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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필진]도박장 된 문구점…‘한방’ 노리는 어린이들

등록 2005-12-02 14:14수정 2005-12-02 14:58

초등학교 앞 문구점들이 학용품과 일반 물품 판매외에 아케이드 미니 게임기들을 설치, 운영하면서 어린이들의 사행심과 폭력성을 키우는 도박장같은 기능을 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이제 초등학교 주변의 문구점에서는 상대방과 대적하는 일명 파이터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과 게임기 버튼을 쉴새 없이 눌러대며 '한 방'을 노리는 아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게임기들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일반 전자오락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파이터류의 미니 게임기와 가위바위보로 대표되는 도박성 게임기 두 종류이다. 그런데 이 중 이 도박성 게임기가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 일명 ‘가위바위보’ 게임기는 100원을 넣고 버튼을 누른 뒤 가위바위보를 해 이겼을 경우 100원 상당의 칲이나 메달 등이 쏟아져 나온다. ‘화살표 게임기’와 '묵찌빠 게임'등도 마찬가지다. 100원을 넣고 버튼을 쉴새없이 눌러 화살표가 가리키는 숫자대로 칲을 따고 묵찌빠에서 이기면 게임기에서 칲이 쏟아져 나온다. 얼마나 빨리 버튼을 누르느냐에 따라 100원에서 최고 2,000원까지의 배팅 효과를 볼 수 있다. 성인오락실에서 볼 수 있는 파친코와 룰렛 게임기들의 전형적 축소판이다.

이러한 도박성 게임기들은 보통 한 문구점에 적게는 최소 1대, 많게는 4~5개까지 설치되어 아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도박성 게임기들을 철치하지 않은 문구점들도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거의 모든 문구점에 한 대씩은 거의 설치되어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초등학교앞 사행성 게임기, 명백한 도박!문제는 아이들이 이렇게 게임기에서 나오는 칲을 다시 그 게임기에 넣어 사용하거나 해당 문구점등에서 물품이나 식품으로 교환하는 마치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성인오락실에서 문화상품권을 비밀리에 현금으로 교환해주는 과정과 동일한 것으로 금액의 차이만 있을 뿐 '도박'행위임이 분명하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2002년 문화관광부가 게임장이 아닌 일반 영업소(문구점, 편의점, 당구장, 커피숍, 노래방, 레스토랑 등등) 에도 아케이드 게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싱글로케이션(single location) 제도’를 도입하면서부터다. 학교 앞 문구점등이 그동안 음성적으로 운영해 온 미니 게임기들를 제도권안으로 흡수하려는 양성화 전략 차원이었지만 오히려 점조직으로 구성된 불법 게임기 유통업자들이 문구점에 무료로 게임기를 설치해주고 이익의 50%정도를 회수해 가며 수리 및 신형 기기로의 교체등을 전담하니 문구점 업주들로서는 아쉬울 게 없다.

게임제공업소에서 제외하는 영업소의 범위 등 고시 운영지침에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전체이용가”로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만 설치 가능하고 배팅기능 또는 경품 제공기능을 포함하는 게임물은 제외하도록 했으나 현실은 전혀 딴 판인 셈이다. 어린이들은 흙먼지가 날리는 더러운 거리 바닥 앉아 '한 방'을 노리며 게임기 버튼을 두들기고 있다. 운 좋으면 몇배에 해당하는 경품을 받을 수 있고 아니면 그냥 돈 날리는 등급필증도 없는 해적판 도박게임기에 우리 어린이들이 빠져 있는 것. ‘전체이용가’로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도 이래저래 문제가 많기는 매한가지다.

싱글로케이션 제도에서는 이 게임기들을 모두 문구점 내부에 설치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를 지키는 문구점은 거의 없다. 문구점 실외에 설치하려면 일반통행인에게 보이지 않도록 차단시설물을 설치한 장소에서 운영토록 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문구점들은 대충 적당한 곳에다 설치 운영하고 있다.

관계 당국은 뭘하고 있나? 이러한 초등학교 앞 아케이드 미니 게임기가 전국적으로 약 50만대, 유통 규모로는 약 750억원 규모의 어마어마한 시장이 형성(내일신문 7월 29일자)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어이없을 정도로 적다. 어린이들의 생활지도를 최일선에서 담당하는 초등학교는 주위의 문구점들이 이러한 도박성 게임기들을 운영하지 않도록 수시로 점검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학교보건법에도 어린이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환경을 계도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사들도 이러한 실태를 전혀 모르고 있다. 경찰도 이런 도박성 게임기를 음반 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의 무등록 영업 외에 사행행위등규제및처벌특례법으로 단속해야 하나 이것이 불법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단속은 전무하다.

일선 구청들은 문구점 업주들이 구청에 게임제공업 등록을 했는지 여부를 조사하여 불법 게임기들을 자진 철거하도록 권고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수거 후 폐기하고 형사고발 등 강력히 조처하여야 하지만 이 역시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왔다.

그러나 2004년 초부터 이 도박성 게임기 추방을 위한 여론 환기를 위해 끈질긴 언론 보도 노력을 경주해 온 흥사단이 올 해 10월부터 국무총리 청소년위원회와 공동으로 이 도박성 게임기 추방을 위한 운동에 착수, 현재 서울특별시 관내 561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홍보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교사들의 인식부터 끌어올려야 한다는 취지에서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도 이러한 흥사단의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지원을 표하고 있고 각 지역교육청도 포스터 배포 및 실태조사에 협조를 아끼지 않고 있다.

MBC와 경향신문, CBS등 주요 언론사도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취재 보도를 실시하고 있고 문화관광부는 지난 11월 21일부터 합동단속에 착수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그나마 너무나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어른들이 어린이 보호에 나설 차례카드 도박에 중독된 도박꾼이 손목을 자르고서도 이를 참을 수 없어 발로 카드를 쳤다는 엽기적인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니듯 이 도박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보다도 훨씬 심각한 파멸의 병이다.

어릴 때부터 이러한 요행과 한 탕을 아무 거리낌없이 제공하는 게임기와 친하다면 이건 정말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닌거다. 문구점 업주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깟 게임 몇 번 한다고 무슨 아이들이 도박꾼이 되느냐?"고 말이다. 그리고선 "그깟 돈 몇 푼 되지도 않는 것 가지고 마치 우리를 범죄자 취급하냐"고 말이다. 그러나 작던 크던 사행적 환경과 매체를 아동 시기때부터 접하며 자란 아이들은 도박이 사회악이라는 생각 대신 그저 하나의 놀이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며 그 결과는 당장이 아닌 그 어린이의 발달 과정속에서 나타난다. 그러기에 그깟 몇 푼 안되는 코묻은 돈까지 챙겨가며 운 좋은 한 방을 기대하도록 만드는 그들은 분명 어린이들을 도박에 물들게 방조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문구점 업주들은 지금이라도 그러한 도박성 게임기들을 자신의 문구점에서 스스로 치워야 한다.

이제 어른들이 이 문제에 나설 차례이다. 학교와 관계당국이 이런 도박기기를 무책임하게 방치해서는 안된다. 지나가다 이러한 게임기에 아이들이 몰려있을 경우 단호히 이 게임기 철거를 문구점 업주에게 요구해야 한다. 그것은 불법적 현상에 대해 당연한 어른들의 의무다. 인식을 바꿔야 한다. 자신의 아이가 길바닥에서 쪼그리고 앉아 도박에 빠져 있다면 과연 그냥 지나칠 것인가?

문구점에서 이 도박성 게임기를 100% 추방하는 일만 남았다. 관계 당국과 교사, 학부모들 나아가 어른들 모두의 관심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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