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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육부 내부고발자 유출, ‘교피아 청산’으로 이어질까요 [더(The)친절한 기자들]

등록 2018-05-12 11:54수정 2022-08-19 14:29

친절한 기자들
황춘화 사회1에디터석 사회정책팀 기자 sflower@hani.co.kr

안녕하세요. 이제 겨우 교육부 출입 3주차에 접어든 ‘새내기 교육기자’ <한겨레> 황춘화입니다. 어쩌다 보니 교육부 출입을 시작하자마자 ‘교육부 직원의 내부고발자 유출 사건’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아직 모르는 게 많은 신참이지만, 사건과 부딪쳐가며 배운 내용들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인 지난해 하반기 ‘사학비리를 근절하겠다’며 교육부에 사학혁신위원회와 사학혁신추진단을 꾸렸습니다. 사립학교는 학교법인에 의해 운영되지만, 학교법인은 공익법인입니다. 이 말인즉슨 학교를 통해 형성된 자산과 수익금은 학교 밖으로 한 푼도 나가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사립학교 이사진들은 족벌경영·회계부정 등의 방법으로 국가지원금은 물론 등록금으로 만들어진 학교 돈을 주머니 속 ‘쌈짓돈’처럼 사용해왔죠. 추진단 출범 뒤 접수된 이러한 비리 제보만 100건이 넘습니다.

추진단이 제보를 받아 처음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대학이 바로 수원대입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100억원대 회계 부정과 가족회사 일감 몰아주기, 부당한 교수 재임용 등을 적발했죠. 교육부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때 교육부 직원인 이아무개 서기관은 수원대 쪽 관계자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습니다. 이 서기관은 이때 수원대에 내부고발자 정보를 넘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교육부 조사 결과 이 서기관은 수원대 외에도 여러 대학에 내부고발자 정보를 유출한 사실이 드러났죠.

그는 “수원대‘만은’ 절대 유출하지 않았다”며 유독 강하게 부인합니다. 아마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이 서기관의 휴대전화 분석 결과, 다른 대학의 정보는 문자메시지로 전송한 것이 드러났지만, 수원대 기록은 나오지 않았거든요. 이 서기관은 수원대 건으로 검찰에 고발됐으니, 그 결과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건 상식 중의 상식입니다. 그런데 이 서기관은 왜 아무렇지도 않게 위법행위를 저지른 걸까요?

지난해 11월 교육부 실태조사에서 100억원대 회계부정 등이 적발된 수원대 전경. 화성/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지난해 11월 교육부 실태조사에서 100억원대 회계부정 등이 적발된 수원대 전경. 화성/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교육부 안팎에서 오랫동안 회자돼온 ‘교피아’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교육부 마피아’의 줄임말로, 교육부 재직 중엔 비리사학의 뒷배 구실을 해주다 퇴직한 뒤에는 그 사학으로 건너가 대학교수, 교직원 등 ‘한자리’를 차지하는 일부 공무원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교육계에선 한목소리로 ‘사학비리 척결’을 외치지만, 교피아들이 음지에 숨어 사학개혁의 발목을 잡아왔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큰일 날 소리 하시네요. 누구 인생을 망치려고 그런 정보를 교육부 직원에게 받겠습니까?” 이 서기관으로부터 정보를 넘겨받은 이로 지목된 수원대 관계자가 펄쩍 뛰며 취재기자에게 한 말입니다. 하지만 이 해명은 틀렸습니다. 그동안 교피아들의 내부고발자 유출 등은 외부로 알려진 적이 없습니다. 제보자 유출이 적발돼 징계를 받는 건 이 서기관이 처음이니, 그들은 거침없이 정보를 사학에 넘겼을 겁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뒤 공직자윤리법이 조금 강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교육부 공무원들이 퇴직 뒤 대학으로 재취업을 하고 있습니다. 뒷배를 봐주면 퇴직 뒤 일자리가 생기니 ‘누구 인생을 망치는 게’ 아니죠. 최소한 지금까진 말입니다.

<한겨레> 보도가 나온 뒤 교육부 내부에선 “누가 언론에 이런 제보를 해서 귀찮은 일을 만드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합니다. 내부의 구조적 적폐를 보지 못하고 아직도 남 탓만 하고 있는 걸 보니 교육부 스스로의 개혁은 요원해 보입니다. ‘이 서기관 사건’ 조사 결과 발표문에는 이 서기관이 어떻게 정보를 입수했는지,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등의 내용도 없습니다.

“이참에 적폐를 뿌리 뽑아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교육부는 신망을 회복하기 힘들 것이다.” 교육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운 나쁘게’ 이 서기관만 걸렸다는 모양새로 이 사건이 끝난다면 아마도 개혁의 칼바람은 외부에서 들이닥칠 겁니다. ‘새내기 기자’도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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