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진 돌봄 값싼 대우 (상) 돌봄노동이 엄마의 용돈벌이?
저출산·고령화 ‘돌봄 사회화’ 절실한데
헌신·봉사 내세워 값싼 노동만 강요
태어나 자라고, 아프거나 죽음을 맞기까지 모든 생애주기에서 우리는 예외 없이 누군가의 ‘돌봄’을 받는다. 하지만 직업적으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노동 종사자들의 노동은 누구도 돌보지 않는다. 최근 10여년 사이 아이돌보미나 보육교사, 초등돌봄전담사,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보조인 같은 직업들이 공공 서비스의 영역으로 포함돼왔다. 그럼에도 이들 모두 여전히 최저임금을 겨우 넘거나,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거나, 4대 보험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독립생계를 꾸리기조차 어려운 일자리들로 남아 있다.
이런 곳에 여지없이 여성들이 몰려 있다.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끊겼다가 다시 일자리를 찾은 중장년 여성들. 이들은 저임금 일자리에서 오늘도 ‘헌신’과 ‘봉사’란 이름의 값싼 노동을 강요받는다. 최저임금을 올려 일자리 질을 높이겠다는 문재인 정부도 정작 자신이 직간접 사용자인 돌봄노동자들에겐 인색하다. 저출산·고령화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돌봄의 사회화’가 선결돼야 할 과제지만, 현실은 과거 ‘가족 내 여성’이 맡던 돌봄을 ‘가족 밖 여성’에게 싼값에 떠맡긴 꼴이다.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저임금 여성 일자리’로 굳어져가고 있는 돌봄노동 일자리의 실태를 재조명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