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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치맛바람’의 상징? ‘생활밀착형 교육운동’입니다

등록 2018-02-26 20:15수정 2020-02-29 12:48

달라지는 학부모회

‘등 떠밀려’ 봉사하거나 동원되는 등
‘억지로식’ 학부모회 참여는 옛말
학교 행사 수동적 도우미 역할 아닌
교육과정·정책 공부하는 적극성 보여
‘내 아이만’ 아닌 ‘모든 아이’ 강조도

부모세대에게 ‘학부모회’는 어쩌면 치맛바람의 상징이다. ‘내 아이’만 교사의 관심을 받아야 한다는 이기적인 모습부터 학교 대소사에 동원돼 봉사하는 모습까지, 학부모회에 대한 교육공동체 전반의 이미지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학부모회는 ‘생활밀착형 교육운동’이 될 수 있다. <어서 와, 학부모회는 처음이지?>를 쓴 조용미씨는 “아이가 있는 한 부모는 학생일 수밖에 없다. 늘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주권의식을 가진 시민이자 교육 주권을 가진 학부모로서 ‘내 아이’를 넘어선 ‘우리 교육’을 고민하는 학부모회 활동을 시작해보라”고 제안했다. “학부모회는 학교에 마련된 민주적 시스템입니다. 관심 갖고 활용해보세요. 공동체성, 시민성을 발현하는 조직으로 만들 수 있어요. 대단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가치를 지키는 학부모들이 세상을 바꿉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6년을 학부모회 법제화 원년으로 삼았다. ‘서울특별시교육청 학교 학부모회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이하 학부모회 조례)를 2016년 1월1일부터 시행했다. 그동안 자율적으로 운영하던 학부모회를 법제화함으로써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를 보장하고 교육공동체가 소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학부모회 조례에는 학교 운영에 대한 의견 제시 및 학교교육 모니터링, 학부모 자원봉사 등 활동 참여·지원, 지역사회와 연계한 비영리 교육사업 기능 수행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학부모의 학교 활동 참여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변화, 다양한 의견수렴 등을 통해 단위학교 학부모회의 기반을 닦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혁신학교 계기로 ‘배우는 학부모’ 돼

학부모회가 제대로 자리잡은 학교의 구성원들을 만나보면 ‘등 떠밀려 시작했다, 할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등의 말이 나오지 않는다. 민주적이고 자발적인 학부모회는 학교 공동체 문화에서 비롯된다.

서울 도봉초등학교 학부모회는 교육과정과 연계한 협력 활동 등을 활발히 하고 있다. 학부모가 안전교육, 독서교육, 생태교육 등 공교육에서 중시하는 큰 틀을 이해한 뒤, 스스로 기획회의 등을 통해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담당 부장교사와 학부모회, 학부모 동아리 등이 수차례 협의와 평가회의를 거쳐 마련한 ‘별보며 책보며 밤마실’, ‘세월호 추모 주간 운영’ ‘무수골 축제’ 등이 그것이다.

도봉초 학부모회가 처음부터 활성화된 것은 아니다. 2011년 혁신학교로 지정된 뒤 ‘자발적인 학부모회’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오가기 시작했다. 당시 명분상 남아 있던 이 학교의 학부모회 총회 참석률은 10% 안팎이었지만, 혁신학교 특유의 ‘한번 해봅시다’ 문화가 3~4년 동안 서서히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총회 참석률이 3배 이상 뛰었다.

강경화 도봉초 학부모회장은 “기존 학부모회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아이들 뒷바라지하기, 봉사활동 참여하기 등 관습적인 활동이 주를 이뤘다. 한데 아이 학년이 올라가고, 혁신학교란 무엇인가 등 동료 학부모들과 스터디를 시작하면서 학교 현장이 조금씩 바뀌는 데 손을 보태고 싶었다”고 했다. “갈증이 생기더군요. 학부모회는 아이들 뒤에서 그저 보살피기만 하는 데가 아닙니다. 교사에게 ‘내 아이 예뻐해 달라’는 식의 수고는 더더욱 아니고요. 교육전문가인 교사를 존중하면서 지속적인 간담회를 통해 궁금한 점을 묻고, 부모들 또한 교육과정과 정책에 대해 공부하는 민주 조직입니다.”

