준에 맞춰 고심해서 출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본고사 시비는 없으리라고 평가했다. 이철호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부소장(국어 교사)은 “기준에 형식적으로는 맞췄다”고 평했다. 그러나 이 소장은 일부 문제가 답의 방향이 정해져 있고,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등 애초 논술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문계 1번 문항의 논제 세 가지 가운데 논제 1·2는 답의 방향이 정해져 있으며, 인문계 2번 문항은 논술이라기보다는 사전 수학 지식을 전제해야 풀 수 있는 수학문제에 가깝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부소장은 “고차원적인 본고사형 문제”라고 평가했다. 더 나아가 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회장은 회원 교사들과 함께 검토한 결과, “특히 자연계 문항은 원리와 지식을 알아야만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아서 사실상 본고사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인봉 교사는 “논술에서 사전 배경지식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서울대 지망생들이 보는 시험이니만큼 이 정도의 수학·과학적 소양에 대한 요구는 용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술 비중이 관건’ 무엇보다도 논술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서울대가 수능을 자격고사화하기로 한데다, 지원자들의 내신성적이 비슷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신 실질 반영률을 높이지 않으면 결국 논술이 당락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인봉 교사는 “본고사화 여부는 난이도에 달린 게 아니라 논술 점수가 좋으면 수능 20점 정도는 역전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논술 비중이 커지지 않도록 해야 본고사 논란이 불거지지 않으리라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학교 현장에서 본고사 논란이 일지 않도록 충분히 검토하도로 이달 초 서울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화진 대학지원국장은 “필요하다면 논술심의위에서 예시문을 검토해 이 결과를 서울대에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쪽은 “본고사 유형이라고 확실히 지적되면 바꾸겠다”며 “통합형 논술은 고교 내 교육과정에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교육서 해결 가능한가? 논술의 성공 여부는 현행 학교교육에서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교육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개별 교과 수준을 뛰어넘는 이번 예시문 수준의 문제에 대비할 수 있는 학교가 몇 곳이나 되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명신 회장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우지 않는 논술고사 실시는 결국 논술 사교육 성행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논술고사의 난이도 등을 더 완화할 필요가 있지만, 통합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키우기 위해 학교 현장의 교육도 개혁돼야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인문계열 - 이혼율 산정방식 5가지 제시 각 단점 해소방안 도출하라
자연계열 - ‘코끼리만큼 큰 개미’ 존재? 물리적·생물학적 근거대라

예시문항 유형

서울대의 2008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 예시문항은 교과서 지문을 많이 활용하고, 과학·수학·언어 영역의 통합교과형의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인문계열 문제 유형=수리적 사고능력, 통계·자료 해석 능력까지 평가하는 문항이 포함됐다.

1번은 사유재산의 개념을 담은 존 로크의 〈통치론〉 6장과 카피라이트, 카피레프트 운동에 관한 내용 등 3개의 지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논술하는 문제다. 고전적 사유권 개념과 현재 정보화 시대의 사유권에 대한 차이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2번은 문자열을 해석하는 수리·논리적인 문제와 풀이 과정을 보여주고, 풀이과정이 도출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라는 문제다. 수학적인 계산 능력이 아니라 계산식이 도출되는 과정에 대한 논리적 이해도를 측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3번은 고교 교과서의 내용,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칼 폴라니의 〈거대한 변환〉 등의 지문을 제시했다. 이를 각 입장에 따라 분류한 뒤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문제다. 시장경제와 정부개입 가운데 한 관점을 택해 논리적 모순 없이 생각을 풀어낼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4번은 이혼율을 산정하는 각각의 방식을 담은 5개의 지문을 준 뒤, 각 방식이 이혼율을 과대평가하게 되는 이유와 그 문제점을 설명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혼율의 개념과 타당성을 논술하도록 했다. 각 이혼율 도출 방식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단점을 해소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문제로, 정답을 맞추는지 여부가 아니라 논리적 사고 과정을 평가하기 위한 문제다.

자연계열 문제 유형=수리적·과학적 사고력과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문제들이 출제됐다. 관련 공식이나 참고 자료 등은 지문과 함께 제시됐다.

1번은 부부동반 파티에서 모르는 사람끼리 악수를 하게 한 뒤 집주인의 부인이 악수를 몇 차례나 했는지 생각해 보고 이를 일반화해서 설명하라는 것이다. 초대한 사람이 1쌍일 때와 2쌍일 때 등 각 경우를 연역적으로 계산한 뒤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일반화된 풀이 방법을 도출하는 과정을 본다.

2번 문항은 타원, 직선, 타원의 현의 개념을 제시한 뒤 타원의 중심과 장축·단축, 초점을 어떻게 구하는지 설명하라고 주문했다. 초점을 구하는 공식 자체를 묻는 것이 아니라 대칭인 타원의 성격을 통해 초점을 구하는 원리를 아는지 묻는 문제다.

3번은 ‘코끼리만큼 큰 개미’또는 ‘개미만큼 작은 코끼리’가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물리적·생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기술하라는 문제다. 물리적으로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골격의 크기를 따져 기술하거나, 생물학적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세포의 수와 표면적의 관계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의 과학적 접근을 하면 된다.

4번은 지구의 탄생 과정에 대한 지문을 제시한 뒤 지구의 반경이 약 3400㎞에서 성장이 멈춘 경우와, 지구가 현재 태양-지구 거리의 약 70% 거리에서 태양을 돌 경우 등 지구를 둘러싼 조건이 달라지는 경우를 상상해 지구 환경을 논하도록 했다. 정답이 없는 대표적인 유형이다. 과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태양과의 거리가 지구보다 가깝거나 먼 행성과 지구보다 크기가 작은 행성 등의 경우를 토대로 서술하면 된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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