도봉초는 학부모회 조례에 따라 직접선거로 회장 1명, 부회장 6명(학년대표 겸임), 감사 2명을 선출했다. 학부모회 법제화를 앞둔 2015년 12월에는 ‘도봉초 학부모회 규정 초안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머리를 맞댔다. 강 회장은 “처음부터 깃발 꽂고 잘해보자고 한 게 아니라, 혁신학교 지정 뒤 ‘교육’을 알고 싶어 하는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토양을 만들어왔다”고 했다. “건강한 학부모회가 되기 위해서는 학교 분위기도 중요합니다. 선생님들의 ‘오픈 마인드’와 학부모들의 ‘내 아이 옆에 있는 아이도 웃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이 토대가 돼야 해요. 학부모회가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순간 교육공동체는 행복의 기회를 잃습니다.”

지난해 6월10일 서울송전초 학부모회는 ’아빠는 7학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아빠 멘토’ 87명이 학교를 찾아 교실과 체육관
지난해 6월10일 서울송전초 학부모회는 ’아빠는 7학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아빠 멘토’ 87명이 학교를 찾아 교실과 체육관

행사 도우미 아닌 학교 문화 기획자로

“아이한테 ‘임원’ 하라 하지 말고 부모가 직접 해보세요.”

서울 선유중학교 이은정 학부모회장은 학부모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학부모회의 뿌리가 자발성에 있다는 뜻이다. 선유중 학부모회는 지난해 6월 학교 담장에 벽화를 그렸다. 65명의 학부모회 임원, 회원들이 붓을 들고 아이들 교육환경 개선에 나섰다. 소식을 들은 영등포구청도 얼마간의 예산을 지원했고, 지역 주민들과 졸업생까지 참여하는 사전 회의를 거듭해 완성했다. 선유도공원 근처에 자리잡은 이 학교의 담장 벽화는 마을에서도 새로운 볼거리가 됐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 자연스레 학부모들은 ‘학부모회 회원’이 된다. 선유중 학부모회의 경우 전체 학부모의 30%가 ‘밴드’(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소통하고 있다.

학교에는 학부모와 지역사회 인사, 교원들이 참여해 교육활동 심의, 발전기금 의결 등을 하는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와 학부모회가 있다. 예전에는 학부모회가 주로 교내 행사의 조력자 역할에 머물렀지만, 요즘에는 주체적으로 임시회의 소집, 상시 소통을 통한 안건 논의 등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학부모회 차원에서 행사를 기획하거나 의견수렴을 하는 등 크고 작은 사안들을 다루고 있다”고 했다. “학부모회를 건강하게 운영하려면 ‘내 희생이 우리 아이에게 어떻게든 이득으로 돌아오겠지’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부모가 교육 주체로서 성장할 생각을 해야 해요. 아이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하는 만큼, 부모도 ‘학교’를 배워야 시야가 넓어집니다.”

‘아빠는 7학년’ 등 아빠 참여 모임도

학부모회는 크게 ‘학년별 학부모회’와 ‘기능별 학부모회’로 나뉜다. 전자는 말 그대로 1~6학년 등 학년별 구분이고 후자는 명예교사회, 아버지회, 안전봉사회 등 단위학교별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서울 송전초등학교는 지난해 6월 학부모 교육참여 프로그램으로 ‘아빠는 7학년’을 진행했다. 송전초 학부모회 가운데 참여를 희망하는 ‘아빠 멘토’ 87명과 학생들이 학교 강당과 과학실, 교실 등에 모여 지우개 따먹기, 학종이 넘기기, 달고나 만들기 등 체험을 했다. 김미정 학부모회장은 “아빠들의 호응이 굉장히 좋아서 선착순으로 인원수를 맞춰야 할 정도였다”며 “‘학부모’라는 말 안에는 아빠와 엄마가 들어 있듯 이런 교육참여 프로그램을 앞으로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아빠 멘토’로 참여한 임지원씨는 “학부모회가 아직은 엄마들 위주의 활동이지만 아이 양육과 교육, 학교 활동에 아빠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공부하는 교실을 자연스럽게 둘러봤습니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을 추천하고 이야기해주니 아이와 아이 친구들도 즐거워하고 보람 있었어요. 3월에 열리는 학부모 총회에도 참여해볼 생각입니다.”

학부모회 운영 매뉴얼 등 자세한 자료나 정보는 ‘학부모지원센터’를 검색하거나 서울학부모지원센터(parents.sen.go.kr) 누리집 등을 활용하면 좋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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